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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기자가 만난 사람

만화가 허영만

“복어알 毒 찍어먹고, 소 몇 마리 토막 내가며 ‘식객(食客)’그렸죠”

  •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위원 hthwang@donga.com/사진 정경택 기자

만화가 허영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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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객’ 51화 중 가장 애착 큰 건 ‘고추장 굴비’
  • 먹는 즐거움이 인생의 행복에서 2할5부
  • 나의 ‘베스트 5’ 음식점 : ‘어부가’ ‘봉산집’ ‘잡어와 묵은지’ ‘삼해’ ‘샤르르’
  • 부친 멸치어장 망해 미대 진학 포기, 3만원 들고 상경해 화실 직행
  • 만화는 ‘에듀테인먼트’…현장에 없는 이야기는 안 쓴다
  • “벤츠 타고 골프 치러 가니까 욕 안 먹으려고 기부하는 거죠”
  • 죽어서 고우영 화백처럼 다뤄졌으면 좋겠다
만화가  허영만
송홧가루가 날릴 무렵 서해의 황복이 알을 낳으러 누런 배때기를 불리며 임진강을 거슬러 올라온다. 강변에 소나무 한 그루만 서 있어도 강물이 누렇다. 임진강 송홧가루를 먹은 황복에서는 솔향기가 난다.

복 요리사는 가끔 죽음과 맞바꾸는 맛의 도박을 즐긴다. 복어알은 ‘테트로도톡신’이라는 맹독을 지니고 있다. 봄철 산란기 독성이 강할 때에는 복어 한 마리의 테트로도톡신으로 성인 수십명을 죽일 수 있다. 복어 알 먹기는 작둣날 위에서 즐기는 식도락이다. 삐끗하면 목숨이 위태롭다.

황복 요리사들 중에는 내성이 생겼다고 뻐기는 사람도 있지만, 실제로 매일 미량(微量)의 독을 먹더라도 면역 효과는 생기지 않는다. 다만 황복은 임진강을 거슬러오는 동안 먹이가 바뀌어 독성이 약해진다. 복어의 독은 무색·무미·무취다.

복어회는 밑에 신문지를 깔면 글씨가 보일 정도로 얇게 저민다. 그렇게 얇은 회에 미나리 줄기를 넣고 말아서 소스에 찍어먹는다. 독은 무미·무취하지만 황복회는 ‘죽음과 맞바꾸는 맛’을 지녔다. 중국의 시인 소동파는 늦봄이면 복요리에 빠져 정사(政事)를 게을리했다는 기록이 전한다.

‘식객(食客)’의 만화가 허영만(許英萬·57)은 파주로 황복 취재를 갔다가 복어알을 맛보았다.

“황복알을 젓가락으로 살짝 찍어먹었는데도 뒷목이 빳빳해지며 손끝이 짜릿짜릿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세 번 찍어먹자 요리사가 복어알 접시를 치웠어요. 별맛은 없었죠.”

허 화백의 치열한 취재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일화다. ‘식객’은 대충 자료 보고 베끼는 요리 만화가 아니라 현장을 발로 뛰어 관찰한 한국 음식문화의 대하(大河) 다큐멘터리다. ‘식객’은 동아일보에 3년을 넘겨 연재되고 있다. 김영사에서 9권의 책으로 묶여 출판됐는데, 50만권이 팔렸다.

허 화백은 일본만화 ‘맛의 달인’ ‘명가의 술’ ‘초밥왕’이 판을 칠 때 김치 얘기를 만화로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한다. 그러나 김치 한 가지를 소재로 하면 이야기가 밋밋할 것 같아 음식의 폭을 넓혔다. 음식에 박학다식(博學多識)한 이호준씨(‘식객’ 취재담당)와 함께 3년 동안 준비작업을 했다.

“계절별로, 지역별로 음식이 다양하니까 한두 달 취재해서 되는 게 아니죠. 1년을 뛰어다녔는데도 모자라 보충하다보니 3년이 지났어요.”

허 화백 화실에서는 대모산이 바라다보인다. 강남 수서의 분당 가는 길옆으로 비닐하우스 밭이 너르게 펼쳐져 있다. 허 화백이 아침을 먹으러 간 사이에 ‘식객’의 산실을 둘러보았다. 책상 주위에는 음식사진과 자료, 메모지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메모지에 6월 어느 날의 일기가 적혀 있었다. 달필이다.

‘집에 들어가 저녁을 먹고 아무도 없는 부엌에 불을 켜고 그동안 밀렸던 영어 공부를 한 시간 했다. 위스키를 마시고 싶은 욕구를 누르고… 잊지 않기 위해 이 한 장의 일기를 쓴다. 또 그런 시간을 갖기 위해 술자리를 피해야겠다.’

절제력이 강한 노력가임을 보여주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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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위원 hthwang@donga.com/사진 정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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