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7월호

‘사면초가’ 윤덕홍 교육부총리

“NEIS 협상, ‘아집·과격·비타협’ 전교조에 당했다”

  • 글: 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입력2003-06-24 14: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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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 바꾼 적 없다…언론이 내 말을 입맛대로 잘랐을 뿐
    • 사퇴 안 한다, 퇴임 땐 되레 박수 받게 될 것
    • ”장관 보좌 잘하라”, 대통령이 차관에게 전화했다
    • 전교조는 ‘문제교사’들 바람막이
    • 문재인·이미경… 내가 협상 자리에 넣었다
    • 해임건의안 유보, 대구지역 의원 조력 있었을 것
    • 내년 총선 출마? 교수 출신이 무슨 정치하겠나
    • 사교육비 경감, 임기 중 꼭 실현하고 싶다
    ‘사면초가’ 윤덕홍 교육부총리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파문으로 교육단체들간 대결 구도가 심화되면서 교육인적자원부가 총체적 무력상태에 빠졌다. 일각에선 한국 교육계가 무정부상태라는 비판까지 흘러나올 정도다.

    이는 물론 교육단체들간의 첨예한 갈등구조에도 기인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윤덕홍(尹德弘·56)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의 잦은 말 바꾸기와 ‘오락가락’ 행보 역시 주원인의 하나로 분석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청와대와 고건 국무총리는 윤부총리를 포함해 내각의 경질은 없다고 이미 공표했지만, 그의 사퇴를 강도 높게 촉구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잦아들지 않는다.

    교육문제는 언제나 전국민적 관심사다. 논란의 한가운데에 선 윤부총리는 어떤 생각들을 심중에 담고 있을까. ‘신동아’는 5월 하순 윤부총리의 지인(知人)을 통해 수차례 인터뷰 의사를 타진했다. 연락이 닿은 결과, 5월28일 “인터뷰에 응하겠다”는 최종 답변을 어렵게 받아냈다. 그럼에도 인터뷰 성사는 쉽잖았다.

    윤부총리의 인터뷰 수락 소식을 알아챈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 공보관실 관계자는 6월2일 ‘신동아’에 전화를 걸어와 “현 시점에서 부총리 인터뷰가 나가면 교육계의 파문이 더 커진다. 인터뷰 건은 교육부 전체 차원에서 결정돼야 할 문제이지 부총리 개인이 결정할 만큼 간단하지 않다. 부총리도 인터뷰를 한 달 정도 미룰 생각을 갖고 있더라”며 ‘연막전술’을 펼쳤다. 상황이 이렇게 꼬인 이상 정부중앙청사 내 윤부총리 집무실에선 사실상 인터뷰가 불가능했다.

    기자는 일요일인 6월8일 윤부총리 집으로 직접 찾아가 그를 전격 인터뷰했다. 윤부총리가 거주하는 곳은 서울 홍제동 H아파트. 25평형으로, 부총리로 임명된 후 사비 1억4000만원을 들여 마련한 전셋집이다. 그곳엔 윤부총리와 부인, 대학을 졸업한 큰아들이 기거하고 있다.



    공보관실 몰래 응한 인터뷰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인터뷰는 휴식 없이 3시간 동안 꼬박 이어졌다. 교육부 공보관실측이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진행된 이날 인터뷰는 윤부총리 입장에선 결과적으로 ‘도피성 인터뷰’가 된 셈이다. 아직도 윤부총리의 교육부 장악이 원활하지 않음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방증이기도 했다. 인터뷰 내내 교육부 직원들에 대해 ‘관료’라는 다소 부정적 뉘앙스의 용어를 사용한 것 또한 이런 점과 무관하진 않은 듯했다.

    노타이 차림의 윤부총리는 줄곧 자연스런 어투로 임명 직후부터 지금까지 잇따른 교육계 파문들에 대한 개인적 견해를 밝혔다. 특히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에 대해 각(角)을 세웠음을 확연히 내비쳤다.

    -이번 인터뷰 건을 두고 부총리와 공보관실의 의견이 엇갈린 이유는 뭡니까. 공보관실이 인터뷰를 무산시키려 의도한 것 같은데….

    “공보관실은 제가 언론에 너무 호되게 당하니까 언론의 초점에서 좀 비켜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랬을 겁니다.”

    -부총리께서 인터뷰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강력히 표명하면 문제될 게 없잖습니까.

    “그야 그렇죠. 하지만 공보관실에도 자기네 나름의 룰이 있는 모양입디다. 이번 인터뷰는 그냥 제가 의연하게, 공보관실과 무관하게 응한 겁니다.”

    -인터뷰에 응한 까닭이 있을 법한데요.

    “지금까지 저는 한 번도 말 바꿔본 적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언론에서 그렇게 말하니 국민들까지 그렇게 믿고, 야당 쪽도 그렇게 얘기합니다. 저는 늘 한결같았는데 언론이 왜곡한 겁니다. 아이디어 차원에서 궁리한 것을 사견을 전제로 말하는 것과 정책 발표는 다르지 않습니까? 정책결정은 절차상 토론회나 회의도 거쳐야 하고 이것저것 할 것도 많습니다. 그런데도 언론에서 양자를 구분하지 않으니 제가 소신 없고 우왕좌왕하는 걸로 비쳐졌습니다. 실제론 그렇지 않다는 점을 설명하고 오명도 씻고 싶은 마음입니다.”

    -일간지와 방송에서 부총리의 발언이 잘리는 경우가 많아 진의가 왜곡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구체적 사례를 적시해주시죠.

    “제가 지난 3월6일 저녁 6시40분쯤 부총리 임명 소식을 들었는데, 곧 기자들 전화가 빗발칩디다. 차 안에서 휴대전화를 받았는데 첫 질문이 ‘서울대 공익법인화 문제를 어떻게 하시렵니까’였어요. 저는 사실 그때 그 문제가 논란거리인지도 모르는 상태였어요. 그래서 분명히 밝혔습니다. ‘아직 정식으로 임명장도 받지 않았는데 무슨 정책을 발표하겠는가.’ 그러자 ‘평소 교수 혹은 총장(윤부총리는 부총리 임명 직전 대구대 직선 총장을 지냈다)으로서 가진 지론은 있을 것 아니냐’길래 ‘그런 것은 있다. 서울대 법인화할 수 있으면 하는 게 좋지 않겠나. 일본에도 국립대 법인화 움직임이 있다. 우리도 한번 생각해볼 문제다’ 그랬죠. 그러자 이번엔 ‘NEIS 문제는 어쩌렵니까’하더군요. ‘자세한 건 모르지만 NEIS가 인권과 관련해서 문제가 좀 있는 것 같더라. 그러니 시행을 유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대답했습니다. 다음날 임명장 받고 취임식 한 뒤 교육부 기자실에 갔더니 그 얘기들이 몽땅 기사화돼 있습디다. 그래서 기자들에게 ‘그건 내 사견’이라고 항변했더니 ‘장관은 사견도 얘기하면 정책입니다’라고 합디다. 그래서 임명 다음날부터 ‘말 바꾸는 장관’이 됐습니다. 또 한 번은 임명 직후 제가 이 집으로 이사 오기 전 잠시 중랑교 조카 집에 몸을 의탁하고 있을 땐데 조선일보 기자가 불쑥 찾아와 큰절을 하더니 자기가 교육학을 공부해서 교육현안에 관심이 많다면서 이것저것 묻길래 동생처럼 생각하고 교육문제에 관해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신문에 떡하니 ‘학제개편 검토’라고 시커멓게 났더군요. 사석에서 말한 생각까지 전부 활자화되니 얼마나 당황스럽겠습니까. 참 답답합니다. 그래도 라디오방송은 제 말이 그대로 나오니 덜한 것 같습니다.”

    -NEIS와 관련해선 오락가락하지 않았습니까.

    “NEIS에 관해서도 말 바꾼 적이 없어요. 다만 시행을 유보할 것인가, 정보화위원회를 꾸려 재검토할 것인가 하는 여러 가능성들을 신중히 언급하다 보니 딱 부러지게 말하지 못한 불찰은 있습니다. 그건 공인으로서 반성할 부분이라 생각해요. 하지만 부총리가 되고 나서 한결같이 밝혀온 제 소신은 전자정부 구성에 있어 인권문제가 대두되면 결코 그냥 넘어가선 안 된다는 거였어요. 개인정보의 중앙집적 문제도 한국이 IT강국이니까 비교·검토할 다른 나라의 사례가 많지 않으므로 신중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일관되게 주장했습니다. 즉 법령에 문제가 있으면 법령을 보완하고, 보안에 미비한 점이 있으면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냉각기를 두자는 것, 그것밖에 없거든요. 사실 언론이 NEIS 문제에 대해 지적하려면 인권과 중앙집적 문제를 논의해야 하는데 5월26일에 이뤄진 전교조와의 협상결과를 놓고 ‘전교조에 굴복’ 이렇게 제목을 뽑았습니다. 내막을 들여다보면 언론이 본질적 문제는 빼놓고 전교조와 교육부, 한국교총(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과 교육부 사이의 갈등을 증폭시켜 국회로까지 문제를 비화시킨 혐의가 짙습니다. 제가 이러는 것은 언론에 불편한 마음이 있어서 그러는 건데, 그렇다고 언론과 싸우겠다는 소리는 아니고, 언론이 다른 건 몰라도 국가 미래와 관련한 교육문제만큼은 제대로 다뤄줬으면 하는 바람 때문입니다. 우리 교육이 이 지경이 된 데는 언론의 책임도 30∼40%쯤 됩니다. 이젠 언론이 NEIS 문제를 덮어야 할 때입니다.”

    -교육단체들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떻습니까. 노대통령은 부총리 임명 전부터 임기 5년을 같이 할 것이라고 했는데.

    “제가 임기문제에 대해 왜 말을 아끼느냐 하면요, 마치 자리가 탐이 나서 버티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보일 것 같아섭니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제가 옷 벗었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부정적입니다. 누가 와도 마찬가집니다. 장관 한두 명 바꾸는 건 문제가 아닙니다. 제가 과거 노대통령이 대선 출마하기 전에 자연인과 국회의원으로 있을 때 이렇게 말했습니다. ‘교육부장관 자주 바꾸지 마십시오. 약간 모자라도 오래 놔둬야 교육정책에 일관성이 있습니다.’ YS·DJ정부 때도 그렇게 말했어요. 그런 뜻에서 ‘윤덕홍이 너 서울 와서 교육정책 한번 짜봐라’ 했는데 그만둘 수 있습니까. 참여정부 교육정책의 기본 틀을 짜놓고 나가는 게 저를 발탁해준 임명권자에 대한 예의지요.”

    -6월5일 한나라당이 비공개로 연 긴급 의원총회에서 부총리 해임건의안 제출을 잠정 유보키로 결정했는데, 당시 출신 지역인 대구지역 의원들의 조력은 없었나요?

    “개인적으로 저 자신에 대한 구명운동을 한 적은 없어요. 다만 지인들에게서 저를 내보내는 게 우리 교육을 위해 바람직하진 않다는 말들을 몇 군데에 했다는 말은 들었습니다.”

    -부총리에 대한 노대통령의 배려가 각별한 듯합니다. 청와대와 고건 총리는 해임 의사가 없음을 이미 밝혔고, 6월4일 국무회의에선 부총리에게 박수까지 보냈는데…. 교육계의 사퇴 압력에 대한 노대통령은 의중은 어떻습니까.

    “NEIS 문제로 교육계가 세력화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곤란하지 않은가, 심기일전해서 다시 한번 잘 해보라고 한번 격려를 받은 일은 있습니다. 서범석 교육부 차관도 비슷한 얘길 하더군요. 대통령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좀 일사불란하게 장관을 보좌해서 열심히 일을 잘 해달라고 했다고.”

    항명 vs 내조(?)

    -현재 부총리 정책보좌관 T/O 2명 중 1명은 공석입니다. 더 충원할 계획은 있습니까.

    “교육부가 다루는 사안들이 워낙 복잡하고 각종 이해관계도 첨예하게 대립하다 보니 정책보좌관이 더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교육부에서 정책보좌관의 존재는 좀 특별합니다. 교육부 관료들이 주로 책상에서만 일하다 보니 현장의 소리에 약합니다. 따라서 보좌관이 현장을 많이 다니며 문제점들을 파악하면 장관 입장에선 내·외부의 의견을 동시에 들을 수 있습니다. 어느 부처보다 정책보좌관의 필요성이 절실한데, 예산 문제로 현재는 1명만 뒀습니다. 좀더 운영해보고 1명쯤 더 둬도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때 정책보좌관(3급)이 발령도 나기 전에 교육부 소회의실을 사무실로 사용한다는 등 구설에 올랐는데….

    “그 문제는 다 해결됐습니다. 정식발령 내기 전에 제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불러서 이런저런 것들을 좀 알아보라고 시켜서 생긴 일입니다. 오해가 있었죠.”

    -언론보도나 여러 정황을 놓고 봤을 때 부총리와 교육부 직원들과의 관계가 원만하지는 않은 듯합니다. 교육부 직장협의회의 기자회견 건도 그렇고…왜 이런 현상이 빚어지는 겁니까.

    “처음엔 그랬을지도 몰라요. 제가 부총리로 뽑힌 과정 자체가 복잡했고, 관료들 입장에선 제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고 지방에서 왔으니 새삼스러울 수도 있었을 겁니다. NEIS 문제와 관련해서도 교육부 내에선 사실 타협할 생각이 없었고, 그냥 지금까지 해온 그대로 밀고 나간다는 기조였으니까요. 제가 타협을 해가며 결정을 내릴 때 우려가 있었던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항명이니 뭐 그런 것은 아닌 것 같고, 제가 알아보니 직장협의회도 장관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NEIS로 가야 한다는 성명을 낸 것입디다. 그런데 밖에선 항명이라 하니 곤혹스럽습니다. 직장협의회가 나중에 제게 사과도 했어요. 그런 과정들을 통해 ‘코드’의 차이가 완전히 불식됐다고 봅니다. 전화위복이라 그럽니까? 불편한 가운데 새 질서가 생긴 셈이지요.”

    교육부 직장협의회는 5월27일 부총리의 NEIS 시행 전면 재검토 결정에 반발, 기자회견을 통해 업무거부를 선언한 바 있다. 그런데도 윤부총리는 이처럼 상식적으로 수긍하기 힘든 해석을 내놓는다. 그러나 ‘항명’과 ‘내조(?)’는 엄연히 성격이 다르다. 때문에 일각에선 윤부총리가 교육부 조직 다잡기를 위해 조만간 모종의 인사조치를 단행할 것으로 관측하기도 한다.

    -전교조에 대한 생각은 어떻습니까. 노대통령은 법대로 단호하게 대처하라고 했는데요.

    “전교조란 한 단어 아래 모든 전교조 교사들을 뭉뚱거리기는 어렵다고 봐요. 전교조가 잘한 것도 많습니다. 교단 민주화와 초창기 교육운동의 공(功)은 높이 평가합니다. 지금도 촌지 안 받고, 강의 잘 하고, 학생들에게 잘해주는 교사는 거의 전교조 교사입니다. 그런 전교조 교사들은 우리 교육현장에서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 전교조 집행부는 정말 융통성 없고, 과격하고, 스스로 선을 그은 뒤 물러서는 걸 굴복으로 압니다. 그러니 집행부로서의 전교조와 일반 전교조 교사들은 구분해야죠. 제가 원영만 전교조 위원장에게 ‘학교에서 문제점을 노출한 일부 교사들이 전교조의 우산 밑으로 몸을 피하는 건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전교조완 말이 안 통한다”

    -문제점을 노출한 교사라면?

    “촌지 받고, 수업 열심히 안 하고, 잡부금 거두는 등 물의를 빚은 그런 교사들까지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는 거죠. 그게 무슨 전교조입니까? 정치운동·노동운동 하지 말고 교육운동으로 돌아가라고 제가 몇 번이나 싫은 소리를 했습니다.”

    -전교조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아무 소리도 안 하죠(웃음).”

    -전교조가 ‘변질’됐다고 한 최근의 발언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건가요?

    “전교조 집행부가 ‘앞으론 노동운동으로 가면서 교육운동도 병행해야지요’ 합디다. 하지만 노동운동 한다는 자체가 교단에서 그만큼 멀어지는 것 아니냐 말입니다. 그런데도 NEIS 문제가 종결되면 전자정부 시스템 전체에 대해 재검토할 생각이랍니다. 전교조가 교육 이슈를 지나치게 노동운동에 전용하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수시로 그 점을 지적해도 얘기가 잘 안 통합니다.”

    -전교조는 현 정권의 지지기반이기도 한데, 앞으로 전교조에 각을 세우겠다는 말인가요.

    “현 집행부도 지지기반인가요? 그건 잘 모르겠는데…. 전교조 안에도 강온 노선이 구분돼 있어 일률적으로 전교조가 현 정부와 ‘코드’가 맞니 안 맞니 예단하긴 어렵습니다.”

    -당장 6월20일에 전교조의 NEIS 반대 연가투쟁이 예정돼 있는데….

    “저보고 누구누구 편이라 말들이 많은데, 엄밀하게 말해 제 입장은 학생 편입니다. 전교조든 교총이든 학생들의 학습권부터 고려하는 입장에 서지 않으면 교육부는 전혀 도와줄 용의가 없습니다. 연가투쟁을 대화를 통해 막겠지만 그래도 강행한다면 좀 살벌한 표현이지만,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처할 겁니다.”

    -하지만 부총리는 5월26일 전교조와의 협상에서 결과적으로 전교조의 손을 들어준 당사자이기 때문에 오히려 그쪽을 설복시킬진 의문입니다.

    “전교조 손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언론이 그렇게 표현했을 뿐입니다. 이런 말이 가능할진 모르겠는데…아마도 역대 교육부 장관 가운데 저만큼 전교조를 이해하는 사람도 드물 겁니다.”

    -어떤 의미에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건가요?

    “전교조의 활동이라든가, 그런 것들에 대해 제가 이해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장관과 대학총장 하기 전에 저도 시민운동 많이 해봐서 그쪽에 아는 사람도 많습니다.”

    ‘사면초가’ 윤덕홍 교육부총리

    자택에서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는 윤덕홍 부총리

    -사실 NEIS 파문의 본질은 인권 침해 여부에 있습니다. 곰곰이 따져보면 그다지 어려운 문제는 아닌 듯한데, 이렇게 까지 혼선이 빚어지게 된 근본원인이 뭐라 생각합니까.

    “교육단체들의 세력화가 문제를 푸는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사실 NEIS 문제 하나만 놓고 보면 의외로 간단합니다. 전면시행하자, 하지 말자 양단간에 결정하면 됩니다. 하지만 참여정부에선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예전에야 중앙부처가 지시공문 하나 띄우면 그만이었지만, 지금은 그보다 어렵긴 하지만 그래도 협의와 타협을 하고 참여도 할 여지가 있습니다. 권위주의 권력에 순치된 이들이 보면 ‘대체 뭘 하자는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얼핏 국민들이 보기엔 참여정부 각료들이 조금 나약한 것처럼 비쳐질 수도 있는데 21세기의 새 리더십이 정착되는 과도기적 현상이라 봐야 합니다. NEIS 문제만 봐도 교육정책을 짜는 데 있어 이해당사자들이 타협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가고 있는 좋은 모델이랄 수 있습니다. 전교조는 인권의 중요성과 개인정보의 중앙집적 문제를 부각시켰고, 교총과 교장단 등은 학교종합정보관리시스템(CS)으로 돌아가면 보안에 허점이 있고 비용이 많이 드는 문제점을 지적했는데 나름대로 일리가 있습니다. NEIS 문제는 얼른 보면 갈등 같은데, 내막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문제점을 공론화한 거예요. 지금은 그 해법을 찾는 과정입니다. 여러 문제점들이 사회에서 걸러지는 이런 과정은 앞으로도 괜찮은 교육정책 모델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문제점들이 제대로 걸러져서 봉합되는 과정이 현실적으로 순탄하진 않을 텐데요. NEIS에 관한 부총리의 분명한 소신은 뭡니까. 무소신-무원칙이란 비판도 강한데….

    “개인적으로, 늘 ‘개인적으로’라니까 또 말 바꾼다고 할까봐 조심스러운데…국회에 가서도 제가 그랬어요. ‘보안은 NEIS보다 CS가 훨씬 좋다. 그러나 개인정보를 중앙집적할 것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는 교육철학적 문제다. 이건 심각히 논의해야 한다….’만약 개인정보 집적을 하지 말라고 하면 CS도 하면 안 됩니다. 그야말로 개인정보는 교사의 교무수첩에만 들어 있어야 합니다. 그러니 집적 문제에 대해 집중토론을 해서 법적·기술적 문제점들을 논의하자는 것 아닙니까.”

    “NEIS 파문은 갈등 아니라 공론화 과정”

    -6월1일 발표한 NEIS 시행지침은 고3은 일단 NEIS로 가고, 고2 이하에 대해선 정보화위원회에서 최종방침을 정할 때까지 교무·학사, 보건, 입(진)학 등 3개 영역을 수기(手記)로 하되 개별 학교 실정에 따라 단독컴퓨터(SA), CS, NEIS 등을 골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지침이 향후 또다시 바뀔 여지는 없다고 봐도 됩니까.

    “그렇습니다. 시행지침은 그것대로 가면서 올해 안에 정보화위원회를 통해 NEIS 문제에 대해 최종 결론을 내리겠다는 원칙엔 변함 없습니다.”

    -정보화위원회는 구체적으로 언제 구성돼 운영됩니까. 법률·정보·교육전문가들이 참여한다는데 면면은 어떻습니까.

    “다음주 중 교육단체들과 함께 어떻게 구성할지에 대해 예비토론을 할 겁니다. 다음다음주쯤 되면 윤곽을 공개할까 합니다.”

    -현재 위원으로 물망에 오르는 사람들이 있습니까.

    “아직은 없습니다. 하지만 누구든지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명망과 권위를 동시에 갖춘 전문가들을 초빙할 겁니다.”

    -교육부가 NEIS 사용 여부를 사실상 개별 학교 자율에 맡긴다는 시행지침을 발표하는 데 있어서 부총리의 의견은 어느 정도 반영됐습니까.

    “고2 이하에 대해 저는 모든 가능한 방법을 병행하자고 했죠. 그런데 NEIS 용어가 들어가면 실제 NEIS로 가는 것 아니냐는 반발도 나올 수 있어 걱정도 됐습니다. 전교조는 고3에 대해서도 병행을 주장했지만, 그래선 안 된다고 설득을 했습니다.”

    -NEIS 시행 중단시 발생할 추가비용을 두고 전교조와 교육부의 계산이 왜 그렇게 틀립니까. 전교조는 500억∼1000억원이라 하고 교육부는 2조3000억원(올해부터 5년간)이라 추산합니다.

    “교육부 추산이 맞습니다. 국가정보원 지침에 따르면 반드시 데이터베이스(DB) 서버가 있는 곳에 별도의 관리자를 두게 돼 있어요. CS로 복귀하면 전국 1만800개 학교에 서버를 두고 1만800명의 서버 관리자까지 둬야 합니다. 시골에 가면 학생 수 100명 미만에 교사 1명뿐인 학교가 상당수입니다. 그런 학교에다 서버 갖다놓고 관리자 둔다는 게 말이 됩니까. CS는 그런 제도입니다. 전교조는 시군교육청별로 1∼2명이 30∼40개 학교의 서버를 관리하면 된다고 주장하지만 그러면 해킹에 취약하니 말이 안 되죠.”

    -6월1일 발표한 NEIS 시행지침에 대해 전교조가 5월26일의 합의안 제3항을 정면으로 깼다고 문제삼는데요. 합의안엔 고2 이하에 대해서 교무·학사, 보건, 입(진)학 등 3개 영역은 NEIS 이전 체제로 한다고 했었는데, 이것은 전교조 말대로 시행지침과는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합의안의 원칙은 NEIS 전면시행 재검토였고, 이를 2003년 12월31일까지 결론짓는다는 겁니다. 단 임시방편으로 고3만은 NEIS로 간다는 겁니다. 협의과정에서 전교조에 제가 얘길 했어요. 고2 이하에 대해선 NEIS란 용어를 쓰지 않더라도 여러 다른 방안들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전교조와 암묵적 동의도 했었는데, 나중엔 전교조가 NEIS란 말은 빼고 ‘기타 방법’이란 말을 써주면 안 되겠느냐고 요청합디다. 거기엔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교육부가 안을 만들어 5월31일 고위정책조정회의에서 통과시켜 6월1일 시행지침을 발표한 것이죠. 회의 당시 장관들이 학교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NEIS든 CS든 SA든 수기(手記)든 학교 실정에 맞도록 교장이 리더십을 발휘해서 교사들과 논의해 결정하는 게 좋다고 결론내린 겁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전국 학교의 97%가 현재 고2 이하에 대해 NEIS를 사용해온 만큼 결국은 NEIS를 택할 수밖에 없고 그것이 곧 NEIS 전면시행 아니냐는 전교조의 주장엔 일리가 있는 것 같은데요.

    “그럴 수도 있죠. 그런데 그게 뭐 그리 대단한 사안입니까? 중요한 건 반드시 CS로 돌아가야만 한다는 전교조의 아집이 더 이상하다는 겁니다. NEIS로 가도 DB 서버를 시군교육청별로 쪼갤 수 있습니다. 전교조가 말한 인권과 개인정보 집적의 문제가 이미 공론화됐고 그것을 정부가 충분히 받아들인 상황이면 전교조로선 이미 성공한 겁니다. 주장이 받아들여졌으면 됐지, 반드시 자기 안(案)이 선택돼야 한다는 게 참된 운동방식인가요?”

    -NEIS 문제를 둘러싸고 부총리와 교육부 실무진 간에 이견은 없었나요? 만일 이견이 없었다면 처음부터 일사불란하게 진행될 수 있었을 텐데…직원들은 부총리가 상황에 따라 말을 바꿔 일이 더 어렵게 꼬였다고 합니다.

    “이견은 없었죠. 다만 교육부 관료들은 어떻든지 NEIS를 그대로 운영했으면 했고, 저는 일단 시행한 뒤 파생되는 문제점들을 차차 고쳐나가자는 건 인권과 관련해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관료들이 제게 불만이 좀 있지요.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가능한 한 사전보완해서 시행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교육부 직원들이 취임 초기에 부총리를 별 문제가 불거지지 않는 NEIS 시범학교로만 데리고 다녔다는데…. 몇 개 학교나 가봤습니까.

    “서울과 지방 합쳐서 4∼5군데쯤 갔습니다. 초기에 전교조가 시범학교만 방문한다고 비판하길래 그 뒤론 관료들이 추천하지 않는 학교도 임의로 가봤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가보니 교단갈등이 언론에 난 것만큼 심각하진 않습디다. 신문 보면 마치 학교가 뒤집어진 것 같잖아요.”

    -부총리가 방문하는 학교에서 갈등이 불거지겠습니까. 마냥 조용하겠죠.

    “전국 1만800개 학교 중 몇백 개 정도만 시끄러울 겁니다.”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를 지나치게 의식할 필요가 있었습니까. 인권위 권고를 존중하겠다고 한 진의는 뭡니까. 혼란만 더 가중됐지 않습니까. 상황 모면을 위한 것이었나요?

    “전자정부로 가는데도 아무도 인권에 대해선 제대로 지적하지 않습디다. 그래서 인권위 권고를 존중하겠다고 했고, 인권위가 NEIS에서 빼라는 입력항목들을 다 뺄 생각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인권위가 개별 입력항목이 아니라 교무·학사 등 3개 영역을 통째로 빼라고 권고한 겁니다. 게다가 한 발짝 더 나아가 방화벽을 설치하고 CS로 돌아가라고 했으니 이건 엄청난 예산이 낭비되는 겁니다. 그래서 6개월간 생각한 뒤 결정하자 이렇게 된 겁니다. 인권위 권고를 준수해야 하는가에 대해 지금도 논란이 있지만, 교육문제에 한해서만큼은 제 개인적으로 인권위 권고를 존중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나중엔 인권위 권고에 구속당할 이유가 없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물론 법적으론 구속될 필요가 없지요. 국회에 가서도 그랬습니다. 인권위 권고는 존중하지만 따를 필요는 없다. 그러나 존중에 대한 소신은 변함 없습니다.”

    -부총리에 대한 교육계의 비판을 바라보는 교육부 실·국장들의 견해는 어떻습니까.

    “그들도 ‘부총리의 원래 생각하곤 다르게 알려지고 있네요’ 하는 식으로 얘기하지요.”

    -교육부가 그동안 수장(首長)을 ‘왕따’시키는 ‘마피아적 행태’를 되풀이해온 사실은 알 만한 사람이면 다 압니다. 그런 세간의 비판은 아직 유효하다고 봅니까.

    “교육부 관료들이 일은 정말 열심히 합니다. 그러나 노력에 비해 평가가 그렇게 높질 않습니다. 대학교수들과 초중고 교사들에게 물어봐도 교육부에 호감이 없습디다. 정부 내 다른 부처들도 교육부에 호감을 보이지 않습니다.”

    -왜 그렇다고 생각하세요?

    “우선 교육부가 홍보를 잘 못하는 것 같고…아무래도 교육부는 효율성과 논리성을 우선하는 경제부처완 달리 정책의 효과가 한참 후에 나타나니까요. 교육부 일의 성격 때문 아닐까요?”

    -부총리도 교육부의 신임장관 흔들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아닌가요.

    “사실 그럴 수 있지요. 교육부 업무가 굉장히 복잡한데…업무 잘 모르고 있다 막히곤 하면 장관이 혼자 공중에 붕 떠 있다 나가는 경우가 많았죠. 저는 이번 NEIS 갈등이 오히려 교육부의 단결에 기능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봅니다. 앞으로 해나가야 할 정책들을 보면 NEIS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하진 않습니다. 토론회·공청회도 하고, 외부기관에 용역도 주고, 교육혁신위원회와도 논의하는 등 모든 교육주체들을 대상으로 네트워크를 구성해 거기서 모든 문제들이 논의될 수 있도록 할 겁니다.”

    -제 말은 부총리 취임 이후 직접 경험한 사례들을 묻는 겁니다.

    “글쎄요. 별로….”

    -부총리의 업무파악이 덜 됐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젠 업무 거의 다 알아요. 3개월 지났죠? 국회에도 불려갔죠? 아직도 업무파악 못하면 돌대가리게?”

    -취임 당시 어떤 교육 비전을 갖고 있었습니까.

    “많지요. 우선 우리나라 초중고생들이 공부를 너무 많이 합니다. OECD 기준에서 보면 한국 학생들 성적은 최고 수준입니다. 교사들의 근로조건과 보수도 세계적입니다. 그러나 교육환경은 그렇지 못해요. 입시위주 교육 때문에 자기가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 해결하는 창의적인 공부가 안 돼 있어요. 공교육 활성화가 안 되는 이유 중 하나도 대학입시 때문입니다. 제가 꼭 하고 싶은 건 사교육비를 경감해 입시경쟁 과열을 줄이는 일입니다. 이걸 꼭 해보고 싶어서 현재 사교육비 경감대책 연구팀을 가동중인데, 연말까지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을 계획입니다.”

    -지금 말한 내용은 임기 중에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죠?

    “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임기 중 못 하더라도 기본 틀만은 만들어놓았으면 하는 내용들도 있습니다. 전교조와 교총의 갈등구조를 현격히 줄이는 방법인데, 교육부 권한을 50% 가량 시군교육청으로 이관합니다. 교육감은 지역 교육장에게, 교육장은 단위 학교장에게 다시 이관합니다. 분권과 자율 원칙에 따라 단위학교의 자치역량을 강화하는 거죠. 즉 학교운영위원회를 활성화해 학부모, 교사, 지역인사들이 학교운영에 참여하고 학교장은 학교를 책임경영하는 시스템을 만들면 교육현장의 갈등이 크게 줄 겁니다. 언젠가 우리 교육이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제 임기 중엔 안 되더라도요. 그래서 지금 교육부에선 무슨 기능을 이관할 것인가 고심중입니다.”

    -지금 말하신 부분은 ‘사견’입니까, 교육부 장관으로서의 견해입니까?

    “옛날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제 지론입니다.”

    -노대통령이 6월2일 취임 100일을 즈음한 기자회견에서 NEIS 파문과 관련, 교육개혁 추진과 교육갈등 해소를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교육혁신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진행중입니까.

    “위원장으로 전성은 샛별중 교장이 이미 내정됐죠? 위원들은 각 기관에서 3배수 추천을 받고 있습니다. 늦어도 6월 안에 출범할 겁니다. 교총은 왜 전교조 관계자들이 교육혁신위 추진단 구성에 있어 강세를 보이는가 불평하는데 아무래도 그들이 인수위에서 활동했으니 그럴 겁니다. 그러나 교육혁신위엔 각계각층 인사가 공정하게 참여할 겁니다.”

    -참여정부엔 과거 교육문화수석처럼 교육부와 청와대를 이어주는 직제가 없습니다. 별 무리는 없습니까.

    “이정우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한 번 건의해본 적은 있어요. 그러나 청와대 기구가 커진다며 수석제도를 두는 것을 부담스러워합디다. 웬만한 사안은 자기에게 얘기하면 대통령에게 전달하겠다고 했어요. 또 사안이 중대할 땐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했습니다. 제 생각도 수석이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큰 불편은 없을 것 같아요. 근본적으로 대통령의 교육 마인드는 교육부 일은 교육부 장관이 알아서 하라는 것입니다.”

    -청와대가 부총리를 경질하지 못하는 속사정이 대타(代打)가 없어서라는 시각도 있는데요.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사람이야 많지 않습니까. 다만 일단 일을 맡겼으면 한번 지켜본 뒤 일이 잘못되면 사람을 갈아야 하겠지요. 제대로 일을 해보기도 전에 사람을 가는 것은 무리가 아니겠습니까?”

    -청와대가 다른 인사를 새 교육부총리감으로 물색중이란 정보도 있습니다.

    “청와대 쪽에 직접 확인해보니 사실이 아닙디다.”

    -전교조가 교육부의 NEIS 시행지침이 법률적 근거도 없이 교사들에게 NEIS 시행을 강요했다는 이유로 부총리를 포함해 교육부 관료 4명을 6월2일 서울지검에 직권남용과 강요 등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은 맞는 주장인가요.

    “법적 근거는 있습니다. 다만 현재 NEIS 시행의 근거가 되는 조항들은 여러 법에 흩어져 있지요. 하지만 지금 당장 시행하는 데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닙니다.”

    -일각에선 부총리가 교육계는 물론 국민들에게까지 신뢰를 잃은 마당에 제대로 된 교육행정과 지도력을 펴는 게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을 겁니다. NEIS 문제는 리더십에 관한 문제나 신뢰성에 관한 문제가 아닙니다. 주객과 본말이 전도된 큰 싸움에 교육부가 말려든 겁니다. 앞으로 교육부가 다른 정책들을 하나둘씩 실행에 옮기면 불신은 사라질 겁니다. 아마도 제가 퇴임할 때는 ‘야, 멋지게 장관 하고 나간다’고 할 겁니다. 어쨌든 언론과 국민에 그렇게 비친 데는 제 잘못도 있겠지요. 이젠 저도 조심할 건 조심해야지….”

    -부총리 취임 후 처음으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수능 자격고사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파장이 일자 현 입시제도는 적어도 2005년까지 바뀌지 않을 거라며 한 발 물러섰는데, 왜 이런 일이 생겼습니까.

    “나중에 알아보니까 수능시험 방식은 실시 3년 전에 예고하게 돼 있습디다.”

    -그런 규정이 있다는 걸 몰랐습니까.

    “몰랐죠. 그러나 제 말은 ‘정책’이 아닌 ‘생각’이었으니까요. 수능을 두고 옛날부터 말이 많았습니다. 수능시험 비중을 낮춰야 한다는 게 교육부의 기본 입장입니다.”

    -5월18일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에서도 부총리의 신중치 못한 발언이 문제가 됐습니다.

    “제가 별로 말을 꾸미지 못하고 누구와도 얘기를 잘 합니다. 의원들도 그러데요. ‘당신이 사람 좋아 보이고 사적인 자리에서 이야기를 술술 잘 하지만, 공인으로서 오해를 불러일으키니 신중하라’는 충고를 받았죠.”

    대통령에겐 협상결과 사후보고

    -5월25일 밤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 원영만 전교조 위원장, 이미경 민주당 의원, 차상철 전교조 사무처장과의 심야 협상에서 왜 교육부 실무진이 참여하지 못한 채 부총리 혼자 모든 걸 다 처리했습니까.

    “이미경 의원의 참석 배경을 밝히지요. 민주당과 교육부가 NEIS 문제로 인한 교육계 갈등을 막아보자는 취지에서 당정협의회를 했습니다. 당시는 이미 대통령이 원칙적 대응을 천명한 후였죠. 그러나 더 중요한 건 전교조의 투쟁에 무조건 원칙대로 대응해 징계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란 사실입니다. 당정협의회에서 NEIS 시행을 재검토해볼 용의가 없느냐 하는 말들이 나왔고, 이미경 의원이 중재를 한 번 해보라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그래서 이의원이 참석한 겁니다.”

    -문수석에겐 누가 부탁했습니까?

    “제가 직접 했어요.”

    -그러면 그날 전교조와의 합의안은 누가 작성했습니까. 교육부 직원들은 합의안을 작성하지 않았고 발표 직전에야 알았다는데….

    “당정협의회 결과 NEIS 시행을 6개월간 재검토하자는 결론이 도출됐어요. 그러면 남은 문제는 그 기간 동안은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임시방편뿐이지 않습니까. 그 대안이 ‘고3은 NEIS, 고2 이하는 다른 방법 병행’인데 그런 작은 사안까지 관료들과 일일이 협의할 필요가 있습니까.”

    -협상에서도 교육부 실무진이 배제됐다는데….

    “협상은 조계사 옆 ‘유정’이란 음식점에서 5월25일 밤 10시부터 26일 새벽 1시까지 진행됐습니다. 원래 밤 9시부터 있을 예정이었는데 원영만 전교조 위원장이 1시간 늦게 왔어요. 어쨌든 교육부와 전교조 간 의견조율이 안 돼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니까 일단 교육부 실무진들을 다른 방으로 내보낸 뒤 협상을 계속한 겁니다. 교육부 차관, 기획실장, 정보기획단 국장도 그날 와 있었어요.”

    -사실이 그렇다면 왜 실무진이 배제됐다는 말들이 나오는 겁니까.

    “그건 이렇습니다. 전교조도 그렇고 교육부도 그렇고 마지막에 결정하는 건 최고 의사결정자의 몫 아닙니까. 그래서 협상 당시 협상결과를 26일 청와대에 보고할 때까지 절대 외부에 알리지 말 것을 전교조와 합의했어요. 저는 약속대로 다음날 청와대에 보고했습니다. 하지만 전교조는 한 일간지 기자를 대기시켜놓고 있다가 협상이 끝나자마자 협상결과를 흘렸습니다. 즉 전교조가 협상의 룰을 깬 겁니다. 결국 언론엔 전교조 입맛대로 ‘NEIS 폐기, CS 회귀’로 보도됐죠. 그렇게 되니 교총과 교장단들이 흥분해서 들고 일어난 거지요. 원만한 수습을 하려다 결과적으로 그게 안 된 겁니다. 먼저 일이 꼬이게 만든 것은 전교조입니다.”

    -합의안은 부총리가 최종 결정한 겁니까.

    “이의원, 문수석과 함께 논의했죠.”

    -그렇다면 그 합의안에 대해 부총리가 굳이 ‘스스로 내린 정치적 결단’으로 풀이할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그 때문에 교육문제를 정치적으로 결정한다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그런 게 정치적 결단 아니면 뭐가 정치적 결단입니까.”

    -그런 뜻이 아니라 ‘이렇게 협의해 최종적으로 결론을 내린 것이다’, 지금처럼 이렇게 해명하면 문제가 없지 않았을까요?

    “‘정치적 결단’이란 용어가 적절하지 않습니까?”

    “앞으론 청와대 도움 안 받겠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전교조와의 협상 이후 교육부 직장협의회가 항명한 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데요.

    “저는 항명이라 보지 않는데…그날 협상 후 교육부로 돌아와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밤새워 일했는데도 협상결과에 서운해하는 직원들의 눈망울을 보니 제 마음이 슬프다는 내용이죠. 그랬더니 그들이 ‘부총리가 외로운 결단을 내렸지만, 우리 부의 입장은 NEIS로 가야 한다는 것’이란 자체 의사를 기자회견을 통해 표현한 것으로 압니다.”

    -그건 매우 자상한 해석인 듯합니다. 사상 초유의 항명이 항명이 아니라면 뭐가 항명입니까.

    “직장협의회가 이전부터 기자회견을 약속해놓았던 모양입디다. 그날 차관이 직장협의회가 NEIS 문제에 관해 기자회견을 한다고 귀띔하길래 그건 의사표현이니까 그럴 수도 있지 않겠나 하고 괘념치 않았던 겁니다.”

    -부총리는 대구대 총장 시절 투명성과 원칙을 강조한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 이번 전교조와의 은밀한 협상이 과연 투명한 것이냐고 비판받을 수도 있을 듯합니다. 예전의 철학과 정면 배치되는 것 아닙니까. 더욱이 교총과 교장단은 협상에서 배제된 상황이었습니다. 그건 교장단과 교총보다 전교조가 세 과시에 능하기 때문 아닙니까.

    “그 말은 좀 이상합니다. NEIS 시행에 인권침해 소지가 있으니 시행을 중단하라고 주장하는 쪽은 전교조뿐입니다. 그러니 다른 단체들은 그 문제에 대해선 당사자들이 아닙니다. 민주적으로 폭넓은 의견을 들어본다는 차원에서라면 몰라도….”

    -교육에 문외한인 문수석이 개입함으로써 일이 더 꼬였다는 언론보도에 대한 생각은요?

    “어쨌든 파국만은 막아야 하니 문수석을 참여시킨 겁니다. 화물연대 파업사태도 있고 해서 교육분야에서만큼은 대화와 타협의 모델을 찾아보자는 의도였습니다.”

    -당시 문수석의 역할은 뭐였습니까.

    “문수석은 전교조를 계속 달랬죠. 분쟁이 있는 곳에 참석해 실정을 들어보고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게 민정수석의 임무니까.”

    -앞으로도 교육계의 갈등에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할 소지가 크다는 우려가 높습니다.

    “앞으로는요, 전교조 전임 집행부들 있죠? 그런 이들을 협상 테이블에 참여시킨다거나 할 겁니다. 교총은 교총대로 또 그런 식으로 하고. 이번에 문수석이 나서니 말들이 많고, 또 내가 직접 나서니 구설에 오르고 모양도 점잖지 못하다는 말들이 많아 앞으론 가급적 여러 단체 관계자들을 참여시킬까 합니다.”

    ‘사면초가’ 윤덕홍 교육부총리

    NEIS 파문을 계기로 윤부총리는 전교조에 대해 각을 세웠다.

    -5월28일, 노대통령이 “전교조 문제에서 타협하지 말고 법대로 밀어붙이라고 지시했는데, 부총리와 문수석, 이미경 의원이 합의하고 왔다”며 “대통령 지시가 안먹혔다”고 했습니다. 결국 대통령이 사전에 몰랐다는 얘깁니까.

    “협상 끝나고 나서 보고했어요. 그런데 아직 질문이 더 남았습니까.”

    -조금만 더 하겠습니다. 마무리는 해야지요.

    “수능시험보다 인터뷰가 더 어렵네요.”

    -올해 초만 해도 전교조, 교총, 한나라당은 NEIS 문제에 관한 한 ‘동지’였습니다. 하지만 3월말 반미수업 논란, 4월 초의 보성초교 서승목 교장 자살사건 등이 벌어지면서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결국 이런 문제들로 대립각을 세웠던 세력들의 보-혁 대결 구도에서 교육부가 눈치보기에 급급하다 결과가 이렇게 됐다고 보지 않습니까.

    “보성초교 교장 자살사건 이후 교장단과 교육감들, 교총이 전교조를 공박할 때 저는 이런 얘길 했어요. 이 문제와 NEIS는 다른 문제라고. 전교조가 자살사건에 개입했느냐 하는 문제는 경찰 조사가 끝난 후 냉철하게 생각해보자고 그랬습니다. 하지만 NEIS 문제가 지나치게 과열되어 있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인선기준 두루 충족한다고 자평

    -노대통령이 제시했던 교육부총리 인선기준인 개혁성, 공동체의식, 경영마인드, 교육주체들의 호감도 등을 두루 충족할 수 있는 인사라고 자평합니까.

    “제가 개혁성은 있지요? 공동체성도 있고. 경영 마인드는 확실하지요, 대학을 경영했으니…. 교육주체 호감도는 처음엔 높았는데 지금은 좀 떨어졌죠(웃음). 아마 곧 회복될 거예요.”

    -참여와 자치를 내건 교육혁신위에 기대가 높습니다. 이는 교육개혁심의회, 교육정책자문회의, 교육개혁위원회, 새교육공동체위원회, 교육인적자원정책위원회 등 과거의 대통령 자문기구들과 차별성이 있습니까.

    “예전 위원회들이 내놓은 보고서들을 봤는데, 이번만큼은 보고서 제출하는 수준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교육부가 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을 교육부와 보완해서 하는 쪽으로 갈 겁니다.”

    -5월9일 학부모단체와의 간담회에서 학교 지배구조 재검토 계획도 있다고 했는데, 교사회와 학부모회의 권한 강화를 의미합니까.

    “그런 얘기까진 안 했습니다. 단위학교 자치역량을 강화하고 학교운영위원회 활성화를 검토한다는 말만 했지요.”

    -평소 지론으로 강조해온 지방대 육성방안에 대한 견해는?

    “우선 산자부, 정통부, 과기부, 교육부가 따로따로 해오던 지방대 육성 프로그램을 한군데 모아야 예산 배분이 효율적으로 이뤄집니다. 이 문제는 지방균형발전위원회가 컨트롤할 겁니다. 다음으론 대학에 돈을 그냥 지원하면 건물 짓는 데 다 써버리니까 앞으로는 대학, 연구소, 지방자치단체, 지방 산업계 등과 지역혁신위원회를 구성해 어느 대학 어느 학과 어느 학생을 어느 업체에 취업시키면 고용이 얼마나 늘고 지방경제가 얼마나 활성화될 것이라는 종합 프로그램을 들고 와야 지원해줄 겁니다. 예전과는 많이 다르지요.”

    -부총리가 대통령직 인수위 단계에서부터 참여하지 못해 참여정부의 교육정책 방향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것 아닙니까.

    “인수위나 참여정부 초기 어떤 일들이 있었는진 모르겠지만, 제가 교수 시절부터 주창해온 교육관련 사안들이 한 번씩 다 거론되는 걸 보면 제가 많이 아는 것 아닙니까.”

    -이공계 기피현상에 대한 대안은 있습니까.

    “그럼요. 교육부만으론 안 되고, 과기부와 함께 추진중인데 이공계 학생들에게 장학금 등 여러 가지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논의중입니다.”

    -부총리는 3월7일 취임식에서 교육부의 각성을 촉구하는 ‘쓴소리’를 쏟아낸 바 있습니다. 내부 반응은 어땠습니까.

    “앞으로 자기가 거느릴 부하들을 그렇게 꾸짖으면 되느냐 수장으로서의 도리가 아니다, 잘 꾸짖었다 등 2가지 반응이 있었죠. 하지만 꾸짖은 게 아닙니다. 밖에서 교육부를 이렇게 보고 있으니 같이 잘해보자는 의미였습니다.”

    “총선 출마, 논의한 적 없다”

    -임기 문제와 관련, 최근 청와대가 힘을 실어주는 것이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포석 아닌가요? 이강철 민주당 조직강화특위 위원이 영남권 신당 후보로 부총리를 거론했는데요.

    “그건 저와 의논한 바 없고, 제 입으로 얘기한 적도 없습니다. 교수 출신이 정치를 하겠습니까?”

    -서울대가 3월17일 학부정원 감축 의지를 표명했는데, 정원 감축 폭과 대상은 어느 정도일 것 같습니까.

    “아직 구체적인 건 없습니다. 서울대 쪽에서 학부 학생을 좀 줄이고 대학원을 키울 예정인데 교육부가 지원을 좀 해달라는 의견을 보내온 정도죠.”

    -만일 임기 5년을 채우게 된다면 임기중 반드시 실현하고픈 정책이 있습니까.

    “사교육비 경감, 대학 신입생 선발의 다양화, 단위학교 자치역량 강화 등 3가지만큼은 꼭 해보고 싶습니다. 그것만 이뤄지면 우리의 교육 틀이 민주적 방향으로 바뀔 걸로 봅니다.”

    -취임 90일이 조금 넘었습니다. 지난날을 간략히 총평한다면?

    “점수로 할까요?(웃음) 어느 신문 보니까 각료들 중 성적이 맨꼴찌던데…기분이 좀 안 좋습니다. 총평하자면, 이제 막 엔진 시동을 걸어놨는데, 왜 빨리 차가 움직이지 않느냐는 외부의 비판을 받는 상태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장시간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부총리는 중간중간 웃음을 섞어가며 인터뷰에 응했다. 그 웃음이 그를 ‘버리자니 대타(代打) 없고 두자니 시끄러운 계륵(鷄肋)’이라 표현한 언론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까. 윤부총리의 행보는 꾸준히 관심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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