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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기자가 만난 사람

“검찰 밖 시각으로 검찰 개혁할 것 ”

검란 ‘태풍의 눈’ 강금실 법무부 장관

  • 글: 황호택 hthwang@donga.com

“검찰 밖 시각으로 검찰 개혁할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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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 꽉 쥐었다는 건 비공식적 표현일 것” ●서열 파괴 인사 아니다
  • ●이적표현물 소지 처벌 말아야 ●여성이라서 검찰 중립화에 도움될 것
  • ●감찰 기능 법무부로 이관 검토
  • ●사생활 검증은 감수, 그러나 위장이혼 절대 아니다
“검찰 밖 시각으로 검찰 개혁할 것 ”
노무현 정부 1기 내각에서 강금실(康錦實·46·사시 23회) 법무부 장관은 평검사와의 토론회 이후 20명 장관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스타가 됐다. 인터넷에는 ‘강금실을 사랑하는 모임’(강사모) 사이트가 여섯 개 생겼고 신문의 여성 페이지에는 화사한 ‘강금실 패션’에 대한 기사가 자주 실리고 있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과 동기이거나 그보다 선배를 임명하는 관행이 오랫동안 지속됐다. 법원·검찰은 연공서열이 중시되는 보수적인 집단이다. 막강 검찰을 산하에 거느린 법무부 장관 자리에 46세 여성 변호사가 임명되자 법조계는 강한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검사장은 흔히 군대의 장성에 비유된다. 강장관의 동기인 사법시험 23회 출신 검사들은 현재 검찰에서 지검 부장검사급이다. 군대 계급구조에 비유하면 중령쯤 된다고 할까. 신정치(申正治) 서울고등법원장이 “여군 중령을 참모총장시킨 거예요”라고 사석에서 던진 농담을 그대로 전해주었더니 강장관은 크게 웃었다.

검사 경험이 없는 판사출신 장관이지만 강장관이 살아온 이력을 살펴보면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첫 여성 형사단독판사, 첫 여성 로펌대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의 첫 여성 부회장 등 남성 위주로 운영돼온 조직을 뚫고들어가 ‘첫’ 자를 상용하다가 건국 이후 첫 여성 법무부장관에 올랐으니 그 절정에 다다른 느낌이다.

말은 조용조용히 하지만 어조와 표정에서 강단(剛斷)과 결기가 드러난다. 인물탐구를 하는 의미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1980년대 전두환 독재정권 치하의 어려웠던 시절로 돌아가보자.

1984년 서울대학교에서 학생 세 명이 시위를 하다가 경찰에 붙들려 즉결심판에 회부됐다. 그런데 놀랍게도 다음날 그 세 명이 학교에 말짱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당시 복학생이었던 유시민씨(개혁국민정당 전 대표)의 홈페이지(www.usimin.net)에 올라 있는 글을 그대로 옮겨본다.

선배 : 어떻게 나왔나.

후배 : 훈방됐어요. 새벽에 즉심판사가 와서 돌 던졌냐고 묻기에 안 던졌다고 했죠. 서류를 보더니 증거가 없으니 나가라고 하더군요.

선배 : 그 판사 이름이 뭐였냐.

후배 : 기억이 안 나요. 그런데 여자예요.

선배 : 혹시 생머리 길게 하고 예쁜 여자 아니었냐.

후배 : 맞아요.

선배 : 성이 강씨 아니더냐.

후배 : 맞아요. 강씨.

선배 : 강금실이지.

후배 : 맞아요 강금실.

선배 : 너네 운수 대통한 줄 알아라.

즉심에 넘어가 구류를 기다리던 서울대생 세 명은 운수가 대통해 ‘울랄랄라∼’를 했지만 1년차 초임판사는 법원에 돌아오자마자 호된 시련을 겪었다. 즉결 법정에 나와 있던 보안사와 안기부 직원들이 직방으로 보고해 법원이 발칵 뒤집혔던 것. 강판사는 얼마 안있다가 시국사건이 없는 가정법원으로 전출돼 이혼 사건 재판을 전담하게 된다.

노무현 대통령은 강장관을 ‘철의 여인’이라고 추켜세운 적이 있다. ‘철의 여인’은 영국 언론이 마거릿 대처 전 총리에게 붙여준 별명이다. 대통령의 말 속에는 검찰 조직을 향해 40대 중반의 여성 장관이라고 간단하게 보지말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강장관은 철의 여인답게 일부 검사들의 반란을 잠재우고 과감한 발탁과 좌천으로 특징되는 인사를 마무리짓는 데 성공했다. 물론 노대통령이 직접 나서 엄호사격을 한 것이 결정적인 도움이 됐지만.

강장관의 인사안에 반발하는 검사들의 항명사태는 수면 아래로 일단 잠복했으나 ‘총탄을 맞고 물러나는’ 검찰 간부들은 퇴임의 변에서 ‘기수(期數)를 파괴한 밀실인사’ ‘불공정하고 불투명한 인선’이라고 비판했다. 법무부 검찰국장에서 서울고검 차장으로 좌천되자 퇴임한 장윤석(張倫碩) 검사장은 “후배들이 나의 전사(戰死)를 용퇴로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며 분루를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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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호택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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