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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호업계 홍일점, 고은옥 ‘퍼스트레이디’ 대표

“힘으로 보디가드 하던 시대는 끝, 고객은 섬세한 팔방미인 원해요”

  • 구미화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hkoo@donga.com

경호업계 홍일점, 고은옥 ‘퍼스트레이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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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권도, 경호무술, 용무도 합계 12단
  • 이혼소송, 스토킹, 학교폭력으로 경호 대중화
  • 예방할 수 없는 ‘돌발사고’…의뢰인과 경호원의 사랑
  • 자존심 구겨진 날, 처음이자 마지막 ‘현장 일탈’
  • “은옥씨는 남자를 지치게 해요”
경호업계 홍일점, 고은옥 ‘퍼스트레이디’ 대표
약속시각보다 조금 늦게 나타난 그는 듣던 대로 미인이다. 170cm, 늘씬한 키에 잿빛 정장이 잘 어울린다. 희고 고운 피부에 핑크빛 아이섀도를 바른 커다란 눈. 꽃처럼 예쁘다. 마스카라로 살짝 들어올린 속눈썹은 길고 풍성하다.

“요즘 화장이 좀 진해졌어요. 경영자가 되고 보니 사회적으로 기대하는 이미지라는 게 있더라고요. 그래서 파마도 처음 해봤는데, 관리를 잘 못해서 다 풀어졌어요….”

미소를 머금고 얘기할 때마다 방금 바른 듯한 립글로스가 반짝반짝한다. 고은옥(高恩玉·27). 이름마저 곱고, 상냥하기만한 그의 어디에서 그런 강단이 나올까.

그는 경력 10년차의 베테랑 경호원이다. 태권도 4단, 경호무술 4단, 용무도 4단 해서 합계 12단의 무술 실력을 자랑한다. 그동안 미하일 고르바초프, 톰 크루즈 등 해외 유명인사를 비롯해 1000명이 넘는 사람의 신변을 보호했고, 2003년 말부터는 국내 최초의 여성전문 경호업체인 ‘퍼스트레이디’ 대표를 맡고 있다.

그가 경호업계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건 고등학교 3학년이던 1996년 겨울. 수능시험을 마치자마자였다. 언니가 얌전히 책을 읽을 때 동네 개구쟁이들과 어울려 구슬이며 딱지를 치고, 여동생이 피아노를 배울 때 태권도장에서 뛰고 구르던 그에겐 특별할 게 없는 선택이었다.

“집에 딸만 셋이다 보니 어려서부터 어른들이 아들 타령하는 걸 많이 듣고 자랐어요. ‘이 집은 누가 제사를 지내냐’ ‘양자를 들여야 하는 것 아니냐’ 하는 소리가 듣기 싫었죠. 중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집안에 여자들만 남게 되자 이제 내가 아들 노릇을 해야겠구나 생각했어요. 여학교에 다니면서도 머리를 남학생처럼 짧게 깎고, 운동을 열심히 해서 태권도와 육상 선수로 활약했죠. 그래서 여학생들한테 초콜릿이며 사탕 선물도 많이 받았어요. 장래희망도 군인이나 경찰이었고요. 그러다 우연히 경호원이란 직업을 알게 돼 아르바이트로 시작했는데 천직이 되고 말았습니다.”

“여자라고 못할 일이 뭐냐”

어려서부터 닦은 태권도 실력으로 금녀(禁女)의 벽을 넘은 그는 남자 동료들과 똑같이 경호에 필요한 교육을 받고 현장에 투입되기만 기다렸다. 그런데 다른 경호원들이 몇 번씩 일을 나가도록 유일한 여성인 그에겐 임무가 주어지지 않았다. 고객들은 ‘경호원’ 하면 으레 건장한 남자를 떠올리기에 회사에서 그를 현장에 파견하기를 주저했던 것. 조르고 졸라 며칠 만에 겨우 나간 현장에선 의뢰인이 남자 경호원으로 교체해달라고 요구하는 바람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충분한 자격요건을 갖추고 똑같이 교육을 받아도 여자라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을 때면 화가 났다.

그냥 물러설 순 없었다. 어머니에게서 “여자라고 못할 일이 뭐가 있냐”는 소리를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듣고 자란 그는 오기로 버텼다. 그리고 마침내 ‘첫 경험’을 했다. 고객은 유명 가수. 막무가내로 달려드는 팬들을 저지하느라 온몸이 멍투성이가 됐지만 회사와 의뢰인의 우려를 모두 씻어내는 계기가 됐다.

현장 출동이 잦아질수록 일하는 재미에 푹 빠져들었다. 명지대 경영학과에 입학한 뒤에도 경호 아르바이트는 계속됐다. 2학년 때는 아예 경호업체 정식 직원으로 취업했다. 그 때문에 졸업이 남보다 1년 반이나 늦어졌지만 캠퍼스의 낭만을 느낄 겨를도 없을 만큼 그는 “일에 완전히 미쳐 있었다”고 한다.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매번 다른 현장, 새로운 사람들을 접해야 하는 경호원은 제 적성에 딱 맞는 일이었어요. 제가 원래 가만히 앉아서 펜 굴리는 체질이 아니거든요. 경호원을 고용하는 사람들이 대개 사회 고위층이다 보니 배울 점도 많았어요. 가령 기업 최고 경영자를 수행할 때면 그들의 경영 마인드나 인생철학을 엿볼 수 있었죠.”

해가 갈수록 여성 경호원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는 것도 그를 신나게 만들었다. 여성 경호원에 대한 수요 증가는 경호 영역의 확대와 흐름을 같이한다. 과거엔 경호의 범위가 대통령과 정부 고위 인사, 연예인 등 특정계층에 대한 신변보호에 국한됐으나, 몇 년 전부터는 수행비서, 행사 안전요원으로도 투입되고 있다. 의뢰인들이 경호 역량은 남성에 비해 뒤지지 않으면서 훨씬 섬세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이끌어내는 여성 경호원을 선호하면서 그의 몸값도 치솟았다. 그는 여성 경호원에 대한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을 깨닫고 2003년 11월, 여성 전문 경호업체 ‘퍼스트레이디’를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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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화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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