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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 장수옥·철선녀 부부

“우리가 싸우면 둘 중 하나는 죽을 거예요”

  •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 사진·조영철 기자

한국판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 장수옥·철선녀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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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무술의 기본은 육상”

한국판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 장수옥·철선녀 부부

‘족기의 달인’ 장수옥 총재의 젊은 시절 고축차기(왼쪽)와 날아차기.

평수는 손바닥으로 상대방의 급소나 혈을 공격하는 것으로 장풍을 연상케 한다. 청와대 경호실 무술사범으로 재직시 그는 이처럼 철저하게 실기 위주로 직원들을 훈련시켰다. 경호실 직원들은 무술이라면 다들 한가락씩 한다. 밖에 나가면 누구라도 체육관 사범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실력을 갖추고 있다. 그런 실력자들을 가르치고 제압하기 위해서는 완벽한 시범을 보여야 한다.

처음에 경호실 직원들은 특공무술에 대해 거부감을 나타냈다. 그때껏 자신들이 연마해온 태권도나 합기도, 유도, 검도와 비교해 ‘뿌리가 없는 무술’이라며 얕잡아본 것.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들은 특공무술이 가진 실전성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나중에는 특공무술의 전파자로 나서게 됐다.

2002년 3월 청와대 경호실에서 퇴직한 장 총재는 자서전을 펴냈다. ‘대통령 경호원들의 영원한 사부’라는 책 제목은 바로 그에게서 특공무술을 배운 경호실 제자들이 붙인 것이다.

그가 태어난 곳은 전북 김제. 4남1녀 중 둘째아들이었다. 초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운동에 소질을 보였다.



“모든 무술의 기본은 육상입니다. 어떠한 운동도 달리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돼요. 그만큼 기초체력이 튼튼해야 한다는 거죠. 내 경우 체력만큼은 타고난 것 같습니다. 달리기를 하면 늘 1등을 했고, 제기를 차면 200m 트랙을 한 바퀴 도는 동안 한번도 땅에 떨어뜨리지 않았습니다. 축구도 잘했고요. 또 싸움이 붙으면 먼저 때리고 재빨리 도망치는 재주가 뛰어났어요. 그래서 웬만해선 맞지 않았죠.”

그의 특기 중 하나인 고축차기(뛰어차기)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연마한 기술이다. 겨울에 그는 친구들과 함께 교사(校舍) 처마 밑에 매달린 고드름 따기 놀이를 즐겼다. 다른 아이들은 펄쩍 뛰어서 손으로 따냈지만 그는 발로 차서 떨어뜨렸다. 그 정도로 몸놀림이 가볍고 날렵했다.

졸업 후 집에서 4㎞ 떨어진 이리중학교에 들어갔다. ‘촌놈’이라고 무시당하기 싫었던 그는 아이들과 이틀이 멀다하고 주먹다짐을 벌였다. 그토록 자주 싸움을 했지만 그의 기억에 맞은 적은 거의 없다. 워낙 눈이 빠르고 몸이 민첩해 상대가 그를 맞히기가 힘들었다는 것.

그가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한 계기는 재수생 시절 서울에서 야바위꾼한테 얻어맞은 사건이다. 중3 시절 그는 서울에 있는 모 고등학교를 목표로 열심히 공부했으나 낙방했다. 그대로 주저앉기엔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다. 서울로 올라간 그는 친척집에 얹혀살면서 입시학원에 다녔다. 어느 날 우연히 서울역 부근에 갔다가 야바위꾼들에게 걸려들어 갖고 있던 돈을 몽땅 잃었다.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자 주변에 있던 바람잡이들이 골목 안쪽으로 끌고 가선 흠씬 두들겨 팼다. 복수심에 불탄 소년 장수옥은 그때부터 무술을 배워야겠다고 결심했다.

처음 시작한 것은 태권도였다. 태권도를 어느 정도 배운 다음에는 합기도 도장에 다녔다. 합기도에 한창 재미를 붙일 무렵 부친이 집으로 불러내렸다. 이듬해 이리상고(현 익산 제일고)에 들어간 그는 합기도장에 등록을 했다. 수업이 끝나면 곧바로 도장으로 달려갔고, 도장을 마치고 집에 와서도 도복으로 갈아입고 인근 초등학교 운동장에 가서 발차기 연습을 했다. 한마디로 운동에 미쳤던 것이다.

그의 운동방식은 기초체력 훈련과 기술훈련을 병행하는 것이었다. 먼저 운동장을 수십 바퀴 도는 것으로 하체를 단련한 다음 나무를 상대로 발차기 연습을 했다. 돌려차기와 회축차기를 집중 연마하고, 나무를 차고 가지 위까지 뛰어오르는 훈련을 반복했다.

집에 들어갈 때는 대문을 이용하지 않고 늘 담을 뛰어넘었다. 그의 발차기 기술 중 가장 돋보이는 고축차기는 이런 일상적인 훈련을 통해 완성된 것이다. 그의 고축차기 최고 기록은 3m70cm. 쪼그려 앉은 자세에서 공중으로 솟구쳐 이중 점프를 해 목표물을 발로 차는 고난도 기술이다.

그는 도장을 다닌 지 1년 만에 3단을 땄다. 고교 2학년이 되면서는 수련생들을 가르칠 정도로 실력이 급성장했다. 방학 때면 대학생들이 도장에 와서 그에게 배우기도 했다. 3학년 때는 4단을 따고 정식으로 사범 임명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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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 사진·조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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