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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기자가 만난 사람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師父’ 김원기 국회의장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 功과 過 모두 고려해야”

  • 글: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師父’ 김원기 국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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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민주화운동 하고 개혁 부르짖는 사람들, 자기반성 필요
  • ● 2006년 개헌 가능성 발언, 국회가 정치의 중심 돼야 한다는 뜻
  • ● 언론개혁, 언론계가 자율적으로 하는 게 바람직
  • ● 역지사지, 기브 앤드 테이크, 신뢰가 정치협상술의 요체
  • ● 노 대통령, 중요한 문제에서 나와 입장 달리한 적 한번도 없다
  • ● 김홍일 공천 부탁 안 들어줘 DJ와 멀어져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師父’ 김원기 국회의장
김원기(金元基·67) 국회의장은 최근 공·사석에서 “대통령 권력 또는 제1당의 총재가 임명하지 않은 최초의 국회의장”이라는 말을 즐겨 한다. 보기에 따라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여당 국회의원의 공천은 물론 총선 후 국회의장 선출과정에 관여하지 않았다.

역대 대통령은 국회의장은 말할 것도 없고 여당 몫의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사무총장(장관급), 의장비서실장(차관급)까지 사실상 임명하는 권한을 행사했다. 심지어 부의장실 비서까지 청와대가 명단을 내려보내던 시절이 있었다. 국회가 ‘통법부(通法府)’라는 놀림을 받던 시대의 이야기다.

노무현 대통령은 7월17일 제헌절에 국회의장 공관을 방문해 4부 요인들과 만찬을 들며 대화를 나눴다. 대통령이 국회의장 공관을 방문한 것은 정부 수립 이후 처음 있는 일. 김 의장의 초청으로 이뤄진 이날 만찬은 노 대통령과 김 의장의 관계, 김 의장이 여권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잘 보여준 행사였다.

국회의사당 의장실에서 김 의장을 2시간 반 동안 인터뷰했다. 당초 오후 3시 반부터 시작할 예정이던 인터뷰가 20분이나 지연됐다. 김 의장이 답변자료를 검토하는 동안 김기만 공보수석이 부지런히 의장 방을 드나들었다. 보좌관에게 ‘왜 이렇게 늦어지느냐’고 묻자 웃으며 ‘지둘러’라고 대답했다. 호남 사투리로 ‘기다려’라는 뜻의 ‘지둘러’는 김 의장의 닉네임이다.

“17대 국회, 의회정치 시대 열 것”

-제헌절 의장 공관의 만찬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노 대통령이 식사 전에 기자들에게 국회의장 공관을 방문한 뜻에 대해 잠깐 말씀하시더라고요. 첫째, 의회를 존중하고 의회가 정치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소신에 따라 의장 공관을 방문했다더군요. 둘째, 김원기 국회의장에 대한 개인적 신뢰와 존경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어요. 제헌절에 4부 요인들이 의장 공관에서 만찬을 한 것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닙니다. 17대 국회는 역대 어느 국회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국회가 정치의 중심에 서는 의회정치의 시대를 열어갈 것이라고 기대해도 됩니다.”

-공·사석에서 여당이 제1당을 차지한 국회구조에서 대통령이 지명하지 않은 최초의 국회의장이라는 말을 자주 하던데요.

“불과 1, 2년 사이에 정치구조 전반에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내가 개원사에서 ‘제2의 제헌국회’란 표현을 감히 썼습니다.

첫째, 17대 국회를 만든 4월15일 총선거가 역대 어느 선거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하고 투명했습니다. 관권 개입이 일절 없었습니다. 선진국에 비교해 조금도 손색없는 선거였습니다. 깨끗하고 돈 안 드는 선진 민주주의 국가의 선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먼 나라의 꿈 같은 이야기로 생각했는데 그것이 4·15 총선에서 이뤄졌어요. 얼마 전 농협중앙회장 보궐선거가 있었습니다. 과거엔 농협회장선거도 돈 선거였어요. 교육감선거마저 돈 선거였으니까. 그런데 국회의원선거가 깨끗해지니까 농협회장선거도 깨끗해졌어요. 자연스럽게 변화가 온 거죠.

과거 여당에 공천심사위원회가 구성되고 갑론을박하는 과정이 있긴 했지만 사실상 최종적으로 공천권을 장악한 것은 대통령 아니었습니까. 이번 총선에서는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공천과정에서 전국구건 지역구건 단 한 명도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어요. 행사할 수 없게 시스템이 갖춰졌어요.

17대 원(院) 구성에서는 대통령의 의지와 관계 없이 의원 합의하에 국회의장이 탄생했습니다. 내 권한에 속하는 사무총장 이하 국회직을 임명할 때 단 한 명도 청와대 쪽에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습니다.

이러면 야당도 같이 변화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대적인 흐름이 형성된 겁니다. 야당 몫인 상임위원장도 당 총재가 임명하지 않고 의원총회에서 경선을 통해 결정하지 않았습니까. 모두 불과 1, 2년 사이에 일어난 일입니다. 대통령 권력이나 당권을 가진 사람들이 좌지우지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경선 또는 민주적 절차에 의해 모든 결정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1, 2년 전만 해도 대한민국 정치에서 상상할 수 없던 혁명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겁니다. 경제가 어렵다보니 일부 부정적 시각으로 보는 경향이 있지만 이런 자랑스러운 변화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굳게 지켜나가야 합니다.”

-여야간 대화의 정치가 실종된 느낌입니다. 야당 대표가 ‘유신독재의 퍼스트 레이디’라고 공격받고 있죠. 야당은 여당에 ‘정체성’ 문제를 제기하고…. 벌써부터 대선 전초전을 보는 것 같아요. 경제가 어렵다는 말을 했지만 자영업이 무너져내리고 있어요. 일자리가 없어 대졸 ‘백수’가 넘쳐납니다. 경제가 어려운데 여야가 극단적으로 대립하면서 정치가 과거사에 매달리니까 국민이 피곤해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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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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