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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력특집|폐허된 정치, 찢겨진 사회…한국은 몇시인가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 “야당, 총선연기론 분명히 들고나올 것”

  • 글: 엄상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angpen@donga.com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 “야당, 총선연기론 분명히 들고나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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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탄핵은 생중계로 진행된 세계 최초의 의회쿠데타
  • ●5·16 쿠데타 이후 44년간 주류였던 그들, 순순히 물러갈 리 없어
  • ●중앙선관위, 일개 지도과장 명의로 대통령께 공문 보낸 것은 상식밖
  • ●박관용 의장, 퇴장하는 정치인이 마지막을 그렇게 추하게 장식하나
  • ●헌법재판소, 국가비상상황에 관례 따지며 ‘목요회의’ 고집하면 욕먹을 것
  • ●노 대통령 입당과 총선 연계, “지금은 관심 대상 아니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 “야당, 총선연기론 분명히 들고나올 것”
2004년 3월12일 오전 11시22분.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탄핵의결소추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자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은 국회 본회의장 의석 맨 앞 책상 위에 올라서서 고개를 가로저으며 통곡에 가까운 고함을 질러댔다. “이건 쿠데타야. 당신들은 5공이야, 5공. 5공은 물러가라. 이건 무효야. 안 돼!”

정 의장의 눈에서는 분노의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민련 등 야3당의 의지를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탄핵안 처리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상정과 동시에 시작된 투표는 28분 만에 끝났고, 11시56분 박관용 국회의장이 그 결과를 발표했다. “195표 중 가 193표, 부 2표로 헌법 제65조 2항에 의해 대통령 노무현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음을 선언합니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탄핵이 의결되는 순간이었다. 정 의장은 이날 통한의 심정으로 두 번 애국가를 불렀다. 김근태(金槿泰) 원내대표 등 열린우리당 의원들과 함께 투표결과 발표 직전 한 번, 그리고 투표결과가 발표되고 한바탕 거대한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뒤 폐허처럼 변해버린 본회의장 안에서 쓸쓸히 또 한 번.

지난 1월11일 전당대회에서 열린우리당 의장으로 선출된 지 이제 2개월 남짓. 그 짧은 기간 동안 노 대통령 측근의 불법자금이 창당자금으로 사용된 사실이 드러나 당사 이전을 강행해야 했고, 급기야 대통령 탄핵사태까지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정 의장의 심경은 어땠을까.

“온 몸이 너무 무거워요”

3월14일 오후 3시25분, 서울발 전주행 새마을호 기차 안에서 기자는 단독으로 정 의장을 만났다. ‘신동아’는 정 의장을 비롯,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 민주당 조순형 대표 등 여야 3당 대표 모두에게 인터뷰를 요청했고, 정 의장만이 어렵사리 시간을 허락했다.

-무척 피곤해 보이시네요.

“뭔가 둔기 같은 걸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큰 충돌사고를 당한 후 멍한 그런 느낌입니다. 몸도, 마음도, 머리도… 온 몸이 너무 무거워요.”

-마음을 추슬러야 하지 않겠습니까.

“(탄핵 의결) 다음날 아침에 비상대책회의를 갖고 동작동 국립묘지를 들러 백범 김구 선생 묘소에 갔어요. 그곳에서 애국가를 불렀습니다. 아마 모든 참석자들에게 잊지 못할 순간이었을 겁니다. 애국가를 부르면서 눈물을 흘리는 이도 있었고요. 그 자리에서 임시정부 기념관 하나 없이 지금까지 살아온 것을 반성하고, 우리 손으로 꼭 짓기로 약속했습니다.”

탄핵안 의결 이후 전국적으로 대규모 탄핵규탄집회가 봇물 터지듯 일어났다. 서울에서는 여의도에 이어 광화문에서 연일 수만 명이 운집해 촛불시위를 벌이고 있다. 정 의장은 이런 국민들의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제 느낌인데요, 그동안 한국의 민주주의가 한참 진행됐고 이제 성숙단계에 왔다고 생각합니다. 시민의식이라든지, 제도적 측면이라든지, 정치발전 단계에서 민주주의의 공고화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런데 느닷없는 반역사적인 행위가 이뤄진 겁니다. 대한민국 시계가 20~30년 전으로 거꾸로 돌아간 거죠. 여기서 나오는 어이없음, 분노 등이 표출되고 있다고 봅니다.

1991년 걸프전이 TV를 통해 리얼타임으로 지구촌에 생중계된 최초의 전쟁이었다면, 이번 탄핵은 생중계로 진행된 최초의 의회쿠데타입니다. 세계사적 사건이에요. 처음부터 끝까지 온 국민이 낱낱이 지켜봤다고요. 매체를 통해 전달받은 것이 아니라 (탄핵에) 찬성하는 사람이든, 반대하는 사람이든 모든 국민들이 현장 안에 들어와 있었던 거죠. 그것이 주는 충격파는 다른 어떤 사건과도 비견할 수 없는 큰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그것에 도저히 동의할 수 없고 침묵할 수 없는 국민의 정치의식, 또 민주주의에 대한 자부심, 그것에 상처받은 것, 이런 부분들이 자연발생적으로 터져나오고 있다고 봅니다.”

-박관용 의장이 탄핵안 처리를 강행할 때 눈물을 흘리며 고함을 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는데, 당시 심경은 어땠나요.

“무력감이죠.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나고 있는데, 내가 바로 그 현장에 서 있는데, 저지할 수 있는 힘이 전혀 없었잖아요. 어찌 보면 참담함이죠. 소리치는 것 이외에 달리 방도가 없었으니…. 그리고 죄스러움, 이걸 목격하고 있는 데도 이걸 방치 방조한 굴욕감, 뭐 그런 거죠.”

-탄핵안이 처리될 거라고 예상했었나요.

“완벽한 시나리오와 완벽한 조직력으로 밀어붙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왜냐면 180명을 채우기가 쉽지 않을 거라고 봤거든요. 그 전날과 그 전전날 야당의 페인트(속임수)에 말린 거예요. 그들이 못 채웠거든. 한나라당 의원총회에는 120명 정도밖에 안 왔고, 민주당도 20~40명 선에 그쳤고, 야당 내부에서 반대의 목소리도 있었어요. 그런데 나중에 보니까 자민련까지 가세하면서 개헌선을 훨씬 넘어선 거죠. 아마 내각제를 고리로 JP(김종필 총재)를 건 것 같습니다. 그 점에서 상대방의 전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측면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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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엄상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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