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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기자가 만난 사람

“청문회가 인민재판인가요?”

장상 전 국무총리 서리

  • 황호택 hthwang@donga.com

“청문회가 인민재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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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교수는 미리 보낸 질문 요지에 맞추어 작성해놓은 메모를 보며 답변했다. 장교수가 인터뷰하는 세 시간 동안박교수는 자리를 뜨지 않고 내내 옆에서 지켜보았다. 박교수는 가끔 장교수의 답변을 바로잡아주다가 “제 인터뷰이니까 너무 자주 끼어들지 말아요”라는 핀잔을 들었다.

―총리서리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되고나서 한 달 동안 어떻게 지냈습니까.

“한 달이 1년 같았어요. 자기 성찰을 많이 했어요. 제가 왜 여기 서있는가, 어떻게 해서 여기까지 왔는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신앙인이니까 기도를 많이 했죠.”

―검증 과정에서 사생활이 미주알고주알 노출돼 본인과 가족의 고통이 컸겠군요.

“공직에 나가려고 한 마당이라 사생활 노출을 각오하고 있었지만 소중하게 살아온 전생애가 부도덕한 것으로 매도당할 때는 매우 가슴이 아팠습니다. 검증의 초점이 장상 한 사람에게 맞춰졌다고 하지만 제가 진공 상태에서 사는 것은 아니잖아오. 저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고통을 겪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심려를 끼쳤어요. 그분들에게 정말 죄송하고 송구해요. 남편을 비롯해 우리 아이들, 시모님, 가까운 친지들에게도 상처를 주었습니다.



나와 가까이 있던 분들, 특히 이화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가 없어요. 재단이사장과 이사님들, 교수님과 직원·학생들, 동창들, 이화 공동체를 구성하는 모든 분들이 ‘장상 총장 괜찮은 줄 알았더니 참…’이라고 혀를 차는 것 같았어요. 그분들이 실망하고 배신당한 느낌을 가졌을 게 분명하거든요. 죄송한 마음 이루 다 말할 수가 없어요.

제가 총장을 할 때 이화를 세계적인 대학으로 만들기 위해 이화의 꿈에 관한 얘기를 드려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이 이번에 ‘장상이 저런 사람이었어’라고 말했을 것 아니에요. 그걸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집니다. 참신한 총리를 원하던 국민을 실망시켜드려 죄송합니다. 여성계에 희망과 용기를 주려고 했는데 거꾸로 좌절과 실망을 드렸어요.

실존적으로 얘기하자면 나 스스로에게도 미안합니다. ‘어떻게 너 이 꼴이 됐느냐’고 자탄합니다.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못 느낄 거예요. 그러나 ‘너 다시 살면 어떻게 살래’라는 질문을 스스로 해보면 크게 달리 살 것 같지도 않거든요. 기본적으로 내 삶의 원칙과 자세는 한결같습니다. 나름대로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려고 노력한 일생의 명예가 며칠 사이에 곤두박질치면서 무척 고통스러웠습니다.”

기준 없는 인사청문회

서울에서 아파트 평수를 넓힌 중산층은, 크건 작건 주택공급 관련 법규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높다. 15평 아파트에 살던 사람이 자녀가 자라 30평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면 주민등록을 전세 사는 것처럼 옮겨 무주택자로 위장해야 했다. 까다로운 주택관련 법규가 위장전입자를 양산했다고 할 수 있다.

―대중이 지키기 어려운 도덕군자의 윤리 기준을 고위 공직자에게 요구하는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됩니까.

“영양결핍증에 걸리면 아무리 먹어도 배고프거든요. 우리 사회가 도덕성 결핍증에 걸려 있기 때문에 고위 공직자에게 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 같아요. 우리 사회는 공직자들의 도덕성에 갈증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도덕성을 어떻게 검증하느냐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인사청문회의 전통이 일천하다보니 피의자 청문회와 공직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구별하지 못해요. 준법정신이 투철한가, 공사 구별이 확실한가 하는 것들을 따져봐야 하는데 저에게 도덕적으로 흠결이 있다고 전제하고 그쪽으로 몰고가는 분위기였습니다.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객관적이고 총체적인 기준이 마련돼야 합니다. 청문회는 인재를 찾아내 살리는 청문회가 돼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인재를 죽이는 인민재판이 되기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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