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인물탐구

‘노(盧)의 남자’ 김병준 교육부총리 내정자

집념의 ‘전면전’ 인생, ‘동시다발 개혁’에 방향 잃다

  • 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parker49@donga.com

‘노(盧)의 남자’ 김병준 교육부총리 내정자

2/5
이를 정제된 언어로 옮기면 이렇다.

‘중앙정부에 의한 획일화된 통제로는 세계화와 지식정보사회의 전개라는 시대적 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 보다 분권적이고 민주적인 질서를 통해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창의적인 정신이 분출되도록 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간의 경쟁을 통해 지역사회의 잠재된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1999년 논문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의 대립과 협력’, 김병준 국민대 교수)

교수 시절 그는 지방자치에 대한 강연 요청을 거절하는 법이 없었다고 한다. 그가 2000년 경실련의 지방자치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을 때 함께 일했던 윤순철 경실련 시민감시국장은 “김 교수는 몸이 아파도 지방자치 관련 강연 약속은 취소하지 않았다”고 했다. 윤 국장이 기억하는 김병준은 ‘집념의 사나이’다. 다음은 그가 들려준 얘기.

“국회가 자치단체 부단체장을 중앙정부가 임명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려 한 적이 있다. 이는 지자체 정신에 어긋나는 것이었다. 부단체장은 자치단체장이 임명케 해야 했다. 김병준 교수는 이를 저지하기 위해 관련 토론회와 집회에 거의 모두 참석했다. 결국 국회 법안은 부결됐다.”



‘집념의 사나이’

목표한 것은 꼭 이뤄내고야 말겠다는 그의 집요함은 요즘 언론이 그려내고 있는 ‘강성의 이미지’ 그대로다. 지난해 7월 김 내정자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가볍게 여겨지는 현상이 있다”며 “그러나 과장해서 얘기하면, 헌법을 바꾸는 정도로 힘들이지 않으면 바뀌지 않을 정책으로 만들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타협을 모르는 불도저 같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이 같은 강경한 발언으로 김 전 실장은 ‘좌파’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가 비록 ‘세금폭탄’이란 말을 쓰지 않았다고 부인했지만, 세상은 그가 부자들에 대해 적개심을 갖고 있다고 수군거렸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김 전 실장은 원칙에 충실할 뿐 좌파가 아니다”며 “부동산에 실거래 가격으로 과세하는 것은 이전 정부에서도 다 검토했던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과거 정부가 하지 못한 이유는 정권 지지율이 떨어질까 두려워서였다며 장기적으로는 부동산 세제를 정상화하는 노력이라고 말했다.

그를 두고 강경파라고 하는 데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조경호 국민대 교수(행정학)는 김 내정자의 실제 면모가 ‘강성’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한다. 조 교수는 김 내정자가 국민대 교수협의회장을 맡았을 때 교수들과 재단의 이해관계를 순조롭게 조정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한다.

“그는 강경파보다는 조정자에 가깝다. 당시 그는 교수가 주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하기보다 재단과 총장의 처지까지 고려해 절충안을 내놓는 데 주력했다. 하루는 몇몇 교수가 재단에 바라는 사항을 적어 김 실장에게 전달했다. 김 실장은 이것을 재단에 전달하기 전에 전체 교수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얼마나 많은 교수가 이들의 생각에 공감하는지 재단에 알려주려는 의도였다. 의견을 제시한 교수들에게 전체 교수사회의 생각을 알려주려는 생각도 있었다. 이처럼 세심한 가교 역할 덕분에 재단과 교수들은 충돌하지 않았다. 재단이 일방적으로 대학총장을 임명하는 관행을 없앤 것도 그가 교수협의회장일 때다. 교수들이 총장 후보를 추천하고 재단에선 이를 근거로 총장을 임명했다. 이는 우리 대학의 중요한 변화였다.”

오랫동안 김 내정자를 지켜본 정부의 한 관계자도 그를 ‘탁월한 조정자’라고 평했다. 논쟁을 좋아하는 노무현 대통령과도 갈등을 빚은 적이 거의 없다고 한다. 노 대통령과 궁합이 잘 맞아서도 그랬겠지만, 상대의 생각을 읽고 적절하게 대응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얘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책실장은 안보와 경제 부분을 뺀 모든 정책을 총괄했고, 그중에서도 교육정책의 비중이 높았기 때문에 그가 교육부총리로 가도 문제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러 사람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합의점을 도출하는 능력이 출중해 말 많고 탈 많은 교육부에서도 능력을 발휘하리라는 것.

결벽에 가까운 청렴성

김 내정자가 교육부총리가 되면 교육인적자원부는 ‘인적자원’에 상대적으로 무게를 더 실을 것으로 보인다. 김 내정자의 한 측근은 그를 대신해 “대학은 산업이 원하는 인력을 양성해내고, 저소득층의 지식격차를 해소하며, 일터에서도 대학 학점을 받아 다양한 인재들이 사회로 쏟아져 나오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2/5
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parker49@donga.com
목록 닫기

‘노(盧)의 남자’ 김병준 교육부총리 내정자

댓글 창 닫기

2019/09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