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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方外之士 ⑫

전통 목가구 제작 30년, 소목장(小木匠) 이정곤

“나무처럼 성찰하며 기다리라, 운명 같은 인연이 다가올 때까지”

  • 글: 조용헌 江湖東洋學연구소 소장, 원광대 초빙교수 cyh062@wonkwang.ac.kr

전통 목가구 제작 30년, 소목장(小木匠) 이정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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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가구를 만드는 과정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나무가 자랄 때까지, 제대로 마를 때까지, 계절이 맞을 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소목장 이정곤 선생은 그렇게 30여년의 세월을 보냈다. 이젠 나무가 내는 소리만 들어도 나무가 하고자 하는 말을 깨닫는다. 고가(高價)의 전통 목가구가 잘 팔리지 않아도 그는 감식안과 안목을 갖춘 임자가 나타날 때까지 그저 기다린다. 그러다 보면 인연은 꼭 나타난다. 그가 나무와 인연을 맺은 것처럼.
전통 목가구 제작 30년, 소목장(小木匠) 이정곤

소목장 이정곤 선생은 전남 산골마을의 폐교에서 반닫이, 책장, 문갑 등 전통 목가구를 만들며 혼자 살고 있다.

요즘 시골을 돌아다니다 보면 학생이 없어 문을 닫은 초등학교가 많이 보인다. 풍수에 관심 있는 사람의 안목에서 보면 이들 초등학교 터는 대체적으로 쓸 만한 자리인 경우가 많다. 50∼60년 전 학교부지는 그 동네에서 가장 좋다고 여겨지는 곳에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을 교육하는 터인 만큼 무턱대고 정한 것이 아니라 풍수에 조예가 있는 원로들이 신경 써서 잡았다. 그래서인지 시골 폐교에는 화가, 공예가, 공동체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장기 임차해서 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산골 마을인 전남 곡성군 목사동면 대곡리 기룡분교 터도 격국을 갖췄다. 운동장 앞에 서서 바라보면 멀리 모후산(母后山)이 보이는데, 그 형태가 삼각형이다. 풍수가에서 삼각 모양은 일단 문필봉(文筆峰)으로 본다. 붓끝과 같이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터 앞에 문필봉이 바라다보이면 학자와 인물이 많이 배출된다고 여겨진다.

그런가 하면 좌청룡 쪽에는 천태산(天台山)이 호위하고 있다. 둥그런 모양의 금체형(金體形)이다. 우백호 쪽에도 천태산보다는 작지만 둥그런 금체형의 봉우리가 받쳐주고 있다.

주변에 바위산도 보이지 않는다. 풍수에선 험악한 바위로 이루어진 악산(惡山)이 없으면 살기(殺氣)도 없다고 본다. 냇물도 적당하게 터 주변을 감아 흐르면서 수기(水氣)를 보충해준다. 이만하면 여러 가지 조건을 갖춘 국세이다. 단 국세가 넓어서 일반 주택으로는 너무 큰 터이고 학교나 여러 사람이 머무르는 공공기관 터로는 좋은 곳이다.

키 작은 코스모스에 온화한 가을 햇볕이 내리쬐는 날, 소목장(小木匠) 이정곤(李貞坤·47) 선생은 텅빈 기룡분교에서 혼자 작업하고 있었다. 소목장이라 하면 전통 목가구인 반닫이, 책장, 의걸이장, 문갑, 소반 등을 만드는 장인을 일컫는다. 대목장은 집 짓는 자재인 대들보나 기둥, 서까래 등을 다루는 장인이다. 이 시대의 희귀한 직업 중 하나가 소목장이다.

나무는 기다려야 한다

-소목장은 나무를 다루는 직업이다. 나무에 대해서는 전문가라 여겨진다. 나무를 다루는 원리나 요령을 설명해달라.

“나무는 기다려야 한다. 기다리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첫째, 나무가 성장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재료가 되는 좋은 나무, 즉 수백 년 된 나무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목가구 재료 중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나무가 오동나무인데, 성장기간이 15∼20년이다. 빨리 성장하는 나무라도 15년을 기다려야 가구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목가구의 재료로 알아주는 느티나무(풿木)는 수백년이 걸린다. 500∼700년 성장한 나무를 써야 제대로 된 목가구가 나온다.

둘째, 나무가 마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원목을 가져다가 말리지 않고 곧바로 만들면 가구가 뒤틀린다. 반드시 일정시간을 말려야 한다. 그런데 말리는 방법에서도 젊은 나무와 늙은 나무가 다르다. 젊은 나무는 성질이 강하게 마련인데, 성질이 강한 나무는 야외에서 2∼3년간 비를 맞혀야 한다. 그러면 강한 성질이 순화된다. 참죽나무, 느티나무, 살구나무 중 수령이 짧은 나무가 여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소나무는 비를 맞으면 상한다. 소나무는 겨울에 켜서 여름이 오기 전에 실내에서 말려야 한다. 은행나무도 소나무와 같다. 한편 늙은 나무는 습기가 없는 창고나 헛간 같은 곳에서 말려야 한다. 이런 곳에서는 몇십 년 동안 나무를 원형대로 온전하게 보관할 수 있다. 나무가 땅바닥에 직접 닿지 않으면 습기로부터 안전하다.

셋째, 나무가 어느 정도 말랐다 싶으면 실내 또는 목재건조실에 들여놓고 18∼20℃의 방에서 나무가 익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소목장은 방에서 나무와 함께 생활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같이 있어야 나무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좀더 자세하게 표현한다면 ‘나무와의 꾸준한 대화’가 필요한 시기라 할 수 있다. 노련한 장인은 나무와 대화를 나눈다. 나무는 방안의 온도에 적응해가는 과정에서 미세하게 움직이는데 장인은 그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다. 실내가 건조할 때와 습할 때 나무의 반응이 다르다. 그 미세한 반응을 보면서 장인은 여러 가지 요소를 체크한다. 원래 그 나무가 타고난 성질을 부리는 것인가, 아니면 기후 때문인가 등을 관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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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용헌 江湖東洋學연구소 소장, 원광대 초빙교수 cyh062@wonkw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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