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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버시 인터뷰

‘여의도 말아톤’ 다운증후군 딸 키우는 나경원 의원

“유나야 고마워, 난 네 미소만으로도 행복해…”

  • 엄상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angpen@donga.com

‘여의도 말아톤’ 다운증후군 딸 키우는 나경원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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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장부터 화제였다. ‘30대 후반 미모의 여성판사,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 법률자문 여성특보 전격 발탁’. 선거기간 내내 그녀는 이 후보를 뒤따랐다. 마치 배경처럼. 이 후보의 대선패배와 동시에 사라진 그녀는 2004년 총선을 앞두고 다시 한번 등장한다.
  • 다운증후군 장애아를 가진 한 엄마로서.
  • 그녀는 그렇게 정치인이 됐다. 그리고 1년 후.
‘여의도 말아톤’  다운증후군 딸 키우는 나경원  의원
한 자폐아의 인생 극복기를 그린 영화 ‘말아톤’이 인기다. 요즘 보기 드물게 에스프레소처럼 진한 감동과 여운이 남는 영화다.

나경원 의원(羅卿瑗·42·한나라당)은 이 영화를 두 번 봤다. 박근혜 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와 함께 한번, 며칠 후 ‘장애아이 위캔(We can)’ 모임 회원들과 또 한번 봤다. ‘장애아이 위캔’은 지난해 나 의원이 직접 만든 모임이다.

나 의원은 영화를 보면서 남들처럼 웃지 못했다. 아니 남들이 웃으면 웃을수록 목이 멨다. 그녀에겐 다운증후군 장애를 갖고 있는 딸이 있다. 올해 만 12살로 초등학교 6학년에 올라가는 유나다. 나 의원은 영화 속 주인공 초원이의 모습에서 유나를 봤다. 초원이의 영화 속 행동이 바로 현실 속의 유나의 행동과 흡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웃을래야 웃을 수가 없었다.

나 의원은 일주일에 두 번 변신을 한다. 월요일 오전 6시30분 눈을 뜨는 순간부터 그녀는 정치인이 된다. 미리 약속된 조찬모임부터 시작해 끊임없는 회의와 약속이 그녀를 기다린다. 하루하루가 예약된 전쟁이다. 어떤 날은 화장실에 갈 시간도 없을 정도로 바쁘다. 일주일이 순식간이다.

토요일 낮 12시, 나 의원은 다시 한 남자의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로 변신한다. 그녀의 남편은 서울대 법학과 동기인 김재호 서울고법 판사. 그리고 딸 유나 밑에 아들 현조가 있다. 주말은 온전히 가족과 함께 지내기 위해 그녀는 토요일 12시 이후에는 웬만해선 약속을 잡지 않는다.

그런데 그 원칙을 기자가 깼다. 2월12일 토요일 오후 1시30분,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 그녀의 가족이 사는 아파트에서 인터뷰를 하기로 한 것. 어떤 원칙이든 예외는 있는 것 아닌가.

약속시간 10분 전쯤 아파트 현관을 막 들어설 무렵, 어디서 많이 본 미인이 서둘러 앞서 들어간다. 나 의원이다. 조그맣고 서구적인 얼굴에 잘 관리된 몸매와 단정한 옷차림. 누가 봐도 40대 초반의 아줌마 모습이 아니다. 한데 몇 달 전보다 야위어 보인다. 내내 시달렸으니 피곤하기도 할 법하다.

나 의원을 따라 집안으로 들어갔다. 마침 두 아이와 남편 모두 있었다. 딸 유나는 언뜻 봐도 정상이 아니었다. 다행스러운 건 장애정도가 그리 심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 남편 김 판사는 인터뷰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단 한번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나 의원이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사진촬영을 위한 세심한 배려이자 센스.

-영화 ‘말아톤’을 두 번이나 보셨는데 어떻든가요, 평을 한다면.

“글쎄, 제가 영화전문가가 아니어서…. 잘 만든 것 같아요. 세세한 부분까지 구성이 탄탄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장애인 가족에게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일을 꼼꼼하게 다뤘다고 생각해요.”

-일부 장면은 상업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너무 과장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던데요.

“장애아동을 비하했다면 문제가 될 텐데 그런 게 아니잖아요. 흥행을 목적으로 조금 과장했다고 해도 지금 영화의 영향력을 생각하면 오히려 칭찬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이 영화를 본다면 그만큼 장애인이나 장애아동에 대한 이해의 폭이 커지지 않겠어요.”

출산 순간 불길한 느낌이…

사실 나 의원은 유나를 낳기 전까지는 다운증후군에 대해 전혀 몰랐고, 일부러 알 필요도 없었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딸 부잣집 4자매 중 첫째인 나 의원은 어렸을 때부터 별다른 어려움 없이 자랐다. 집안에 경제력도 있고 공부도 잘해 서울의 유명 사립초등학교에 이어 서울여고, 서울대 법대 및 대학원을 거쳐 1992년 사시에 합격하는 엘리트코스를 밟았다.

하지만 불행은 예고 없이 찾아왔다. 나 의원은 유나가 태어난 그 순간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아이를 낳는 순간, 간호사와 의사의 호흡이 일순간 멈춰지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상하다 싶었죠. 간호사가 ‘딸이에요’ 하면서 보여주는데 아이가 못 생겼더라고요. 갓 태어난 아이는 못 생겼다고 하기에 그런가보다 했죠. 다운증후군은 생김새의 특징이 있기 때문에 의사와 간호사는 이미 정상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그렇지만 피검사와 염색체 검사를 하고 정확한 걸 이야기해야 하니까 말을 못했던 거죠. 그러고 나서 하루 정도 있는데 남편 얼굴이 밝지 않더라고요. 왜 그러냐고 물어보는 데도 대답을 안 해요. 친구가 그 병원 의사였는데 꼬치꼬치 물어보니까 이틀인가 있다가 말을 해주더군요. 그래서 알게 됐죠. 다운증후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데 최악의 경우 아이가 아예 우유를 못 빨 수도 있다더군요. 그리고 워낙 증세도 다양하고, 진행도 다양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처음에는 정말 암담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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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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