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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의 삶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녹야원’ 주인 여여심

“수행은 않고 성스러운 체만 하는 껍데기 중은 되지 않겠소!”

  • 김서령 자유기고가 psyche325@hanmail.net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녹야원’ 주인 여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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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는 스님도 속인도 아니다. 슬픔이 가득 찬 눈망울을 깜박이며 맹렬 정진하는 수행자일 뿐이다. 지구 반대편 뉴질랜드에 선방(禪房) ‘녹야원’을 열어 명상과 구도를 전파하는 여여심. 전심전력하지 않는 승려를 비판하고 불교의 생활선을 엄격히 실천하는 그의 삶에서 문득 아라한(阿羅漢)의 모습을 본다.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녹야원’ 주인 여여심

‘녹야원’ 근처 숲을 산책하는 여여심.

뉴질랜드는 남섬과 북섬으로 이뤄진 나라다. 그중 남섬은 면적이 남한과 비슷한데, 인구는 고작 100만명밖에 안 된다. 남섬의 가장 큰 도시는 크라이스트처치로 여기에 30만명이 모여 산다. 그중 한국인은 2000명 남짓 된다고 들었다.

크라이스트처치에 한 달 가량 머물 일이 생겨 이 참에 여기 사는 한국인들을 만나 그들이 사는 모습을 구경하고 싶었다. 예민하게 세운 내 안테나에 여여심이라는 독특하고 진지한 사람이 포착됐다. 스님은 아니지만 속인도 아닌, 눈 깊고 생각 크고 고민 많은 여성. 나는 ‘녹야원’이라는 이름의 그 집으로 달려가 남방불교 승려가 입는 붉은 가사를 고쳐 만든 듯한 옷을 걸치고 머리를 파랗게 민 여여심을 만났다. 지구 반대편까지 흘러와 머리채를 다 잘라버리고, 뺨에는 아직 고운 기운을 지우지 못한 채 승도 속도 아닌 상태로 자그만 명상센터를 열고 스스로 좌충우돌 살아가노라고 말하는 여여심. 우리는 처음 만났지만 자매애라고 해도 좋을 공감으로 숱한 이야기를 나눴다.

국내 최초 아함경 10권 번역

여여심은 한국 나이로 마흔넷에 여덟 살, 여섯 살 난 아이가 딸린 엄마였다. “오후 3시면 학교로 아이를 픽업하러 가야 한다”고 말하는 도중에도 자꾸만 시계를 올려다봤다. 그는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지 않아 주로 집 안에서만 생활한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 명상시간을 빼앗기는 것은 물론, 사람들이 남기고 간 말들이 머릿속에 난무해 정신집중에 방해를 받기 때문이란다. 요즘은 살림집에 딸린 명상센터에도 나가지 않고 혼자 자신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앉았을 때가 많다고 한다. 그가 천착하는 것은 근본불교다. 20대 때부터 막연히 근본불교를 추구했다.

“불교를 처음 접할 때부터 한국과 중국의 간화선사(看話禪師)들이 주고받았다는 선문답들이 왠지 가식처럼 느껴졌어요. 겉으로 흉내만 낼 소지가 있고 진위를 증명할 길이 없는 무책임한 언행으로 보여 우스꽝스럽다고 여겼지요.”

그러다 29세가 되어 만난 것이 ‘아함경(阿含經)’이다. 여여심은 국내 최초로 아함경 10권을 번역하고 해설한 불경학자로, 오래 회의하던 불교의 참모습을 아함경에서 비로소 만난다. 거기에 나온 불교의 간결하고도 정곡을 찌르는 가르침과 너무나도 청렴하고 솔직하며 단순해 보이는 수행승들의 언행에 의심 없이 마음이 활짝 열렸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불교다 싶었어요. 아함경이 내게 안겨준 가장 큰 선물은 불교수행의 궁극이 저 어떤 추상세계가 아니라 바로 탐욕과 성냄, 어리석음을 뿌리째 뽑아낸 심신의 정화상태라는 것을 알게 해준 것이었죠.”

그때 이후 수행에 관심을 가지고 제 마음 안의 탐진치(貪瞋痴·탐하고 성내고 어리석음)를 끊어내기 위해 맹렬정진의 길로 들어섰다. 그 길은 스스로 평가하듯 좌충우돌 종횡무진이었지만 지그재그로 걸어가는 중에 조금씩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여여심은 몸 안의 정열이 유난히 많은 사람으로 보였다. 뿜어내는 뜨거움이 여느 사람과는 달라, 본인은 바로 그 열기 때문에 괴롭겠지만 언젠가 괴로움이 여여심을 아라한으로 이끌어줄 날이 올 것이라 나는 믿고 싶었다.

“여여심, 아라한이 뭐지요?”

“탐진치를 끊어내 윤회에서 자유로워진 존재지요.”

“여여심은 아라한인가요?”

“예에? 아라한이요?” 하며 펄쩍 뛰기에 “아라한을 실제 만나보기는 했나요?” 물었더니 “김해 다보선원의 붓다빠라 스님이 아라한이라고 말들 하지만 직접 만나지는 못했어요” 한다.

머리는 깎고 싶어서 깎았다. 깎고 나니 그렇게나 편안해졌다. 원래 남들이 오해할까 두려워서 하고 싶은 것을 못하는 겁쟁이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섣불리 승단에 등록한 출가승이 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나는 여여심의 홈페이지(www. migadaya.com)를 통해 그가 출가승이 되지 않는 이유를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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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령 자유기고가 psyche32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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