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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태풍의 눈’ NSC 고위관계자의 작심 토로

“내가 ‘대통령 지침’ 챙기고 있지, 나라 팔아먹고 있습니까”

  • 글: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태풍의 눈’ NSC 고위관계자의 작심 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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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와대·정부 일각의 용산협상 비판, 지나치게 파괴적·적대적
  • ●올초 ‘부적절한 발언’ 파문, 실체는 따로 있다
  • ●롤리스 美 국방 부차관보 ‘국내언론 인터뷰 사건’은 노회한 협상전술
  • ●예전 외교부 조약국 사람들? 인내심으로 참고 있을 뿐
  • ●주한미군 해외출병 사전협의제, 오히려 통로 될 수도
  • ●조기해결 어려운 북핵문제, 안고 사는 법 배워야
  • ●내가 외교부·국방부 인사개입 했다면 벌써 난리 났을 것
‘태풍의 눈’ NSC 고위관계자의 작심 토로
그는 단단히 화가 난 것처럼 보였다. 말은 빠르고 목소리는 높았다.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모두 쏟아놓기로 작심한 듯 어느 대목에서는 놀랄 만큼 아슬아슬한 단어를 쓰기도 했다. 익명이 주는 자유로움이었을까. 그의 캐릭터를 아예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강한 어조로 이야기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바였다.

‘신동아’는 참여정부 출범 이후 몇 차례 그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이른바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 문제’가 세간의 도마에 오르기 시작한 시점, 주한미군 감축문제가 불거지면서 안보논란이 불붙던 시점 등이었다. 그러나 그는 매번 할 듯 말 듯 고민하다 결국 거절했다.

이번에 인터뷰를 제의하면서도 가능성은 반반이라 생각했다. 외교안보라인 체제변화 등 민감한 이슈가 많았기 때문이다. NSC측은 두 개의 옵션을 붙여 역(逆)제안을 해왔다. 실명 대신 ‘NSC 고위관계자’로 처리하며, 9월21일 최종서명을 앞두고 있는 용산기지 이전협상 문제에 포커스를 맞춘다면 인터뷰에 응하겠다는 것이었다.

당혹스러운 제안이었다. “아무리 익명이라 해도 기사를 보면 누구인지 뻔히 알 수 있는데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설득했지만, “언제까지 내가 이 자리에 있을지는 모르나 있는 동안에는 실명으로 인터뷰를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는 그의 입장은 끝내 바뀌지 않았다.

편집실은 고심 끝에 그가 내건 조건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와의 인터뷰가 핵심적인 안보현안과 NSC를 비롯한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에 대한 독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데 적지않은 도움이 되리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장문의 단독 익명 인터뷰는 이렇게 결정됐다.

‘집착할 게 없는 자리’

‘신동아’가 공식요청서를 보낸 지 나흘 만인 9월12일 서울의 한 호텔 음식점에서 인터뷰가 진행됐다. 비가 우중충하게 내리는 일요일이었지만, 아침부터 회의에 참석했다는 그는 약속시간에 15분 가량 늦었다. 인터뷰 자리에는 NSC 전략기획실 소속 홍보담당관과 용산기지 문제를 담당한 정책조정실 소속 임인수 대령이 배석했다. 인터뷰는 당초 두 시간이었던 예정시간을 넘겨 세 시간 가량 진행됐다.

-일요일 아침인데 너무 바쁜 것 아닙니까.

“일요일에도 오후에는 거의 출근하는 편이에요. 직원들 생각해서 안 나오려고 애쓰는데 그게 잘 안돼요. 요즘 일도 워낙 많아요. 고구려사, IAEA(국제원자력기구) 문제, 정상회담…. 예전에는 무슨 일이 터지면 이게 NSC 업무인지 판단의 여지가 있었는데, 이제는 일이 터지면 모두 NSC로 들고 와요. 요즘만큼 우리가 왜 존재하는지 절감한 시절이 없어요. 그런데 외교안보 이슈라는 게 공기랑 비슷해서, 잘한다는 칭찬은 없지만 문제가 되면 공격이 쏟아지잖아요.”

갑자기 그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폭발’ ‘양강도’ ‘구름’ 같은 말들이 흘러나오는 것을 보니 오전부터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한 북한 양강도 김형직군(郡) 폭발첩보와 관련된 통화인 듯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하필이면 인터뷰하기로 한 날이 세계적인 뉴스가 터진 날이었다. 이후에도 그의 휴대폰은 몇 차례 더 울려댔다. 아예 꺼놓을 수도 없는 모양이었다.

“보시면 알겠지만 이건 바쁜 정도가 아니라 명줄 짧아질까봐 (자리에) 못 앉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차라리 정리하고 내려오는 것이 낫지 않겠냐’고 농담을 던지자) 그러게 말이에요. 정말 희망의 소리예요. 어떤 사람들은 내가 자리에 집착한다고 생각하는데 집착할 게 없는 자리예요, 이 자리가.”

참여정부는 혁명정부 아니다

-우선 용산기지 이전협상의 결과에 대한 총평으로 인터뷰를 시작해볼까요.

“주어진 역량과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봅니다. 우리가 보기에 비합리적인, 아주 근본주의적인 주장을 제외하면 최선을 다했어요. 이전비용을 미국이 물어야 한다는 것 같은 사항을 제외하면 말이죠. 그건 1990년 양해각서·합의각서(MOU·MOA)에서 이미 한국정부가 확인해준 사항이거든요. 대체로 만족합니다.”

-그렇지만 바로 그 이전비용 부담문제, 즉 한국이 용산기지 이전비용을 모두 부담한다는 원칙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닙니까. 용산기지 이전은 미국의 GPR(해외주둔군배치재검토)과 관련해 진행되는 측면이 있는데, 우리가 먼저 말을 꺼냈다는 이유만으로 전액을 부담한다는 건 부당하다는 지적입니다.

“저는 솔직히 이해가 안 됩니다. 약속은 중요한 것 아닙니까. 비록 그 약속을 참여정부가 한 것은 아니지만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 거듭거듭 확인해준 겁니다. 2002년에도 미군이 아파트문제 때문에 안 나가면 안되냐고 묻는 걸 우리가 그래도 나가라고 했어요. 참여정부가 이전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든 정부는 연속성이 있으므로 나 몰라라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최근 불거진 핵물질 추출문제도 마찬가지예요. ‘우리는 깨끗합니다, 이건 다 전 정부가 해놓은 잘못입니다’ 그렇게 얘기하는 건 정부가 아니에요. 참여정부가 혁명정부는 아니지 않습니까. 과거에 어떤 독재가 있었건, 어떤 영웅심리에 의해 어떤 정책이 결정됐든 간에 그것을 모두 승계받아서 개선해나가고 동티 안 나게 관리해나가는 것이 정부의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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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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