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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연구

박봉흠 청와대 정책실장

관료 엘리티즘 강한 조정·조율의 名手

  • 글: 이형삼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 hans@donga.com

박봉흠 청와대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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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부터 칭찬을 아끼지 않던 박봉흠 기획예산처 장관이 마침내 청와대에 입성했다.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으로서 그에게 주어진 임무는 ‘국가 주요 정책 및 현안 과제의 종합 조정’. 정부와 국회의 복잡다기한 이해관계를 남다른 친화력과 설득력으로 조율해온 예산通에게 걸맞은 자리라는 평가다.
박봉흠 청와대 정책실장
‘우(右)봉흠’이 마침내 청와대에 둥지를 틀었다. 지난 1월2일 아침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기획예산처 장관에서 자리를 옮긴 박봉흠(朴奉欽·56)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임명장을 주는 것으로 새해 업무를 시작했다. 그간 학자 출신의 이정우(李廷雨) 실장 아래서 싱크탱크쯤으로 비쳐졌던 청와대 정책실은 ‘실세’ 박 실장의 입성으로 그 기능과 위상을 새로이 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김진표(金振杓)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과 박봉흠 기획예산처 차관을 “내가 만나본 관료 가운데 가장 유능한 두 사람”으로 꼽아 ‘좌진표·우봉흠’이란 말을 낳았다. 서울대 동문이자 행정고시 13회 동기인 두 사람은 노무현 정부 출범과 함께 나란히 경제부총리와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발탁돼 새 정부 경제팀의 핵심 포스트를 맡았다.

지금까지 노 정부 경제팀은 외형상 안정지향 관료그룹의 김진표 경제부총리와 개혁성향 학자그룹의 이정우 청와대 정책실장이 ‘투톱’을 이루며 견제와 균형을 기하는 구도였다. 그러나 이제 ‘실험 동거’는 끝났다.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 노 대통령의 신임을 한몸에 받아온 좌진표·우봉흠 신(新)투톱 체제가 뜬 것이다. 경제위기 극복을 최대 현안으로 여기는 대통령이 이들의 실무경험, 팀워크, 효율성, 추진력 등에 주목해 힘을 실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1월 노 대통령당선자는 기획예산처에 단지 정부의 기능 조정뿐 아니라 자원 배분, 각 부처의 재정집행 감독, 지방분권화 추진 등 모든 부처 업무의 기획분야를 맡아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기획예산처는 지역균형발전 특별회계를 마련하고 재정집행 특별점검단을 신설하는 등 노 당선자의 공약 실현을 위해 적극 화답했다.

그 무렵 박봉흠 기획예산처 차관은 “많은 짐을 싣고 강을 건넜으면 뗏목을 버리고 홀가분하게 길을 가야 한다”는 이른바 ‘뗏목론’을 내놨다. 그는 이 논리에 근거해 대통령직인수위에 “대선 공약을 이행하는 데 너무 집착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인수위가 여러 정책을 검토하더라도 예산집행의 우선순위를 매기는 데 소홀해선 안 된다는, 예산전문가로서의 마땅한 소신을 밝힌 것이지만 당선자측의 어깨를 한결 가볍게 하기에 충분했다.

노 대통령은 첫 조각(組閣)에서 박 차관을 기획예산처 장관에 임명한 후 이례적으로 부처별 업무보고 및 토론회에 박 장관이 반드시 배석하도록 지시했다. 부처마다 새 사업계획을 쏟아내고 이에 따른 예산경쟁이 치열한 만큼 나라 살림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기획예산처 장관이 보고 현장에 있어야 이해관계를 제대로 조정, 조율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박 장관에 대한 노 대통령의 확고한 신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박 장관은 업무보고 자리에 그저 참관자로만 배석한 게 아니다. 보고에서 문제점이 발견되면 조목조목 지적했다. 지난해 4월10일 열린 중앙인사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중앙인사위가 2004년까지 공무원 보수를 민간기업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보고하자 박 장관은 “이는 과거 정부에서도 추진했으나 민간기업이 임금을 계속 올리는 바람에 실현할 수 없었다”며 “구조조정이 쉬운 민간기업은 임금을 올려도 부담이 덜하지만, 정년이 보장된 공무원은 내보내기도 어려운데 어떻게 내년까지 민간기업 수준에 맞추겠다는 거냐”고 반박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박 장관 말에 일리가 있다”며 손을 들어줬다.

박 장관은 국무회의에서도 과거 어느 기획예산처 장관보다 ‘말발’이 셌다고 한다. 지난해 5월27일 국무회의에서 김화중 보건복지부 장관은 금연확산 여론을 등에 업고 담배에 부가되는 건강증진부담금을 올리자고 건의했다. 하지만 박 장관은 “복지부 방침대로 부담금을 올리면 소비자물가가 0.7%포인트 상승하고, 담배 수요가 줄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세원을 위축시켜 지방세 인상 요인도 발생한다”고 반대했다. 논쟁을 지켜보던 노 대통령은 “담뱃값 인상의 현실적 어려움과 인상 후 발생할 문제점에 대해 구체적으로 협의하라”며 신중한 접근을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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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형삼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 h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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