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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부영 열린우리당 전 의장 “국보법 폐지든, 대체입법이든 현실적으로 무슨 차이가 있나”

  • 윤종구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jkmas@donga.com

이부영 열린우리당 전 의장 “국보법 폐지든, 대체입법이든 현실적으로 무슨 차이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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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권위주의 시대 선악개념으론 의회 운영 안된다
  • ■ 국보법 폐지 어려운 것 알면서 비판만 하는 건 다른 목적 노린 것
  • ■ 강경파, ‘4대 법안 관철’만 요구했지 재량권 전혀 안줬다
  • ■ 한나라당과 합의한 국보법 대체입법안, 의총에서 표결했으면 채택됐을 것
  • ■ 당 노선경쟁, 이대로 두면 정국 안 풀린다
  • ■ 박근혜 대표는 타협할 생각 없이 4인 대표회담 나왔다
  • ■ 홀가분하게 재보선 나갔으면 좋겠는데…
이부영 열린우리당 전 의장 “국보법 폐지든, 대체입법이든 현실적으로 무슨 차이가 있나”
신년벽두 집권 여당의 수장(首長)자리를 내놓은 이부영(李富榮) 열린우리당 전 의장. 의장 사퇴 엿새 만인 1월9일 만난 그의 얼굴에선 여유와 웃음이 가득 묻어났다.

그는 요 며칠 하루에 7시간씩이나 잠을 잤다며 좋아했다. 의장 시절에는 귀가시간이 늦은데다, 미리 배달된 조간신문을 보기 위해 아침 6시 전에 일어나느라 평균 4~5시간밖에 못 잤다고 한다. 둘째 손자 돌잔치도 치렀다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날 낮에는 북한 알리기와 통일운동에 힘쓰다 7일 별세한 김남식 선생의 상가에 다녀오는 길이라고 했다. “북한이나 공산주의에 대해 말도 제대로 꺼내기 힘들던 시절, 북한을 알리고자 여러모로 애쓴 분인데, 참….” 김 선생에 대한 회고가 잠시 이어진다.

이야기는 곧 국가보안법이니 과거사니 하는 무거운 주제로 흘렀다.

“열린우리당 안에 국보법 폐지를 주장하는 젊은 사람이 많아요. 그들은 내가 국보법 대체입법을 자꾸 얘기하니까 의지가 부족하다고 여기는 모양이에요. 이제껏 다섯 번 구속돼 7년 징역살이 한 가운데 네 번을 국보법으로 온갖 몹쓸 짓 당한 사람입니다. 국보법에 몸서리치기로 말하자면 당에서 나보다 더한 사람 없을 거요.”

3일 사퇴의 변에서도 밝혔듯 이 전 의장은 당내 강경파에 대해 못마땅한 느낌을 토해냈다.

-강경파에 대한 투쟁도 불사해야 한다고 했는데, 쌓인 게 많은 모양이죠?

“뻔히 실현되기 어려운 것을 실현시키지 않는다고 비판만 하면서 선명성을 주장하는 것은 국보법 폐지가 아니라 뭔가 다른 목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당내 선명성 경쟁, 국회 밖에서 벌어지는 국보법 폐지시위나 농성에 떠밀린 면도 있다고 봐요. 일자리 만들기, 민생안정, 신용불량자 문제 해결도 국보법 못지않게, 아니 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집권 여당으로서는 개혁과 함께 국민 생활의 안정을 병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연말 의원총회에서 표결을 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온건파 의원이 적지 않습니다. 강경파가 소수라는 걸 보여줬어야 한다는 것이죠.

“4인 대표회담을 바라보는 시각부터 근본적인 차이가 있었지요. 여야 회담이 열리면 대화와 타협이 기본 원칙인데, 강경파는 국보법을 비롯한 4대 법안을 관철시키라는 요구만 했지 재량권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습니다. 한나라당은 여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할 경우 물리적으로 막는다는 방침이었고, 김원기 국회의장은 직권상정을 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연내 국보법 폐지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지요. 오히려 이 문제를 다루지 않느니만 못하다고 봤습니다. 그렇다면 대체입법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몇몇 의원에게 준비하게 했습니다. 천정배 전 원내대표도 이런 과정을 다 알고 있어요. 문희상, 유인태, 이강래, 우윤근 의원이 주축이 돼서 준비했고, 이를 위한 중진모임도 몇 차례 있었습니다.”

국보법 대체입법안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3+1’안이 사실상 천정배 전 원내대표에 의해 좌절된 데 대한 서운함이 살짝 묻어났다. 지난해 12월30일 김원기 국회의장과 열린우리당 천정배,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는 4대 법안 중 국가보안법의 대체입법과 과거사진상규명법, 언론관계법의 연내 처리를 담은 ‘3+1’ 방안에 의견을 모았다.

121석 한나라당 실체 인정해야

그러나 곧바로 소집된 열린우리당 의원총회에서 일부 강경파 의원들이 “‘국보법 폐지 후 형법 보완’이라는 당론을 변경할 수 없다”며 대체입법안에 반대하자 천정배 원내대표는 그 자리에서 여야 타협안을 무효로 돌리고 폐지 당론을 재확인했다. 온건파가 투표를 통한 당론 변경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전 의장은 한나라당과 박근혜 대표에 대해서는 파트너 의식과 서운함을 함께 갖고 있었다.

“121석 야당의 실체를 인정하고 대화와 타협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들의 생각에 우리가 동의하지는 않지만, 생각을 주장하고 실현하려는 권리 자체를 무시할 수는 없잖아요. 그들도 국민의 표로 당선됐거든요. 권위주의 시대의 선악 개념으로는 의회를 운영할 수 없지요. 그러나 박근혜 대표는 4인 대표회담에 양보나 타협을 할 생각을 않고 나왔더라고요. 4인 대표회담에서는 김덕룡 원내대표와 집중적으로 얘기하고 박 대표와는 본회담 이후 두 차례 정도 만나 설득도 하고 했는데, 국보법에 대해서는 박 대표 견해가 자꾸 흔들렸어요. 포괄적 원칙에는 동의하면서도 세부적인 문제에 들어가면 요지부동인 때가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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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구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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