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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서울시장 10개월 동행 취재기

현장주의·전문가 존중이 리더십 원천, 거친 화법과 ‘반타작 용병술’은 넘어야 할 산

  • 이재기 CBS 사회부 기자 dlworl@cbs.co.kr

이명박 전 서울시장 10개월 동행 취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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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효리와 옥주현 중 괜찮은 사람 있지만…밝힐 순 없지”
  • 서울광장, 세종로 네거리 횡단보도 결정하는 데 8개월 고민
  •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 같지만 부끄러움 잘 타고 정 많아”
  • “한번 기용한 사람은 ‘돈 먹지 않는 한’ 안 자른다”
  • 연초, 치솟는 지지율 부담스러워 예정된 언론 인터뷰 연기
이명박 전 서울시장 10개월 동행 취재기
2005년 9월, 서울시청을 출입하면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첫 인연을 맺었다. 이 시장이 성공한 CEO로 워낙 유명세를 탄 터라 그를 아주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아는 것이라고 해봤자 현대건설 사장 출신이라는, 누구나 다 아는 정도에 불과했다. 시쳇말로 ‘맹탕’이었다. 그래서 서울시청을 출입하며 이 시장과 함께했던 10개월은 ‘이명박 그리기’의 과정이었다고 표현하고 싶다.

이 전 시장과의 첫 대면은 지난해 9월5일, CBS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인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팀이 대학생 기자단을 패널로 해서 이 시장과 인터뷰를 진행할 때였다. 필자는 CBS 서울시 출입기자로 인터뷰 자리에 배석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으로 정국이 시끄러울 때였다. 이 시장은 연정 제안에 대해 “뭔가 전략이 있을 것”이라며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는 대통령 중임제 개헌 문제와 송파신도시 등 다소 무거운 주제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그런데 프로그램의 진행자가 대뜸 “‘쥬얼리’를 아느냐?”고 묻자 이 전 시장이 “그건 모르는 사람 없으니까 알죠”라고 받아 넘겼다. 이어 “동방신기, 신화, HOT 중 멤버가 가장 많은 그룹이 어느 것이죠?”하는 질문에는 “네 사람 아닌가요?”라고 답해 배석자들 사이에서 폭소가 터져나왔다. 진행자는 짓궂게도 비슷한 질문을 계속했다. 이번엔 “옥주현과 이효리 중 누가 더 섹시합니까?”라고 물었다. 그의 대답이 압권이었다. “서양식으로 생각하면 양쪽 다 섹시하고, (둘 중에) 내 개인적으로 ‘아, 괜찮다’ 이런 사람은 있죠. 밝힐 수는 없지만 눈여겨보고 있죠.” 대본에 없는 질문공세에 어리둥절해하는 그의 모습이 재미있게 느껴졌다. 이 전 시장에 대한 취재는 그렇게 시작됐다.

“노숙자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

청계천 복원과 버스중앙차로제 같은 큼직한 사업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전 시장이 임기 중 가장 비중 있게 다루고, 남다른 애착을 보였던 사업이 ‘노숙자 일자리 갖기’다. 시장 처지에서 도시미관을 고려할 때 늘어만 가는 노숙자는 그대로 방치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일 터. 그러나 그에게 노숙자는 단순히 눈에 띄지 않게 해야 할 대상이 아니었던 것 같다. 지난 2월초 용산구에서 노숙자를 상대로 특강을 할 때 그는 “여러분 나이에 바로 이 용산에서 4년 동안 환경미화원을 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오갈 데 없는 나를 평화시장에서 고용해줘 4년 동안 매일같이 새벽 4시면 일어나 쓰레기를 치웠다. 지금의 반포대교 언저리까지 하루에 적게는 4번, 많을 때는 8번까지 쓰레기를 싣고 오갔는데 길이 경사가 져서 일을 끝내고 나면 허리가 휘청했다.”

현대건설 사장에 재선 국회의원, 그리고 서울시장이 된 그의 입에서 암울했던 과거의 편린이 쏟아져 나오자 ‘노숙자 일자리 갖기’ 사업에 냉소적이던 노숙자들의 태도가 금세 달라지는 게 눈에 띄었다. 그의 회고는 계속됐다.

“청계천 8가에 인력시장이 있었어요. 새벽 5시에 나오면 건설회사고 어디고 와서 필요한 잡역부를 데리고 가죠. 반쯤 데리고 가면 나머지 반은 그날 공치는 거예요. 아침 일찍 나왔다가 공치면, 사람들은 화를 내요. 하지만 화낼 일이 뭐 있어요? 홧김에 달동네 구멍가게에서 외상으로 대낮부터 소주를 마셔요. 일 나간 사람은 열심히 돈 버는데 그 사람은 돈도 못 벌고 외상으로 소주 먹는단 말이에요. 몸 상하지, 돈 못 벌지…. 그때 나는 어떻게 했냐 하면, (인력시장에서) 계속 기다렸어요. 쭈그리고 앉아 있으면 대낮에 건설회사에서 보조 일꾼을 구하러 오는 경우가 있어요. 그렇게 일을 나가면 물론 일은 3분의 2를 해주고, 임금은 절반도 못 받지만. 그때 내 소원이 뭐냐, 대단한 희망이 있었던 게 아니에요. 아무리 적어도 좋으니 출퇴근하고 월급 받는 일자리를 가지면 좋겠다는 거였죠. 그런 심정은 겪지 않고는 몰라요. 나는 여러분의 처지에서 내가 겪었던 처절한 경험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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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기 CBS 사회부 기자 dlworl@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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