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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호업계 홍일점, 고은옥 ‘퍼스트레이디’ 대표

“힘으로 보디가드 하던 시대는 끝, 고객은 섬세한 팔방미인 원해요”

  • 구미화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hkoo@donga.com

경호업계 홍일점, 고은옥 ‘퍼스트레이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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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퍼스트레이디’에 등록된 경호원은 12명. 12명이 개별적으로 팀을 꾸려 별도의 팀원을 확보하고 있다. 이 밖에 관공서, 기업체 등에 파견돼 장기간 상주 근무하는 계약직 경호원도 상당수. 대규모 행사 경호를 맡게 되면 100명 이상을 동원해야 하는데, 그럴 때는 다른 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거나 프리랜서를 동원한다. 회사 설립 후엔 경영에만 전념할 계획이었지만 여성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급할 땐 그도 직접 현장에 뛰어든다.

대규모 행사 경호를 수주하면 동원인력이 적게는 수십명에서 수백명에 이르고, 건당 매출도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이 오간다. 그런 까닭에 그가 독립법인을 설립하겠다고 하자 여자 혼자서, 그것도 스물다섯이라는 어린 나이에 너무 성급하지 않냐며 우려하는 이가 많았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TV 홈쇼핑에 개인 경호 상품을 내놓으면서 경호를 특정 계층의 전유물에서 일반 상품으로 대중화했고 6억원의 연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 매출목표는 15억원. 그는 무난히 목표를 채울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요원들을 통솔하는 리더십, 인적 네트워크를 맺고 경호를 수주하는 능력, 한번 인연을 맺은 고객을 단골로 만드는 꼼꼼한 서비스가 성공 포인트인 것 같아요. 처음에는 못 미더워하던 고객들도 한번 맡겨보고 나서는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책임감에 크게 만족하죠.”

운전, 비서, 통역까지

고객은 크게 건설회사, 여성 경제인, 연예인, 일반인으로 분류된다. 이 중 건설회사는 ‘퍼스트레이디’를 비롯한 대부분의 경호업체에서 놓쳐서는 안 될 가장 비중 높는 고객 중 하나다. 재건축 및 재개발 현장과 모델하우스, 주주총회 등에 경호원이 수시로 동원되기 때문. 그도 인정하듯 암암리에 계속되어온 건설회사와 ‘어깨’들 간의 검은 거래를 경호업체들이 양지로 이끌어낸 것이다.



“경호업이 지금처럼 활성화되기 전까진 모두 ‘깍두기 형님들’이 도맡아 했던 일이죠. 그래서 초창기엔 건달들이 경호업체를 차리곤 했어요. 요즘도 상당수 경호업체가 ‘그분’들을 끼고 있어요. 물론 저희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분들이 거래를 성사시키면 일정액의 커미션을 지급하죠.”

그러나 그렇게 성사되는 계약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재개발 및 재건축 현장에 남성 경호원만 투입할 경우 건설회사와 대립하는 사람들을 저지하다가 자칫 성추행 혐의를 받을 소지가 있기 때문에 여성 경호원을 필요로 한다. 모델하우스나 주주총회에서도 우락부락한 남성 경호원들보다는 여성 경호원들을 배치해 분위기를 한결 부드럽게 조성하는 추세다.

여성 경제인은 새롭게 부상하는 고객층이다. 신변 보호는 물론 운전과 비서 업무까지 편하게 맡길 수 있어 여성 경호원을 고용하는 여성 경제인이 크게 늘고 있다는 것. 고은옥 대표는 “여성 경호원을 채용해 골프장은 물론 해외 출장에 동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경호원의 업무 영역이 운전, 비서, 통역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한다.

“과거엔 경호원의 자질로 체격조건과 운동실력을 최고로 꼽았는데, 요즘은 그건 기본이고 그 이상의 다양한 능력을 갖춰야 해요. 운전, 컴퓨터 실력은 물론 외국어 구사 능력도 필요합니다. 고객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그들이 원하는 경호원의 조건도 점점 구체화하고 있어요. 한마디로 만능, 멀티 플레이어를 원하죠.”

고졸 이상의 학력에 신장 160∼165cm, 태권도 유도 등 무술 유단자이면 경호원이 되기 위한 기복적인 조건은 갖춘 셈이다. 그러나 고객의 기대 수준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 인재 육성이 시급하다고 판단한 고 대표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11월5일부터 한 달간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주관으로 여성 경호원 양성 과정을 마련할 예정이다. 그가 직접 커리큘럼을 만들었는데, 운동은 기본이고 에티켓, 외국어, 컴퓨터, 응급처치 등을 교육하고 극기훈련을 통해 정신력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보고 듣되 말하지 말라

경호원이 지켜야 할 불문율 중 하나가 ‘보고 듣되 말하지 말라’이다. 이 수칙은 연예인을 비롯한 유명인사를 경호할 때 특히 요구된다.

“연예인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다는 데 매력을 느껴 경호원이 된 사람도 있어요. 경험과 자질이 부족한 경호원들에겐 연예인의 은밀한 사생활을 곁에서 목격하고도 입 다물고 있어야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죠. 데이비드 베컴도 경호원 때문에 사생활이 폭로돼 곤욕을 치렀잖아요. 후세인은 경호원이 은신처를 알려줘서 미군에 붙잡혔고요. 경호원이 기본적인 인성을 갖추지 않으면 의뢰인뿐만 아니라 회사에도 치명적입니다. 그래서 경호원에겐 무술만큼이나 정신교육이 중요하죠.”

최근엔 ‘특수한’ 목적으로 경호를 의뢰하는 일반인이 늘고 있다. 이혼소송을 앞둔 여성이나 왕따, 스토킹으로 정신적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여성 경호원에게 도움을 청한다는 것.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이혼소송을 준비 중인 여성이 남편의 협박과 폭력이 두려워 이혼 수속을 밟을 때부터 경호를 의뢰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면 여성 경호원이 의뢰인의 집으로 찾아가 법원에 동행하고, 볼일을 마치면 다시 집으로 데려다줍니다. 어떤 고객은 바로 집에 가면 남편이 찾아올지도 모른다면서 그냥 좀 함께 돌아다니다가 아무 데다 내려달라고 하기도 해요. 그럴 땐 같은 여자로서 정말 마음이 아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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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화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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