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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기자가 만난 사람

신년음악회 지휘한 세계적 마에스트로 정명훈

“지휘 때마다 暗譜… 그래도 언제나 未完”

  • 글: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신년음악회 지휘한 세계적 마에스트로 정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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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에 정트리오 공연이 열린다지요. 10년 만의 공연이라 국내 팬들의 기대가 큽니다. 작년에 어머니 85세 생신을 기념해 세 남매가 함께 무대에 서려고 했다가 스케줄 조정이 안돼 올해로 미뤄졌다면서요.

“셋이 함께 모이기가 어려워요. 나는 유럽에 살고 경화 누나(바이올리니스트)는 뉴욕, 명화 누나는 한국과 뉴욕을 오갑니다. 내가 피아노를 안하고 지휘만 해서 트리오 공연이 어려워진 점도 있고 10년 동안 각자 다른 나라에서 연주활동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정트리오가 공연을 하면 정명훈은 피아노를 친다. 그는 지휘를 하기 전에 본래 피아노를 했다. 만 7세 때 서울시향과 협연한 피아노 신동(神童)이었다. 1974년엔 모스크바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피아노 부문 준우승을 했다. 그러나 다음해부터 전공을 지휘로 바꿨다.

-지금 정 선생의 피아노 수준은 아마추어 쪽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까.

“그렇지요. 오히려 그래서 피아노 하기가 편해요. 아마추어처럼 하고 싶을 때 신경 안쓰고 하기 때문에. 한국에 트리오 가정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형 명근씨가 “한국에 ‘정트리오’만 세 그룹이 있다”고 거들었다.

-한국 어머니들의 자녀 교육열은 세계에 유례가 없을 정도지요. 음악뿐만 아니라 예체능 분야가 모두 그래요. 한국 부모들이 제2의 정경화, 제2의 정명훈을 만들겠다는 욕심을 갖게 된 데는 정트리오를 길러낸 이원숙(86) 여사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해요.

“모두 성공해 정경화가 되고 타이거 우즈가 될 수는 없잖아요. 죽어라고 했는데 성공하지 못하면 아이들의 삶이 힘들어지죠. 자녀교육은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계속 밀어붙이기만 하면 아이가 압박감을 갖거든요. 특별히 재주있는 경우라야 견뎌낼 수 있습니다.

한국 아이들은 부모 말을 잘 듣고 열심히 하는 게 몸에 배어 있습니다. 한국 아이들이 외국에 나가면 또래의 외국 아이들보다 훨씬 발전이 빨라요. 외국인들은 한국 아이들의 성취도에 놀랍니다. 그러다 16세, 17~25세, 26세 사이에 놓인 관계를 넘어서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어려서 죽어라고 하면 빨리 발전하지만 거기서 더 깊이 들어가려면 또 다른 게 필요합니다.

나는 미국에 갔던 8세 때부터 14세 때까지 6년 동안 식당 부엌에서 일하고 학교 다니며 스포츠도 열심히 했습니다. 은행에 돈 저축하는 것처럼 피아노만 계속했다면 피아노를 더 잘 칠 수 있었을 거예요. 시애틀에 살 때 제이콥스 선생님이 피아노만 하지 말고 다른 것도 알아두라고 가르쳤습니다.

재주를 타고난 사람이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재주는 부족한데 성공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타이거 우즈는 특별하지요. 나보다 좋은 재능을 타고난 사람이 많지만 나는 다행히 밸런스와 타이밍이 맞았고 행운도 따랐던 거지요.”

“자녀교육은 균형 맞추는 게 중요”

정씨의 어머니 이원숙씨는 우리 시대에 가장 뛰어난 어머니 가운데 한 사람이다. 함경남도 원산에서 태어난 이씨는 이화여전 가사과를 졸업하고 동덕여고에서 한때 교편을 잡았다. 자녀들에게서 음악적 재능을 발견하고 이를 길러주기 위해 명동에서 고려정이란 음식점을 운영했다. 자녀들의 실력이 향상되면서 한국에 머물러서는 더 발전이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남편과 함께 7남매를 데리고 미국 시애틀로 건너가 한국식당을 꾸려가며 뒷바라지를 했다.

1980년 12월 남편이 간경화로 세상을 뜬 뒤 이씨는 비로소 자신의 삶을 찾아나선다. 벨리폰지 신학대학 뉴욕 분교에 입학해 20∼30대 학생들 틈에 끼여 수업을 받았다. 졸업 후에는 큰아들 명근이 사는 뉴욕주 미들타운에 한인교회를 세우고 목사가 됐다. 1990년 세화음악장학재단을 세워 음악인재 육성도 시작했다. 명근씨는 “뉴욕에 사는 어머니는 아직 정정하시다”고 전했다.

-정트리오를 길러낸 어머니의 자녀교육 방법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우리 형제 7명이 처음엔 모두 피아노를 했어요. 그런데 나 빼고 모두 피아노를 싫어했어요. 그러면 대개는 아이들이 음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구나 하고 그만두죠. 아니면 억지로 시키든가…. 어머니는 우리들이 음악이 싫어서가 아니라 악기가 안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다른 악기를 가져다 붙이는 거죠. 하루는 명화 누나를 첼로 연주회에 데리고 갔어요. 누나가 첼로 연주를 좋아하는 것을 보고 집에 오는 길에 첼로를 샀어요.

경화 누나는 재주가 뛰어났어요. 한살 때 못하는 말이 없었다고 해요. 그런데 피아노를 싫어했대요. 피아노를 2년쯤 하다 바이올린을 찾아냈습니다. 바이올린을 시작한 지 2주일 만에 피아노 2년 한 것만큼 기량이 향상됐습니다. 내가 아이를 길러보니 아이의 재능을 발견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 아이들은 피아노를 시켜보니까 싫다고 해요. 둘째는 바이올린을 시켜봤는데 그것도 싫다는 거예요. 그때 지금 하는 기타를 찾아냈다면 달라질 수 있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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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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