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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안경환 국가인권위원장

“법과 문학과 인권은 하나… 비누향 같은 인권위 만들 터”

  • 최호열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honeypapa@donga.com

안경환 국가인권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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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임 직후 과거 인권위 활동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이나 표현에 소홀한 측면이 있었다” “인권 신장을 위해서 때때로 참고 기다릴 줄 아는 지혜를 배양해야 한다”며 비판했는데요.

“밖에서 볼 때는 그런 부분이 있지 않나 싶었는데, 그건 제가 인권위의 실상을 몰라서 했던 얘깁니다. 들어와서 보니 (인권위가) 생각 이상으로 많은 일을 했고, 열심히 해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 오늘날 한국의 인권 수준은 어떻다고 봅니까.

“우리의 인권이 크게 신장된 것은 사실입니다. 20년 전과 비교해봐도 확연히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경제성장과 민주주의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정착한 경우입니다. 식민지를 경험한 나라 중에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일궈낸 나라는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인 데 비해 인권지수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인권을 자유권과 사회권으로 나눠 볼 때 자유권은 많이 신장됐지만, 사회권은 꽤 개선됐음에도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국제사회에서도 이 부분을 지적하고 있어요.”

인용률 4%



2001년 ‘국민의 기본 인권 보호를 규정한 인권위법’에 따라 출범한 국가인권위원회는 그동안 사회 곳곳에 잔존한 반인권적 제도와 관행에 제동을 걸면서 우리 사회 ‘인권 최후의 보루’ 노릇을 해왔다. 지난 5년 동안 인권위에 접수된 진정은 2만건이 넘는다. 하지만 제기된 진정 가운데 인권위가 권고, 고발, 수사의뢰, 법률구제 등을 통해 받아들인(인용) 경우는 4%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대부분 각하, 조사중지 처리됐다.

▼ 인용률이 이처럼 낮은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인권위에 들어온 진정 중에는 우리가 처리할 수 없는 것도 많고, 또한 중간에 문제가 해결되어 인용까지 가지 않고 없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희가 진정을 받아들여 해당기관에 문제 제기한 사안의 경우 해당기관에서 수용한 비율이 85%에 이릅니다. 따라서 인용률 4%라는 숫자만으로 낮다고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 특히 사법부에 의한 인권침해와 관련해서는 5년 동안 접수된 233건의 진정 중에서 인용된 것이 단 한 건뿐인데요.

“스스로 사법 피해자라고 생각하고 찾아오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분명히 억울한 면은 있지만 현 제도에서는 구제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우리나라는 사법제도가 공정하다는 전제로 모든 것이 출발하기 때문에 이미 최종 판결이 내려진 경우나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을 우리가 조사하기는 어렵습니다. 그건 우리뿐 아니라 어느 기관이나 마찬가지예요. 물론 그래도 우리는 그런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죠.”

▼ 인권위에서 다른 국가기관에 낸 권고안이 무시당하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권고안이 내용 자체가 잘못되어서 받을 수 없다고 하는 경우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주로 ‘시기상조여서 수용할 수 없다’고 합니다. 원칙은 맞는데 지금 바로 실행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거죠. 그래도 우리는 문제 제기에 그치지 않고 관련기관과 함께 문제를 푸는 쪽에 비중을 두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인권위의 권고안을 관련기관이 무시해도 아무 제재를 가할 수 없다면 권고안은 무용지물 아닌가요?

“인권위에 강제권을 주느냐 여부는 국민과 국회가 선택하는 문제이지 우리가 제기할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는 주어진 권한 안에서 성실하게 일하면 됩니다. 국민이 우리가 하는 일이 옳다고 느끼면 언젠가는 제도로도 반영되지 않겠습니까.”

‘샌드위치 신세’

▼ 최근 한미FTA, 비정규직법안 등과 관련해 불법집회와 폭력시위가 빈발하고 있습니다. 공권력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불법을 행한 사람들의 인권을 어디까지 보호해야 하는지 의문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그건 감정적으로 볼 문제가 아닙니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여러 자유 중에도 가장 본질적인 자유이고, 양보할 수 없는 민주주의의 핵심입니다. 시끄러우니까, 교통에 방해되니까 집회를 하지 말라는 건 말이 안 돼요. 사전집회금지는 언론을 사전검열하는 것과 같습니다. 일부 참가자들의 과격한 폭력 때문에 시위 자체를 없앨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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