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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의 삶

‘마음챙김 명상’ 과학적으로 증명한 장현갑 영남대 교수

“건포도 명상으로 마음의 이두박근, 삼두박근을 키워보세요”

  • 김서령 칼럼니스트 psyche325@hanmail.net

‘마음챙김 명상’ 과학적으로 증명한 장현갑 영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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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울, 슬픔, 괴로움…. 인생의 길목에서 누구나 한번쯤 만나게 되는 불청객이다. 이럴 때 우리는 화를 다스리지 못해 터널에서 한참을 허우적대거나 심지어 자신을 망가뜨리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 간단히 마음을 다스릴 수 있다는 이가 있다. 마음을 살피고 보듬으면 마음을 생각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장현갑 교수의 ‘마음챙김 명상’을 따라 해보자.
‘마음챙김 명상’ 과학적으로 증명한 장현갑 영남대 교수
건포도 세 알을 손바닥에 올린다. 들여다본다. 이게 뭔가? 전에 한번도 본 적 없었던 것처럼 건포도를 들여다본다. 모든 감각을 총동원한다. 마음속에 틀림없이 다른 생각이 끼어들겠지만 그걸 밀치고 계속 건포도만 본다. 건포도 한 알을 손가락으로 들어올려 촉감을 느껴본다. 뒤집어도 보고 불빛에 비쳐도 본다. 불빛이 건포도를 통과하는지도 살핀다. 손가락을 움직여 계속 건포도의 촉감을 느낀다. 자기 마음속에 지루하거나 시시하거나 조급한 생각이 드는지 살펴본다. 다른 생각이 끼어들어도 실수하거나 잘못한 것이 아니다. 마음을 건포도에 다시 모으면 된다. 다음엔 건포도를 귀에 갖다 대본다. 손가락으로 비비면서 소리가 들리는지 들어본다. 마음속에 잡다한 생각이 떠오르거든 천천히 그 생각을 내려놓고 다시 건포도 쪽으로 의식을 집중한다. 이번에는 건포도를 코 가까이 대본다. 냄새를 맡아본다. 냄새가 어떻게 자신 안에 들어오는지를 살핀다. 이번엔 입 앞으로 가져온다. 입에 넣지는 말고 입안에서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지를 지켜본다. 침이 고인다면 어디에서 가장 많이 고이는지를 느낀다. 혀가 움직이는지도 관찰한다. 가능한 한 주의 깊게 입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살핀다. 잠시 뒤 입을 열고 입속에 건포도를 넣는다. 그 다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마음을 챙겨본다. 씹기 직전의 건포도의 느낌, 입 속에서 일어나는 변화, 혀끝에 닿는 건포도의 감촉, 침과 혀의 반응에 마음을 집중한다. 어떤 생각이나 판단이나 이야기가 떠오른다면 관대하게 그것을 그냥 놓아 보내준다. 오직 자신의 입 안, 건포도 주위에서 펼쳐지는 일에만 감각을 집중하여 계속 마음을 챙겨본다. 이제 건포도를 서서히 씹는다. 처음 깨무는 순간을 느낀다. 맛을 본다. 달콤한지, 새콤한지, 부드러운지, 딱딱한지, 쫄깃한지, 입안의 어떤 부분에서 맛이 가장 강하게 느껴지는지를 집중해서 살펴본다. 되도록 천천히 씹으면서 건포도의 모든 것을 감각한다. 삼키면 어떤지, 삼킨 뒤에도 맛이 남아 있는지 지금 이곳에 존재하는 모든 감각을 총동원하여 건포도에 집중한다. 나머지 두 알도 반복하여 그런 식으로 집중하여 마음을 챙겨가며 천천히 씹어 먹는다.

자, 이것이 건포도 명상이다. 읽기엔 지루했을지 모르지만 실제로 따라 해보면 전혀 다른 감각을 느낄 수 있다. 무심코 아무 생각 없이 하던 행동을 꼼꼼히 따라가 보면서 지금,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이 이 명상의 목적이다. 건포도 세 알로 20분쯤 마음을 모을 수 있다. 불가에서 행하는 참선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이모꼬(화두) 대신 눈에 보이고 냄새가 나고 맛도 느낄 수 있는 건포도를 들고 왔을 뿐이다. 우리 감각의 실체를, 깨어 있는 마음을 좇아가기 위한 가장 간단한 훈련이다. 추상이 아닌 건포도라는 실체, 오감을 동원할 수 있는 대상이 눈앞에 있기 때문에 마음 움직임을 따라가기가 비교적 수월하다.

이렇게 천천히 보고 듣고 촉감을 느끼고 냄새 맡고 맛보면서 마음을 찬찬히 살피면 우리 마음에도 근육이 생길 수 있다. 아령을 들고 내려서 이두박근과 삼두박근을 키우듯 마음의 행로를 샅샅이 지켜보는 마음챙김 명상을 거듭하면 마음근력 전반이 강화된다(마음에도 근육이 있다는 장 교수의 설명에 나는 무릎을 친다). 마음근육은 집중력이기도 하고 포용력이기도 하고 인내력이기도 하다. 실제로 임상에서는 통증 감소, 스트레스 해소, 면역력 증강, 우울증 해소 같은 반응으로 나타나는 게 증명됐다.

마음챙김 명상

서초동 교육개발원 회의실 매트에 똑바로 앉아 나는 장 교수가 이끄는 대로 저 건포도 명상을 체험했다. 전에 몇 번 여름 산사에서 실시하는 참선수행에 참가했는데, 건포도를 눈앞에 들고 오감을 집중하는 것은 화두를 머릿속에 잡고 면벽하고 앉는 불교식 수행보다 훨씬 마음 모으기가 쉬웠다. 반야심경의 색·성·향·미·촉·법을 외면하지 않고 따라가며 지켜보는 방식이라 장 교수가 지시하는 대로 놓치지 않고 생각을 풀어내면 되는 일이었다. 난생 처음 내 입 안에서 나타나는 침의 움직임을 자세히 지켜봤다. 배가 고픈 상태가 아니었건만 입 근처에 건포도가 다가오자 내 혀는 파블로프의 개처럼 침을 마구 분비했고 혀도 침이 분비되는 쪽으로 따라 움직였다.

그걸 느껴봐서 무슨 소용이냐고? 아니다. 일상에서 자신의 마음이나 몸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지켜보는 각성훈련은 우리를 놀랍게 변화시킨다. 자기 몸 안에서 일어나는 여러 감각을 비판 없이 있는 그대로 관찰하면 고통이나 우울까지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게 된다.

만성통증 환자가 명상수련을 반복하면 통증을 그저 바라볼 뿐 아픔을 느끼지 않게 된다. 우울이나 불안증 환자는 우울을 일으키는 생각 자체를 바라봄으로써 우울이나 불안 속에 빠져들지 않게 된다. 통증이나 불안이나 우울과 관련한 생각은 그저 생각일 뿐 실체가 아닌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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