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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의 삶

‘禪舞’ 창시자 이선옥 “난 기생이다, 황진이다, 혁명적 예술가다”

  • 글: 김서령 자유기고가 psyche325@hanmail.net

‘禪舞’ 창시자 이선옥 “난 기생이다, 황진이다, 혁명적 예술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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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릴 적부터 못 말리는 춤꾼이었던 현대무용가 이선옥은 저 멀리 뉴욕 땅에서 선무를 창조했다.
  • 선무는 춤으로 명상하고 춤으로 번뇌를 해소하는 참선의 일종.
  • 3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이선옥은 선무의 역사를 새로 시작한다.
‘禪舞’ 창시자 이선옥  “난 기생이다, 황진이다, 혁명적 예술가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라고 묻는 나는 또 누구인가. 이모꼬. 이것이 무엇인가. what is this? 이 한 생각만을 골똘히 되풀이한다. 다른 모든 생각은 잘라버린다.

호흡은 단전에 모은다. 숨을 내쉬면서 단전·회음부·항문(이를 ‘단회항’이라 부른다)을 수축하고 숨을 들이쉬면서 단회항을 이완시킨다. 이모꼬와 단회항 수축을 병행한다. 손과 발은 천천히 움직인다. 동작의 교본은 전혀 없다. 제 몸이 원하는 대로, 팔다리가 가고 싶은 대로 완전히 내맡긴다. 오직 이모꼬와 단회항 수축에만 정신을 집중한다.

이것이 선무(禪舞)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선무는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단전호흡, 이모꼬, 그리고 수인. ‘수인’이란 열 손가락을 서로 얽거나 당겨 무드라를 만드는 동작이다. 수인을 위아래 좌우로 아주 천천히 움직인다.

‘머리로는 이모꼬, 손은 수인, 단회항은 수축과 이완을 반복’한다. 그러면서 줄곧 움직이는 제 몸을 보아야 한다. 느리고 단순한 동작, 골똘히 한 생각에 잠긴 머리, 우주의 기(氣)를 들이쉬고 내뱉는 호흡. 명상과 해탈과 참선이 따로 있지 않고 건강과 쾌락과 예술이 둘로 나뉘지 않는다. 이것이 지난 몇 달 내가 지켜본 선무의 이론과 실제다.

이선옥은 ‘선무’라는 새로운 춤을 만든 무용가다. 춤으로 명상하며 춤으로 마음속 번뇌와 즐거움을 풀어내는 동작을 만들었다. 몸은 마음을 끌고 다니고 마음은 몸 안에 있으니 춤으로 몸이 풀리면 마음에 맺힌 번뇌도 덩달아 풀린다. 반대로 마음에 쌓인 울화가 풀리면 몸에 맺힌 울혈도 함께 풀려나간다. 선무는 춤이되 약이다. 예술이되 의학이다. 사람의 몸과 마음에 똑같이 작용해 맺힌 의식을 해방한다.

동양여자의 美는 어깨와 목 선

현대무용과 한국무용의 전과정을 마스터하고 세계의 온갖 예술이 모여 용광로처럼 들끓는 뉴욕 한가운데에 던져진 이선옥은 온갖 공연예술을 몸으로 느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선무라는 낯선 장르의 춤이 제 마음속에 이글이글 고이고 발효하고 숙성하여 그는 선무의 숙주가 되었다. 결코 ‘저절로’라고 말할 순 없다. 그는 탐구하고 고민했다. 세계무대에서 동양여자의 몸을 가진 내가 찾아내야 할 동작은? 세계인을 매료시킬 춤의 에센스는? 그게 무엇일까. 그는 엄청난 열정으로 궁구(窮究)했다.

“뉴욕에서 춤추는 서양애들 보니까 하나같이 쭉쭉빵빵이야. 동작을 할 필요도 없는 거예요. 보고 있는 것만으로 너무나 아름다우니까. 보시다시피 나는 키가 작잖아. 다리도 짧지. 가슴은 크지만, 하하. 서양애들에 비해 섹스어필이 없잖아. 춤이란 결국 얼마나 섹시하냐가 관건이거든. 섹시하게 관객을 사로잡아야 하거든. 걔들하고 같은 무대에 서면 도무지 게임이 안 돼. 어떻게 쟤들을 따라잡나? 어떻게 오버컴할까? 그게 내 화두였어. 자나깨나 그것만 생각했어요.”

전람회나 연극, 연주회를 빠지지 않고 찾아 다녔다. 그러면서 마음속 화두를 풀어낼 감각을 곤두세웠다. 물론 춤을 추면서.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이매방 선생에게 배운 살풀이와 한영숙 선생에게 배운 승무를 췄다.

“한국에 있을 때도 나만큼 살풀이를 추는 사람이 없다고 했거든. 살풀이는 팔 한번 크게 펴지 못하고 애끊는 한으로 엉겨 있다가 나중에 그걸 훨훨 풀어내는 춤이거든. 춤 중에서 단연 최고의 춤이지.”

어느 날 피카소의 그림을 감상하다가 ‘에로틱 아트’라는 장르를 알게 됐다. 동양여자들이 그려진 춘화집을 구했다. 그는 중국과 일본의 여자들이 주로 등장하는 ‘운우(雲雨)’라는 춘화집에서 크게 깨달음(?)을 얻는다.

“옛 그림에 나오는 동양여자들 몸의 선이 기막히게 아름다운 거야. 그 포인트는 목과 손과 어깨의 선이더라고. 서양여자처럼 다리와 가슴과 엉덩이가 아니더란 말이지. 아하, 동양여자의 아름다움은 아랫도리가 아니라 어깨 위에 있구나! 이걸 발견한 거지. 미국여자는 섹스어필을 다리에서 얻어요. 프랑스 여자는 가슴이고 이탈리아여자는 엉덩이죠. 그런데 일본여자는 목선이에요. 게이샤들이 기모노를 뒤로 한껏 젖혀 입는 걸 보라구! 중국여자도 어깨와 목이야. 아랫도리라고 해봤자 기껏해야 발이거든. 우리 풍속화 속의 여자들도 반달 같은 눈썹에 크게 틀어 올린 머리 아래로 가늘고 염염한 어깨와 목선을 드러내잖아. 그게 엉덩이와 다리를 덜렁 드러내놓는 것보다 훨씬 섹시하다는 걸 깨닫게 된 거지.”

그리고 손가락의 선, 고요하게 정교하게 움직이는 하얀 손가락의 신비. 그는 그걸 느끼면서 매혹적인 선무의 기본동작들을 머릿속에 좌르륵 저장했다. 직관으로, 어쩌면 자신조차 구체적으로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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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서령 자유기고가 psyche32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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