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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의 삶

장애인 권익 지킴이 박종태

“장애를 무기 삼지 말고 당당히 살아야죠”

  • 글: 이계홍 언론인·용인대 겸임교수 khlee1947@hanmail.net

장애인 권익 지킴이 박종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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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애인 세계에서 ‘해결사’로 불리는 사람이 있다. 장애인이 눈물을 흘리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문제를 해결하는 박종태씨가 그 주인공.
  • 박씨 역시 한쪽 다리와 손가락 3개를 크게 다친 2급 장애인이다.
  • 그는 “장애인 권익 향상에 필요한 것은 ‘훌륭한’ 보호소가 아니라 실생활에서 장애인들이 불편 없이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작은 편의시설들”이라고 주장한다.
장애인 권익 지킴이 박종태
장애인의 권익을 위해서라면 언제 어디든 달려가는 사람이 있다. 올해 46세의 박종태씨. 그 역시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엔 인공관절이 박혀 있고 공장의 프레스기에 손가락 3개를 크게 다친 2급 장애인이다.

재산이라곤 경기도 안산시의 12평짜리 영구 임대 아파트와 110만원짜리 디지털 카메라, 낡은 알루미늄 가방뿐인 그는 장애인이 눈물을 흘리는 곳이면 어디든 쫓아가 문제를 해결한다. 그래서 장애인들 사이에서 그는 ‘해결사’ ‘장애인 권익 지킴이’라 불린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에서 추산한 우리나라 장애인 수는 약 500만명. 당당하게 사회로 나오지 못하는 장애인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박씨는 전국을 순회한다.

그가 미리 보내온 활동 내용 자료를 살펴보니 책 한 권은 될 정도로 방대하다. 장애인 시설에 대한 고발, 의견에 관한 글이 대부분이었지만 산자부장관, 철도청장 등을 고발한 고발장도 포함돼 있다. 그의 활동을 보도한 신문과 방송 스크랩도 50여 건이 훌쩍 넘는다.

필자와 만난 날 박씨는 날씨가 무척 더운데도 검정색 셔츠에 긴소매의 검정 점퍼를 입고 있었다. 이유를 물었더니 그는 “제 마음은 수도자나 다름없습니다. 광야의 신부 흉내를 내보는 겁니다”라며 조용히 웃었다. 수도자의 마음가짐을 가지려 검정 옷을 입는다는 것.

-장애인 권익 운동을 시작한 동기는 무엇입니까.

“처음에는 장애인 단체 회원으로 활동했는데, 이런저런 제약이 많더군요. 그래서 지금은 혼자 장애인 권익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장애인 지킴이가 된 동기 대신 혼자 활동을 벌인 사례를 설명했다.

“안산시가 1997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장애인 복지회관 건립이 시의회의 반대로 계속 표류하고 있었어요. 교통난이 심해진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였지만 속내는 ‘혐오시설’을 시내에 둘 수 없다는 거였죠. 지역 주민들도 건립을 찬성한 터에 시의회가 반대하니 야속하더군요. 건립이 지연되면서 갈등이 심화됐죠. 그래서 제가 1998년 5월 시의회 본회의장에 불을 질렀습니다. 그리고 방화혐의로 구속돼 3개월간 복역했죠. 그런데 막상 제 행동에 대해 장애인 단체가 냉담한 반응을 보이더군요. 과격했지만 장애인을 위해 한 일이었는데도 말입니다. 석방 탄원서도 모두 지역주민들이 나서서 내준 겁니다.”

-보통 자기가 사는 지역에 장애인 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꺼리는데, 다행스런 일이군요.

“그렇지요. 안산시민들이 선진 시민의식을 가졌다고 봐야죠. 주민들이 반대하지 않는데 시의회가 반대를 하니 ‘혐오시설은 오히려 시의회 본회의장이다’ 하고 불을 붙였던 거죠. 다행히 불길은 곧바로 잡혔고 이 사건 이후 언론에서도 각별한 관심을 보였어요. 덕분에 1999년 4월 복지회관이 무사히 건립됐고 현재 잘 운영되고 있어요.”

그는 “장애인일수록 시내에서 비장애인과 어울리면서 살아야 하는데, 흔히 장애인 시설을 산골짜기에 지으려 하죠. 그러면 서로간의 단절만 가져올 뿐입니다” 하고 주장했다. 지루한 싸움이었지만 결국 그는 승리를 거뒀다.

박씨의 활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대학에 합격하고도 생활고 탓에 진학을 포기하려고 했던 장애인 여학생과 평생을 집 안에서만 생활하던 중증 장애인 자매에게 학비와 병원치료비, 전동 휠체어 등을 선물했다. 비용은 100% 모금활동을 통해 마련했다. 그가 해온 장애인 권익운동에 대한 설명은 끝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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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계홍 언론인·용인대 겸임교수 khlee194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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