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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美 MBA 필독서 ‘프라이싱 전략’ 저자 박사 존 호건

“한국 제품 제값 받으려면 ‘마인드 게임’부터 배워라”

  • 조인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ij1999@donga.com

美 MBA 필독서 ‘프라이싱 전략’ 저자 박사 존 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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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60인치 PDP TV가 5000달러라면 일반적인 보급형 40, 50인치 TV에 비하면 다른 어느 나라제품보다 비싼 게 분명합니다. 하지만 일본제 60인치 TV와 비교하면 아직도 한국산이 쌉니다. 다만 엔트리나 매스 단계 모델에 치중하던 예전에 비해 요즘 들어 프리미엄급에 진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한국 소비자에게 ‘고가 제품’이라는 인상을 준 것 같습니다. 차별화된 상품에서 나오는 부가가치를 가격으로 이전하는 기술은 아직도 좀더 발전될 여지가 있어요.”

▼ 차별화된 상품에 비싼 가격을 매기는 전략은 너무 단순하지 않습니까.

“차별화된 제품이라도 ‘침투가격(Penetration Price)’, 다시 말해 시장에서 부담없이 받아줄 만한 가격정책을 쓸 수 있어요. 예를 들어 경쟁사보다 우월한 장비,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개발한 IT기업이 높은 가격을 매기지 않는 것은 경쟁사가 그 제품을 모방하기 전에 얼른 수요자가 자사 상품에 익숙해지도록 하기 위해서죠. 단기적으로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없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경쟁사의 진입을 원천봉쇄할 수 있기 때문에 요즘은 이런 ‘역발상 프라이싱’이 먹히는 경우도 많아요.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자사 운영체제인 ‘윈도’를 싸게 파는 것은 이런 가격정책으로 효과를 본 대표적인 사례죠. IT기업 중에 이런 경우가 많습니다. 컴퓨터는 싸게 팔아도 프로그램 업그레이드나 부품보조 서비스, 바이러스 관리 따위의 유지·보수에서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다는 추가수익 개발논리도 이런 정책을 세우는 데 일조했죠.”

‘역발상 프라이싱’이 통한다



▼ 가격결정의 기본원칙, 즉 수요-공급 곡선에 좌우되지 않는 최근의 프라이싱 기법으로는 어떤 게 있습니까.

“자동차 회사들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마쓰다 ‘미아타’나 크라이슬러 ‘PT크루저’가 미국에서는 수요가 공급보다 훨씬 많은데도 이 회사들은 경쟁 차종보다 가격을 올리지 않아요. 더 큰 파급효과를 노리기 때문입니다. 대표상품들이 어쨌든 한 푼이라도 싸면 더 많이 팔릴 것이고, 그래서 거리에 자사 차가 많이 오가면 회사로서는 ‘움직이는 자동차 전시장’을 얻게 된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리게 됩니다.

인기 콘서트티켓 가격결정도 이와 비슷하죠. 티켓을 못 구한 사람이 넘쳐나도 콘서트 주최측은 인기 없는 다른 콘서트보다 가격을 비싸게 책정하지 않아요. 콘서트에 오는 사람은 해당 가수의 음반을 구입하거나 같이 온 친구들에게 음반을 사도록 유도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격이 너무 높아 고소득자나 마니아만 티켓을 사게 되면 그런 효과가 줄게 되니까요.”

▼ 글로벌 기업들이 가격전략을 대하는 시각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습니까.

“원래 프라이싱은 마케팅이나 재무, 영업과 같은 경영학의 독립 영역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제품의 질이 가격과 정비례하지 않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독립전략으로서 프라이싱의 가치가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때 프라이싱의 상위영역으로 여겨지던 마케팅은 그 효과분석이 덜 계량적인 반면, 잘 적용된 프라이싱은 기업 이윤을 즉각 늘려주거든요.

요즘 미국의 잘나가는 소비재나 IT 기업 중에는 가격전략 전담임원(Chief Pricing Officer·CPO)을 둔 곳도 많아요. 대부분의 CEO는 고가 정책을 유지하면서 시장점유율도 높이고 싶어하는데, 가격에만 포커스를 맞춰 장기전략을 짜는 CPO들은 CEO가 좀더 냉정하게 선택하도록 도와주는 기능을 합니다. SPG와 모니터그룹의 관계처럼 대규모 전략 컨설팅사들 역시 가격전략을 전담하는 자문서비스그룹을 파트너로 두는 추세입니다.”

▼ 렉서스 같은 프리미엄 자동차나 루이비통 같은 명품패션 브랜드 상품이 한국에서는 유달리 더 비싸게 팔리고 있는데요.

“가격전략의 성패는 고객의 심리를 얼마나 잘 꿰뚫고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가격전략은 ‘마인드 게임’이라고 할 수 있죠. 렉서스나 루이비통이 비싼 가격을 붙이는 것은 ‘비싸야 잘 팔린다’고 인식하기 때문 아닐까요. 그 회사들이 구매고객의 정서에 대한 리서치를 많이 하고 나서 그런 가격을 매겼다고 봐야 할 겁니다.

물건을 구입할 때 고객의 심리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은 참고가격(Reference Price)입니다. 가격은 다르고 제품의 질은 비슷해 보이는 42인치 PDP TV 2대가 서로 다른 매장에 있다고 합시다. 소비자 A는 2500달러짜리를 먼저 본 뒤에 2200달러짜리를 봤습니다. 이 경우 A는 ‘2200달러라니, 괜찮은 가격이야’라고 생각해서 이 TV를 구입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소비자 B는 2200달러짜리를 보고 나서 2500달러짜리 제품을 봤다고 쳐요. B는 2500달러 제품이 ‘비싸다’는 이미지만 갖게 되며, 결국 두 제품을 모두 안 살 확률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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