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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연구

대변인보다 ‘盧心’ 에 근접한 대통령의 진짜 ‘입’

윤태영 청와대 연설담당비서관

  • 글 : 김정훈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jnghn@donga.com

대변인보다 ‘盧心’ 에 근접한 대통령의 진짜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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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태영 청와대 연설담당비서관은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하는 회의와 행사에는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측근 중의 측근이다.
  • 지난 대선기간 동안 위기 때마다 그의 글은 꺼져가던 ‘노풍’을 재점화시키는 불씨가 됐다. 2002년 4월 민주당 대통령후보 수락연설문과 2003년 4월 대통령 국정연설 등 노대통령에게 명(名)연설문을 선사했던 윤비서관. 하지만 그의 얼굴과 노력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대변인보다 ‘盧心’ 에 근접한 대통령의 진짜 ‘입’
‘Mr.Sniper’.

2002년 7월 16대 대통령선거전이 본격화할 무렵 ‘노무현 홈페이지’의 네티즌 칼럼란에는 ‘스나이퍼(저격수)’라는 필명의 칼럼니스트가 등장한다. 스나이퍼는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후보의 참모라고 자신을 밝혔을 뿐 더 이상의 설명은 없었다.

스나이퍼는 그해 12월 대선이 끝날 때까지 모두 17차례 글을 올렸다. 대부분이 노대통령의 진짜 면모가 무엇인지를 담담하게 보여주는 글들이었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노무현 제대로 알리기’라고나 할까.

11월5일 올렸던 ‘너무나 솔직 담백한, 그래서 존경스러운…’이라는 글과 10월21일 올린 ‘노무현 필승론-7가지 이유’라는 글은 조회건수가 1만건을 넘은 스나이퍼의 대표작이다.

스나이퍼는 6·13 지방선거 이후 당내 분란으로 노대통령의 지지도가 추락하면서 후보 교체론이 대두됐을 때 “당신은 히딩크 감독이 ‘오대영(5대0)’이라는 비난을 받을 때 과연 월드컵 4강 진출을 예견했는가?”라고 반박했고, “가을 노풍(盧風)이 다시 불면 창(昌·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은 추풍낙엽처럼 곤두박질칠 것이다”고 노무현 필승을 장담했다.

얼굴 없는 저격수 ‘스나이퍼’

화려하지도 웅장하지도 않았지만 스나이퍼의 진솔한 노무현 제대로 알리기는 무기를 내던진 채 나앉아 있던 노무현 지지자들이 다시 일어나 뛰게 하는 원동력이 됐고, 고립무원의 처지에 빠져 있던 노대통령에게는 흑기사 같은 존재였다.

이 얼굴 없는 저격수가 바로 지금 노대통령의 ‘입’을 관리하고 있는 윤태영(尹太瀛·42) 대통령 연설담당비서관이다. 그러나 그의 실제 면모는 전혀 저격수답지 않다. 큰 키에 조금은 모범생 같은 얼굴 생김새는 차라리 초식동물을 연상케 한다.

좀체 나서지 않는, 살벌한 정치판에서는 그리 바람직스럽지 않은 성격 탓에 대통령이 읽고 있는 저 글을 내가 썼노라고 자랑하는 일도 없다. 어쩌다 얼굴이라도 마주치면 조금은 걱정스런 표정으로 “오늘 대통령 연설 괜찮았느냐”고 슬그머니 묻는 정도가 전부다. 장난삼아 “별로였다”고 말해주면 금세 얼굴이 굳어질 정도로 표정 관리에도 서툴다. 어쩌면 그런 면이 늘 이름 없는 필자로 머물러 있어야 하는 스피치 라이터로서는 적격인지도 모른다.

송경희(宋敬熙) 청와대 대변인이 늘 마이크 앞에 서서 대통령의 ‘입’ 노릇을 한다면, 윤비서관은 뒤에서 대통령의 ‘언사(言辭)’를 조종하는 연출자의 역할을 맡고 있다. 물론 연설담당이란 자리 자체가 기능적인 역할이라 돋보이는 참모는 아니다. 그렇지만 노대통령이 워낙 즉흥연설을 좋아해 가끔씩 입으로 사고(?)를 치는 스타일이어서 윤비서관의 역할은 더욱 막중한 상황이다.

그런 탓인지, 윤비서관은 취임 1주일만인 3월초 노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이 참석하는 모든 회의와 행사에 반드시 배석하라는 특별지시를 받았다. 평소에 자신의 생각과 말을, 그리고 국정의 흐름을 잘 알고 있어야 제대로 된 연설문이 나올 수 있다는 노대통령의 배려였다. 이 점은 노대통령의 실용주의자로서의 면모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런 노대통령의 ‘지나친’ 배려 때문에 대북비밀송금 사건 특검법을 수용했던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날인 3월13일, 윤비서관은 청와대 근처의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다가 숟가락을 내던지고 대통령 관저까지 2km 가량을 숨이 턱에 닿도록 뛰어가야 했다.

특검법 수용 문제로 고민에 빠져 있던 노대통령은 참모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수석비서관과 보좌관을 관저로 불렀고,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특검법을 수용하든 않든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하는 게 어떠냐는 의견이 제기된 터여서 노대통령은 “연설담당비서관도 내용을 알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윤비서관을 급히 찾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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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정훈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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