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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특별 인터뷰

조순 전 부총리, ‘참여정부’에 쓴소리

“한국판 뉴딜, 재정만 축낼 것 우리 경제, 일본형 불황 각오해야”

  • 글: 성기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ky3203@donga.com

조순 전 부총리, ‘참여정부’에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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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배’ 이야기는 하면 할수록 손해
  • ● 연기금 동원은 편법, 모럴 해저드만 부추긴다
  • ● 경제정책에서 좌파나 우파는 ‘본관이 같은 일가’
  • ● 엘리트 만들어내지 못하는 교육이 무슨 교육인가
  • ● 대학에도 획일화 강요…사회주의 국가도 그렇게 안 한다
조순 전 부총리, ‘참여정부’에 쓴소리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학술원 회원 ●부총리겸 경제기획원 장관 ●한국은행 총재 ●이화여대 석좌교수 ●서울시장 ●15대 국회의원 ●민주당 총재 ●한나라당 총재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한국경제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시중에 흘러넘치는 돈은 생산적 투자로 방향을 틀 조짐이 보이지 않고 부자건 서민이건 주머니를 열지 않는 통에 내수는 바닥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불신도 심각한 수준이다. 경제 회복을 국정 운영의 1순위로 삼겠다는 다짐도 아쉬운 마당에 이념 공방과 과거사 논쟁에 민생은 또다시 뒷전으로 밀려버렸다.

물론 정부는 국민에게 희망의 시그널을 주고 있다.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설계사인 이정우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은 ‘참여정부는 구름에 싸인 달’이라며 구름이 걷히면 달이 보일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 사령탑인 이헌재 경제부총리조차 ‘이렇게까지 정책의 약효가 나타나지 않는 것은 처음’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걸 보면 정부 내에서도 일종의 위기의식이 언뜻언뜻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내년부터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한국판 뉴딜정책’은, 약이란 약은 다 써봐도 꿈쩍못하는 환자에게 위험을 무릅쓰고 칼을 대는 수술을 하겠다는 소리로만 들린다. 과연 국민은 생존 가능성이 절반인 이 불확실한 수술에 동의서를 써야 할 것인가.

어려운 상황에서 판단 내리기 어려울 때는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원로를 찾게 된다. 우리 경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가장 잘 짚어낼 수 있는 원로가 누구일까 생각하다가 어렵지 않게 조순(趙淳·76) 전 부총리를 떠올렸다. 당대 최고의 경제학자로 꼽히는 인물. 그리고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의 정부 내 경제 브레인들은 모두 그의 제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아직까지 학문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바로 조 전 부총리다.

“4% 성장 전망도 지나치게 낙관적”

인터뷰를 추진하는 과정에 알게 됐는데 조 전 부총리는 지금도 이정우 위원장을 ‘이정우 군’이라고 부르고 있다. 게다가 조순 전 부총리는 노무현 대통령이 의장을 맡고 있는 국민경제자문회의의 부의장을 2004년 6월까지 맡았다. 그만큼 참여정부 경제정책의 시종(始終)을 안팎에서 가장 객관적으로 지켜본 대표적 경제학자인 셈이다.

지난 12월9일과 11일 조 전 부총리를 두 차례 만나 한국 경제의 현재와 미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조 전 부총리는 인터뷰 중간중간 참여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하고 준엄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우선 2005년 새해 경제에 대한 전망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정부는 2005년에도 ‘5% 성장’을 내세우고 있지만 각종 예측기관은 3~4% 수준의 성장을 점치고 있습니다. 2005년 우리 경제를 어떻게 전망합니까.

“정부가 이야기하는 5%는 희망사항이겠죠. 예측치라기보다는 목표치라는 말입니다. 한국은행이 최근 4% 성장이라는 예측을 내놓기는 했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것조차 낙관적인 전망입니다. 수출도 계속 둔화되는 추세이고 내수도 늘어날 가능성이 별로 없습니다. 지금까지 수출이 성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수출을 빼고 내수만 이야기하자면 2004년 성장률은 1%도 채 되지 않습니다.”

-정부의 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말로 들리는군요.

“이를테면 앞으로 5% 성장을 목표로 해서 성장잠재력을 키운다면 몰라도 당장 내년 성장 목표 5%를 ‘고수’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저렇게 성장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정부도 2004년 성장률이 5%에 못 미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2005년에 5% 성장을 목표로 한다고 해서 그 이야기를 듣는 국민이 과연 기뻐할까요? 5%라는 수치를 자꾸 고집하면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잘못된 수단을 동원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낮으면 낮다고 일러주고 그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가는 것이 옳은 일이죠.”

-내수 회복 가능성을 비관적으로 보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내수는 투자와 소비인데요, 지금 기업의 수익률이 급격하게 떨어지는데다 앞으로 전망도 좋지 않습니다. 수익전망이 낮으니까 투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작고 신용불량자 400만명에다 가구당 부채가 3000만원이나 되는 상황에서 소비가 늘기도 쉽지 않은 거죠.”

“수출 - 내수 연결하는 파이프라인이 끊어졌으니…”

-올해의 경우 유일하게 수출이 경기를 주도해온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하지만 수출 호조가 내수로 이어지지도 않고 고용 창출에도 별로 기여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같은 경제 안에 있으면서도 수출과 내수를 연결하는 파이프라인이 끊어져있으니까 수출해서 번 돈이 내수와 투자로 이어지질 않는 것이죠. 사실 이러한 구조는 1970년대 후반부터 만들어져 온 것입니다. 수출 분야에만 기술과 돈을 집중적으로 배분해서 산업을 육성해놓았기 때문이죠. 그리고 투자는 이노베이션(혁신)의 함수인데 이노베이션이 없으니까 투자도 잘 이뤄지지 않는 거예요. 역대 정부에서 이러한 양극화 현상이 고질화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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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성기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ky32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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