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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기자가 만난 사람

‘수학의 정석’ 저자 홍성대 상산고 이사장

“고교 참고서 팔아 富 쌓았으니 고교에 환원해야”

  • 글: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수학의 정석’ 저자 홍성대 상산고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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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서울대 폐지론’은 소모적 논쟁
  • ● ‘수학의 정석’은 苦學의 산물, 서두르지 않았으면 책 못 냈을 것
  • ● EBS 수능강의는 교육의 획일화 불러올 뿐
  • ● 고교 평준화 해제에 찬성, 사립 먼저 풀어줘야
  • ● 전교조가 교육정책·학교운영에 관여하는 건 월권
  • ● 정치 안 한 것, 잘한 결정이라 생각
‘수학의 정석’ 저자 홍성대 상산고 이사장
‘수학의 정석’은 세대를 뛰어넘은 책이다. 1960∼70년대에 고교를 다닌 이들이 중고교생 자녀의 책꽂이에서 ‘수학의 정석’을 발견하면 학창시절의 감회가 새로울 것이다.

이 책은 1966년 첫 출간된 이래 3500만권(추정)이 팔렸다. 종로세무서 영업보고서에 따르면 1996년 한해 동안만도 180만권이 나갔을 정도다. 한국에서는 성경 다음의 판매부수다. 지금까지 나온 ‘수학의 정석’(두께 3.5cm)을 쌓아놓으면 에베레스트산(8853.5m) 100개에 해당하는 높이다.

한국에서는 뜨거운 교육열을 바탕으로 교육산업이 고성장을 누렸다. ‘수학의 정석’ 외에도 ‘정통종합영어’(저자 송성문), 이재옥 토플, 한샘국어(서한샘)가 밀리언셀러로 꼽힌다. 얼마 전에는 송성문(73)씨가 국보 보물급 소장문화재 26건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해 잔잔한 화제가 됐다. 이재옥(작고) 서한샘씨는 재력을 바탕으로 국회에 진출했으나 정치적으로 성공했다고 하기는 어렵다.

홍성대(67) 상산고 이사장은 ‘수학의 정석’으로 번 돈을 2세 교육에 투자했다는 점에서 남다르다. 전주 상산고는 전국 6개 자립형 사립고 중에서 유일하게 기업 지원을 받지 않고 이사장 개인의 힘으로 살림을 꾸려가는 학교다.

홍 이사장의 사무실은 서울 강남 양재역 부근 모산빌딩 8층에 있다. 아래층에는 ‘수학의 정석’을 출간하는 성지출판주식회사가 있다. 접견실 진열장에 7차 교육과정에 맞춰 개편된 ‘수학의 정석’ 12권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서울대, 남성중고교, 대한수학회, 전라북도 애향본부 등에서 받은 감사패도 10여개 보였다. 모두 그의 재정적 도움을 받았던 곳이리라.

상산고, 기업지원 안받는 자립형 사립고

홍 이사장은 서울대 총동창회 부회장이다. 그는 일주일 후 KBS에서 방영하는 ‘서울대 폐지론’ 특집 프로그램과 관련해 동창회를 대표해 인터뷰를 하게 돼 원고를 쓰던 참이라고 했다.

“서울대 폐지론자들은 ‘서울대가 고시학원이 됐다’ ‘학벌주의다’ ‘사회 요직을 독점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서울대를 정점으로 피라미드식 서열체계가 형성돼 입시지옥 같은 부작용을 낳는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동창회로서는 서울대 폐지론이 확산되는 사태를 바라보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 동창회 입장은 소모적 논쟁을 중단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어쨌든 서울대의 존재 필요성을 국민에게 알리면서 차분히 대응해나갈 생각입니다.”

-서울대가 없어지면 연·고대가 ‘서울대’가 되겠지요.

“그렇죠. 폐지론자들은 그것까지 고려해 일정 수준의 사립대학도 국립대학 공동 네트워크에 투입시키려고 해요. 계속 일류대학이 이어져 나와서는 안 된다는 거지요. 대학을 평준화하면 대학간 경쟁이 없어집니다. 결국 하향평준화 쪽으로 가면서 국가경쟁력이 떨어지게 되죠. 국제경쟁시대에는 1등만이 살아남습니다. 1등이 없는 나라는 망합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우리는 천연자원이 부족합니다. 인적자원밖에 없습니다. 평등사상을 중시하는 사회주의국가 중국마저도 철저한 엘리트주의 교육을 시킵니다. 베이징(北京)대 칭화(淸華)대 등 10개 학교를 선정해 소위 ‘선택과 집중’을 하는 정책을 폅니다.

꼭대기를 잘라 없앨 것이 아니라 좋은 대학 몇 개를 육성해 서울대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합니다. 5, 6개 대학이 선의의 경쟁을 하게 해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죠. 이것이 ‘상향 평준화’를 이뤄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대표적인 서울대 폐지론자인 전북대 강준만 교수는 신문에 서울대를 비판하는 글을 여러 차례 썼다. 다음은 ‘인맥 만들기 전쟁’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발췌한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계급투쟁’의 핵심은 ‘인맥 만들기’다. 한국의 그 살인적인 대학입시 경쟁도 그 본질은 ‘인맥 만들기 전쟁’이다. 서울대의 위대성도 타 대학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맥에 있다. 대학을 나오지 못한 사람이 생존경쟁에서 때로 절망감을 느끼곤 하는 것도 자신의 능력이 아니라 인맥과 관련된 것이다. 아니 인맥이 곧 능력으로 통용된다.’

-강 교수의 논리에 동의합니까.

“그건 전혀 다른 얘기예요. 뭉치기로 하면 고대나 연대가 더 하지요. 서울대처럼 뭉치지 않는 사람들도 없을 거예요. 각자 따로 놀아요. 어떤 직장에서나 승진하기 위해 서울대 출신끼리 경쟁하게 되는 경우가 많죠. 패거리로 모여서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는 경우는 드뭅니다. 아마 서울대가 앞서 언급한 대학들처럼 뭉친다면 그야말로 난리가 나겠죠. 나라가 망한다는 말까지 나올 거예요. 동창회 일을 해보니 모교에 무관심한 동창이 많습디다. 그래서 속상할 때도 많아요. 강 교수 칼럼에 나오는 ‘인맥 만들기’는 잘못된 지적입니다. 서울대 출신이 요직에 너무 많다는 건 인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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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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