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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비평서 펴낸 IT 전문가 안형기

“국민에게 확실히 동기부여 해주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

  • 이지은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miley@donga.com

사회비평서 펴낸 IT 전문가 안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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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업에 뛰어든 지 3년 만에 연매출 500억원대의 우량기업을 일군 (주)씨에스테크놀로지 안형기 회장.
  • 그는 최근 저서 ‘이런 나라에서 살고 싶다’에서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60여 가지의 불합리한 사안을 곱씹고 이에 대한 참신하고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사회비평서 펴낸 IT 전문가 안형기
“1999년회사를 세운 후 그야말로 정신없이 달려왔어요. 그러다가 지난해 초 IBM 납품비리사건에 연루됐죠. 11월17일 대법원의 최종 무죄선고를 받았지만 2004년 한 해 동안은 제대로 일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그 일이 제 삶을 돌아보는 기회가 됐죠. 열심히 일만 한 제가 그런 누명을 쓰고 보니 ‘사회가 잘못돼가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래서 각 분야의 문제점을 꼼꼼히 생각하고 나름의 대안을 끄적거리기 시작했죠.”

처음엔 가족과 지인들에게만 자신의 글을 보여줬다. 그런데 주변의 반응이 예상외였다. “가려운 곳을 싹싹 긁어주듯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대신해줬다”는 것. 한 동료 기업가는 “직원들에게 보여주고 싶으니 쓴 글을 복사해달라”고 했다. 책을 내겠다는 생각은 꿈에도 해본 적이 없다는 (주)씨에스테크놀로지 안형기(安炯琪·48) 회장이 우리 사회를 비판·분석한 책을 낸 사정은 이러했다.

저서 ‘이런 나라에서 살고 싶다’에서 안 회장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60여 가지의 불합리한 사안에 대해 쓴소리를 내뱉는다. 기업인이 쓴 것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현상을 전문가에 가까운 식견으로 분석하면서 참신한 대안을 제시했다.

안 회장은 자신이 살고 싶은 나라의 조건을 다섯 가지로 요약했다. ▲위정자와 사회지도층이 솔선수범하는 나라 ▲기업인이 열심히 일하고 싶어하는 나라 ▲성공한 사람이 인정받고 존경받는 나라 ▲상식과 노력이 통하고 합리성이 존중되는 나라 ▲자식들에게 자랑스럽게 물려줄 수 있는 나라.

그는 이 모든 것의 밑바탕에는 ‘동기부여’라는 요소가 깔려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즘 기업하는 재미가 없다고 말하는 기업가가 참 많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사회로부터 돌아오는 건 냉담한 시선뿐이라는 거죠. 성공한들 인정받지도 존경받지도 못하니 어떤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겠어요? 물론 기업가들이 반(反)기업 정서를 야기한 면도 없진 않아요. 하지만 성공한 기업가가 아무런 보람을 느끼지 못하는,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한참 잘못된 것이죠.”

그는 우리 사회의 화두로 떠오른 ‘개혁’을 추진하는 방식에도 잘못된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개혁은 분명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필연적 요구지만 국민에겐 두려움과 공포감을 줄 수도 있거든요. 개혁, 개혁만 외치다 보니 앞날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일 수밖에 없어요. 개혁은 소리없이 착실하게 추진해야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성공할 수 있죠. 또 정계와 학계, 시민사회단체, 언론과 기업이 자발적으로 개혁에 참여할 수 있게 동기를 부여하고 범국민적 공감대를 이룰 수 있도록 대대적인 공익 캠페인을 벌이는 것도 필요합니다.”

지나친 반미(反美)정서도 우려했다. 미국이 아무리 우리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어도 현실적으로 우리가 줄 것보다는 받을 것이 더 많은 나라라는 것. 또 우리가 어려울 때 도움 받은 사실을 잊고 맹목적인 반미로 흐른다면 인간적인 도의나 정치적 신의를 저버리는, ‘경우에 맞지 않은 일’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자신이 IT전문가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톡톡 튀는 참신한 제안들을 쏟아놓아 눈길을 끈다. 효율적인 교통문화 정착을 위해 차량 2부제를 실시해야 한다거나, 시속 120km 이상 속도를 내지 못하게 하는 속도제한장치를 차에 달아 판매하자는 등의 발상이 그런 예다. 고속도로 수신호 제도 아이디어도 기발하다.

“주말이나 명절, 연휴에는 고속도로 정체구간에 교통경찰과 도로공사 직원, 자원봉사자들을 배치하고 수신호로 차량의 통행속도를 조절하는 겁니다. 가령 손을 펴면 5분, 주먹을 쥐면 10분, 두 번 쥐면 20분, 이런 식으로요. 수신호를 보면 그 자리에 멈춰서서 시동을 끄고 기다리는 겁니다. 기름 낭비도 막고 운전자들도 잠깐이나마 휴식을 취할 수 있으니 1석2조죠.

또한 수많은 경조사를 일일이 챙기는 것은 아주 부담스럽습니다. 인터넷을 활용해 경조사 참석을 대신하면 갖가지 불합리한 폐단과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죠. 즉 결혼식이나 장례식을 인터넷으로 중계해 해당 홈페이지에서 그 장면을 지켜보게 하는 거죠. 부조금은 인터넷뱅킹으로 결제하게 하고, 게시판에 축하나 위로의 글을 남기게 하는 겁니다. 기술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어요. 문제는 인식의 전환이죠.”

안 회장은 이런 대안들이 자신만의 생각이라기보다는 평소 많은 사람과 대화를 나누면서 공감한 이야기들을 정리한 것이라고 했다.

사실 IT업계에서는 그를 모르는 사람이 드물다. 벤처 거품이 빠진 뒤인 1999년 업계에 진출한 후 수년째 경기가 하강하는 국면에서도 연 100%에 달하는 성장을 이뤄냈기 때문. 회사를 설립하던 해 87억원의 매출을 올린 이래 수직상승을 거듭, 올해엔 600억원 돌파를 목표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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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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