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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태수 전 한보그룹 총회장 “92년 대선 직전 만난 YS ‘뭐든 해줄 테니 나 좀 도와주소 하소연”

  • 글: 이형삼동아일보 신동아 차장 hans@donga.com 성기영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ky3203@donga.com

정태수 전 한보그룹 총회장 “92년 대선 직전 만난 YS ‘뭐든 해줄 테니 나 좀 도와주소 하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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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보철강 인수용 외자 5000억원 유치 성공
  • ●한보철강, 나보다 비싸게 사겠다는 사람 있으면 넘겨줘라
  • ●당진제철소 자금지원 약속한 이석채, 20일 만에 말 뒤집어
  • ●한보 부도는 김현철 업은 민주계 신주류 ‘작품’ 의혹
  • ●아들들에게 “현철이에겐 절대 돈 주지 마라” 당부
  • ●홍인길에게 준 10억원은 ‘심부름값’
  • ●‘머슴’들한테만 맡겨두면 ‘사고’ 친다
정태수 전 한보그룹 총회장 “92년 대선 직전 만난 YS ‘뭐든 해줄 테니 나 좀 도와주소 하소연”
‘부도옹(不倒翁)’인가, ‘부도옹(不渡翁)’인가.7년 전, 파란많은 기업인의 삶을 접고 무대를 떠나는 듯했던 정태수(鄭泰守·81) 전 한보그룹 총회장이 재기를 다짐하고 나섰다. 법정관리를 받고 있는 한보철강 인수전에 뛰어든 것. 정 전 회장은 지난 5월20일 기자회견을 자청, “나 말고는 한보철강을 살려낼 사람이 없다”고 호언했다.

인수전의 전면에는 정 전 회장의 3남으로 한보그룹 회장을 지낸 정보근 보광특수산업 회장이 아버지를 대신해 나섰다. 보광특수산업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보철강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정 전 회장은 “한보철강을 인수하면 ▲3개월 안에 외자 유치로 5000억원 ▲3년 안에 아들이나 종친회 명의로 된 땅에 아파트를 지어 얻은 수익으로 1조원 ▲15년간 한보철강 수익으로 매년 3000억원(16년차에는 1000억원)을 상환해 한보철강 부채 6조1000억원을 모두 갚겠다”고 밝혔다.

엄밀히 말해 정 전 회장은 ‘재기’를 노리고 있는 게 아니다. 그는 1991년 수서사건으로 위기를 맞았지만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후 김영삼 대통령으로부터 특별사면돼 기업활동을 재개했고, 1995년 노태우 비자금 사건 때는 구속된 지 보름 만에 구속집행정지로 석방됐다. 1997년 한보특혜대출로 다시 구속돼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으나 2002년 대장암 진단을 받고 형집행이 정지된 데 이어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특별사면됐다. 그러니 이번에 다시 일어선다면 ‘재기’가 아니라 최소한 ‘사기(四起)’가 되는 셈이다. 그는 과연 잡초처럼 끈질긴 생명력을 다시금 확인시킬 것인가, 아니면 ‘한 여름밤의 꿈’으로 고별무대를 장식할 것인가.

정태수 전 회장의 근황, 그리고 ‘로비의 귀재’라는 별명이 따라붙던 그의 비즈니스 인생역정을 들어보기 위해 6월14일, 서울 대치동 은마상가에 자리한 한보그룹 사옥에서 그를 만났다. 우리 나이로 82세. 70대 중반부터 6년간 수감생활을 했고, 당뇨, 고혈압, 심장질환이 있는 데다 대장암 수술까지 받은 노인의 목소리가 맞은편 벽에 부딪쳤다가 살짝 울려올 만큼 카랑카랑하다.

9월10일, 외자 5000억 입금

-건강이 무척 좋아 보입니다.

“이렇게 회복되리라곤 나도 생각 못했어요. 참 기적적으로 살아난 거야. 6년 동안 징역 살았지, 대장암 수술 받았지…. 내 건강비결은 하루에 3시간 걷기입니다. 세 끼 식사를 마칠 때마다 반드시 30분 쉬고 나서 1시간씩 걷습니다. 이걸 20년 동안 하고 있어요. 2002년 대장암 수술 받고 한 달쯤 꼼짝 못했지만, 억지로 걸음을 떼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걷고 있죠. 내가 아는 ‘도사’ 한 분이 그럽디다. 그렇게 걷는 걸 50대에 시작하면 50대 건강을 죽을 때까지 유지하고, 60대에 시작하면 60대 건강을 죽을 때까지 갖고 간다고.

-지난주에는 해외출장도 다녀오셨다고 하더군요.

“일주일 동안 미국과 중동을 다녀왔습니다. 강행군이었는데, 젊었을 때보다 건강이 더 나은 것 같았어요. 도쿄에 가서 서너 시간 기다렸다 비행기를 갈아타고 뉴욕으로 갔고, 뉴욕에서 나흘 지낸 뒤 사우디아라비아엘 갔어요. 거기에서 하룻밤 자고 홍콩을 거쳐 돌아왔으니 거의 세계일주를 한 셈이죠. 젊어서 중동 오갈 때는 시차나 음식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비행기를 40시간이나 타면서 먹고 자고 했는데도 아무렇지 않더라니까.”

-미국과 중동은 왜 다녀왔습니까.

“한보철강 인수를 위한 외자 도입 MOU(양해각서)를 6월9일자로 체결하고 왔어요. 비밀보호협정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공개할 수 없지만, 간단하게 얘기하면 미국의 A라는 대형 보험회사가 지불보증을 하고 사우디아라비아의 B라는 투자펀드로부터 4억5000만달러를 들여오는 겁니다. 이 돈으로 한보철강 부채 가운데 일단 5000억원을 갚겠다는 거죠. 돈은 3개월 후인 9월10일에 입금됩니다.”

-중동 펀드가 무슨 생각으로 그런 거액을 투자하기로 했을까요. 한보그룹 자산은 모두 압류된 처지라 담보로 잡아둘 만한 것도 없을 텐데요.

“영업비밀이라 돈이 들어오면 말씀드리죠. 담보 같은 건 없습니다. 그 펀드가 움직이는 돈이 100조원쯤 돼요.”

-과거에 한보나 정 회장과 관계가 있던 회사입니까.

“아닙니다. 우연하게 연결됐어요. 굳이 따지자면 지금은 고인이 된 후세인 요르단 국왕과의 인연으로 연결됐습니다(한보는 1970∼80년대에 요르단에서 건설, 유전개발사업 등을 벌였고, 정 전 회장은 후세인왕으로부터 공로훈장을 받기도 했다-편집자). 물론, 이건 비즈니스니까 우리와 그쪽의 이해관계가 일치해야 하는 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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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형삼동아일보 신동아 차장 hans@donga.com 성기영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ky32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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