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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기자가 만난 사람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장 한승헌

“공판중심주의가 ‘법관지상주의’라면 수사중심주의는 ‘검사지상주의’겠네요?”

  • 글: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사진: 김형우 기자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장 한승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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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사개위 때부터 얼마나 많은 논의 거쳤는지 검찰도 잘 안다
  • ● 나는 누구보다 검찰을 이해하려 애쓰는 사람
  • ● 로스쿨 수는 제한하되 정원 결정은 교육부로 넘겨야
  • ● 헌재는 대통령 탄핵심판 소수의견 공개했어야
  • ● 全·盧, 당대에 처벌한 것은 YS의 치적
  • ● 제 구실 못할까봐 정치 안 했다…내 무대는 법조계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장 한승헌
한승헌(韓勝憲·71) 변호사는 군사독재 정권 치하에서 양심수와 시국사건의 단골 변호인이었다. 정권의 미움을 사는 데다 돈이 되지 않는 일이다 보니 나서는 변호사가 많지 않을 때였다. 한 변호사는 시국사건 변호를 고수하다 중앙정보부로부터 보복을 당해 피고인석으로 내려앉기도 했다. 종국에는 유죄판결이 확정돼 8년 동안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하고 법정의 변호인석 아닌 방청석에서 시국사건을 지켜봐야 했다.

한 변호사는 시집과 수필집을 다수 펴낸 문인이다. 문단의 인연으로 소설가 남정현씨의 ‘분지(糞地)’, 김지하 시인의 시 ‘오적(五賊)’ 사건, ‘다리’지(誌) 사건의 변론을 맡았다. 1970년대 박정희 정권이 유신독재 체제로 들어서면서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 사건, 민청학련 사건 법정을 바쁘게 뛰어다녔다. 그는 요즘 변론 사건 실록 출판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 민주화운동사의 한 부분을 이룰 소중한 기록이다.

그는 1980년 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에 연루돼 중앙정보부와 육군교도소에서 고초를 겪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어 ‘내란음모의 수괴’가 집권을 했고, 그 정부에서 감사원장을 지냈다.

시국사건 단골 변호인

법무법인 ‘광장(廣場)’에서 원로 변호사로 2선에 물러나 있던 한 변호사는 칠순에 다시 바쁜 시절을 만났다. 그가 독재 치하에서 변론을 맡았던 사람들이 노무현 정권의 주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 대통령 대리인단으로 참여했다. 지금은 국무총리와 공동으로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 위원장을 맡아 매스컴을 탄다. 필자가 인터뷰를 요청하며 “지상(紙上)에서 자주 뵙습니다” 하고 말했더니 “그러면 벌써 지하(地下)에 있으란 말입니까” 하는 조크로 받았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평검사들의 반발이 시작된 때여서 한 위원장은 인터뷰에 나서길 몇 번이나 사양했다. 그러나 1980년대 초, 올챙이 법조 기자 시절부터 알고 지낸 필자의 집요한 요청을 떨치지는 않았다.

서울 남대문로 2가 해운센터 빌딩에 있는 법무법인 광장 사무실에서 한 변호사를 만났다. 그는 신장 169cm, 체중 55kg의 깡마른 몸매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일찍이 ‘구조조정’을 한 몸이라서 ‘단 한 근’도 군살이 없단다. 인터뷰에 앞서 모두(冒頭) 발언을 들었다.

“사개추위 위원장은 어느 특정 사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찬반을 말해선 안 되는 입장입니다. 사개추위의 최종 결정 과정에서 회의 진행의 책임을 진 사람이 특정 사안에 대해 찬반 의견을 미리 표시하는 것은 중립성과 공정성에 문제를 불러오기 때문이죠. 다만 사법개혁을 위한 논쟁의 관전법(觀戰法) 또는 사안의 감상법을 말씀드릴 수는 있겠죠.”

-김승규 법무부 장관을 만나 검찰의 요구사항을 상당히 수용하는 선에서 합의를 해줬지요. 그런데도 평검사들이 수그러들지 않는군요. 나중에 취소했지만, ‘밀실합의’를 수용할 수 없다는 결의문을 내기도 했고….

“형사소송법 개정안에서 공판중심주의 부분은 종래에 비하면 상당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검사들이 이에 대해 우려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국민 앞에서 서로 갈등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 아니라 대의를 살려 합의와 봉합을 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꼈죠. 그래서 법무부 장관과 만나 장시간 얘기를 나눴습니다. 그 자리에서 검찰의 주장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습니다. 실무진 사이에도 그동안 견해가 엇갈리던 검사의 피고인 신문도 허용키로 의견접근이 이뤄졌지요.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에 관해서는 대법원 판례에 따른 규정을 둔 것뿐이고, 그 보완책으로 조사자 증언의 범위를 넓혔습니다. 검찰의 의견을 수용한 것이죠. 이미 보도된 대로 영상물의 증거 활용 문제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의견 일치를 봤습니다.”

그는 후배 검사들이 ‘밀실타협을 수용할 수 없다’는 표현을 쓴 데 대해 못마땅해했다.

“사개추위 위원장과 법무부 장관이 만나 이야기를 나눈 것을 평검사들이 밀실타협이라고 했는데, 그 말을 자진 철회했다니 더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공판중심주의에 대비되는 재판이 ‘조서재판’이다. 검사가 조서를 작성하고 피고인이 무인(拇印·손도장)을 찍으면 설사 법정에서 그것을 부인하더라도 증거능력이 인정돼 수사기록 중심으로 재판이 이뤄지는 제도다. 그러나 이미 대법원 전원합의부 판결로 판례를 바꿔 조서재판은 설 자리가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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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사진: 김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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