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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方外之士 ⑨

평생 전국을 걸어다닌 ‘江湖의 낭인’ 신정일

“길 위에 모든 것이 있다”

  • 글: 조용헌 江湖東洋學연구소 소장, 원광대 초빙교수 cyh062@wonkwang.ac.kr

평생 전국을 걸어다닌 ‘江湖의 낭인’ 신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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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주일에 4일은 전국 곳곳을 누비고 다니며, 하루 평균 100리를 걷는다. 20여년 동안 오르내린 산이 300여개나 되고 남한에 있는 강이란 강은 모조리 답사했다. 어릴 적 섬진강 자락을 바라보며 키워 온,
  • ‘모든 강을 보고 싶다’는 소망이 그로 하여금 산천을 누비게 했다. 그의 인생의 8할은 자신의 발냄새
  • 배인 ‘길’이었다.
평생 전국을 걸어다닌 ‘江湖의 낭인’ 신정일

신정일씨는 전형적인 시골사람 풍모이지만 날이 선 콧대에서 결단력과 뚝심이 묻어난다.

방외지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자격을 갖춰야 한다. 우선 매일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을 하지 않아야 한다. 조직을 위해서 출퇴근하는 사람은 방외지사가 될 수 없다. 월급쟁이 치고 인생을 자유롭게 사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여행을 많이 다닐 수 있어야 한다. ‘독만권서 행만리로 교만인우(讀萬卷書 行萬里路 交萬人友)’라 하지 않았던가! 1만권의 책을 읽었으면 1만리를 가보아야 한다. 가고 싶은 곳이 생각나면 언제라도 떠날 수 있어야 방외지사다. 마지막으로 되도록 많이 걸어 다닐 수 있어야 한다. 차를 타고 다니면 ‘주마간산’에 그치고 만다. 산천을 두발로 딛고 걸어 다녀야만 불꽃이 일고 불꽃이 일어야 깊이가 생기는 것 아닌가?

삼백산(三百山) 삼백사(三百寺)

이 세 가지 조건을 갖춘 인물이 전북 전주에 사는 신정일(辛正一·50)씨다. 전형적인 시골사람 풍모라서 대면에 부담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콧대는 날이 서 있다. 만만한 코가 아니다. 결단력과 뚝심이 있음을 말해준다. 자존심과 자기주장이 강한가, 아닌가는 얼굴의 콧대를 보면 안다. 그가 지난 20년간 전국 산천을 구석구석 누비고 다닌 힘의 상당부분은 콧날에서 나왔지 싶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도대체 안 가본 데가 없다. 필자도 지난 십여 년 동안 국내 어지간한 명소는 두루 가본 편이지만, 그와 초식을 겨뤄보니까 상당히 밀린다.

그는 답사단체인 ‘황토현문화연구소’를 이끌며 1박2일 또는 2박3일 일정으로 수백 개의 사찰과 명산, 문화유적지를 돌아다녔다. 답사일정은 1주일에 평균 2회. 즉 1주일에 최소 4일은 전국 곳곳을 구경하고 다녔다는 이야기다.

그동안 오르내린 산이 몇 군데나 되냐고 묻자 300여 군데라고 했다. 어떤 사람은 ‘천산(千山) 천사(千寺)’를 다녀보는 것이 일생의 목표라고 하던데, 그는 이미 ‘삼백산(三百山) 삼백사(三百寺)’ 과정을 마친 셈이다.

-그동안 다녀본 산 중 어떤 산이 가장 인상적이었나.

“합천의 가야산 건너편에 있는 ‘매화산’이다. 별로 알려지지 않은 산이다. 대개 가야산만 올라갔다 내려오는데, 조금 더 가면 매화산이 있다. 산봉우리의 형상이 매화꽃처럼 생겼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등산객이 별로 없어서 고즈넉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산봉우리들이 아주 인상적이다. 여기에 있는 청량사도 분위기가 독특하다.”

-산을 다니면서 얻은 철학이 있다면….

“산에 오르는 일은 그 무엇보다 평등한 운동이자 휴식이다. 산에서는 누구나 두 발로 걸어야 한다. 예외가 없다. 그래서 산은 평등함을 가르쳐준다.”

어떤 사람은 땀을 흘리고 몸 속 노폐물을 빼기 위해서 산에 간다. 필자의 경우 바위에서 뿜어져 나오는 지기(地氣)를 받으러 산에 간다. 신정일씨는 산에 가서 평등을 느낀다. 이처럼 같은 산이지만 사람마다 쳐다보는 목표점은 각기 다르다.

변혁의 역사를 안고 흐르는 금강

그는 산만 다닌 것이 아니다. 한국의 강을 대부분 걸어보았다. 그가 두 발로 걸어다닌 강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금강이다. 발원지인 전북 장수군 장수읍 신무산 뜸봉샘에서 장항제련소가 보이는 금강 하구둑까지 총 401km를 걸었다. 14일이 걸렸다고 한다(2000년 9월). 다음으로 섬진강. 전북 진안군 백운면 신암리 대미샘에서 시작해 전남 광양시 진월면 망덕포구까지 총 213km 거리다. 9일이 걸렸다(2001년 2월). 그리고 한강. 삼척시 하장면 검용소에서 시작해 김포시 월곶면 보구곶리까지 514km를 걷는 데엔 16일이 걸렸다(2001년 4월).

낙동강은 태백시 황지읍 천의봉 너덜샘에서 출발하여 부산시 사하구 을숙도까지 517km를 흐른다. 남한에서 가장 긴 낙동강 물줄기를 따라 걷는 데엔 15일이 걸렸다(2002년 9월). 98km 물길이 이어지는 만경강은 3일만에 걸었다(2002년 8월). 동진강 54km 물길을 걷는 데엔 2일이 걸렸다(2001년 9월). 148km인 영산강은 5일이 걸렸다(2002년 10월). 남한에 있는 강이라는 강은 전부 답사한 것이다. 거리만 해도 도합 2000km다.

그런가하면 조선시대 전남 해남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길이었던 삼남대로(三南大路) 413km를 2004년 4월 12일에 걸쳐 답파(踏破)했다. 히말라야의 8000m급 고봉 14좌 완등이라는 기록도 있지만, 신씨의 국내 답사기록도 ‘대장정급’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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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용헌 江湖東洋學연구소 소장, 원광대 초빙교수 cyh062@wonkw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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