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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이 만난 사람

재야법조 ‘뚝심 리더’ 이진강 대한변호사협회장

“판·검사는 외로워야 하고, 변호사는 떳떳해야죠 ”

  • 황호택 동아일보 수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재야법조 ‘뚝심 리더’ 이진강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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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에게 부여된 로비스트 자격

재야법조 ‘뚝심 리더’ 이진강 대한변호사협회장
▼ 변리사들이 특허소송에서 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지금 산자위에 올라가 있습니다. 법무사들은 소액사건을 대리하게 해달라는 법안을 청원하고 있고, 법무부에서는 로비스트법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모두 변호사 밥그릇을 빼앗아가는 일이라 반대하겠군요(웃음).

“물론 반대합니다. 우리가 반대하면 언론 쪽에서 직역 이기주의라고 금밥통, 은밥통 하면서 야단을 치는데, 국민에게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반대하는 것입니다. 시루떡을 찔 때 쌀가루와 팥고물로 켜를 안치고 밑에서 불을 때는데, 처음부터 꾸준하게 일정한 온도로 불을 때 한번에 익혀야 합니다. 불이 중간에 꺼지면 떡이 설죠. 선 떡은 다시 불을 아무리 강하게 때도 안 익어요.

마찬가지로 법률 공부도 처음부터 기초를 잘 닦아 중단 없이 해야 합니다. 기초가 단단하고 도덕성을 갖춘 사람한테서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받아야죠. 법률 서비스는 한번 잘못 제공되면 의뢰인한테 엄청난 손실을 입힐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사소한 단독 사건이라도 자격 없는 사람한테 맡겨서는 안 돼요.”

다소 비판적인 질문이 이어지자 그는 숨을 고르려는 듯 부속실에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



▼ 법무부가 추진하는 로비스트법은 왜 반대합니까.

“변호사 아닌 사람이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에 관해 청탁을 하고 금품을 받으면 법률 위반입니다. 원칙적으로 변호사들이 해야 할 일이죠. 그런데 변호사들을 무력화하고 자격 없는 사람한테 로비할 수 있는 권한을 주면 법질서가 무너지죠.”

모든 법률은 소관 상임위를 통과한 뒤 국회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된다. 법사위 소속 16명 의원 중 변호사가 아닌 사람은 조순형·노회찬·이용희·김동철·선병렬 의원 5명. 변호사 의원들은 변호사의 이해가 관련된 법안을 심의할 때는 당적을 초월해 의기투합한다. 필자가 “변호사한테 불리한 법률은 법사위에서 절대 통과가 안 될 테니 마음을 놓아도 될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자 이 회장은 웃었다.

그는 전두환 정부 말기인 1986년 5월부터 노태우 정부 초기인 1988년 8월까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1과장을 했다. 중앙수사부 1과장은 지금으로 치면 수사기획관과 공보관을 겸한 자리여서 업무가 과중했다. 그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재수사와 5공 비리 수사를 하면서 격동의 역사 한복판에 서 있었다.

역사의 물줄기 바꾼 성경책

1987년 1월 경찰은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 1차 수사 때 고문에 가담한 경관을 5명에서 2명으로 축소 조작해 검찰에 송치했다. 서울지검은 이를 모르고 그대로 기소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그해 5월 김승훈 신부가 “고문 사건이 조작됐다”고 폭로한 이후 검찰이 고문 관련자 3명을 추가로 발표하면서 민심이 요동쳤다. 장세동 안전기획부장, 정호용 내무부 장관, 김성기 법무부 장관, 서동권 검찰총장이 경질됐다. 새로 취임한 이종남 검찰총장은 수사 주체를 서울지검에서 총장 직속의 중앙수사부로 바꿨다. 김성기 장관은 퇴임하면서 기자실에 들러 “수사 주체를 바꾼다고 새로운 게 드러나겠습니까”라며 회의적 견해를 말했다. 당시 ‘동아일보’는 김차웅 차장의 특종기사로 치안본부 대공처장 박처원 치안감 등 경찰간부들이 축소조작에 관련됐다는 사실을 1면 톱으로 보도했다.

“이종남 총장이 조한경 경위의 변호사를 만나보라고 하더군요. 조 경위와 그의 형, 그리고 변호사를 조사실에서 만나게 했죠. 대화하는 도중에 성경책 이야기가 나왔어요. 1월에 구속된 조한경 경위는 여차하면 언제든지 폭로할 기세로 구치소에서 성경의 여백에 경찰의 은폐조작 내용을 깨알같이 적어두었어요. 그 성경을 구치소에서 찾아내 바로 압수했지요. 성경의 메모를 단서로 박처원 치안감, 유정방 경정, 박원택 경감을 구속했습니다.

재미있는 일화가 있어요. 경찰이 직접 은폐에 관련되지 않고 박군 유족들을 관리한 사람을 검찰에 들여보낸 거예요. 영문도 모르고 억울하게 끌려온 경찰을 풀어주고 핵심적인 역할을 한 박원택 경감을 찾아내 구속했어요. 이때 검찰이 풀어준 사람이 나중에 이한영(김정일 전처 성혜림의 조카) 피살 사건 때 텔레비전을 보니까 분당경찰서장이 됐더군요.”

박종철군 사건 1보는 ‘중앙일보’ 법조담당 신성호 기자(현 수석 논설위원)의 작품으로 언론사에 빛나는 특종이다. 1987년 1월15일 당시 석간신문이던 중앙일보는 1판을 찍다가 윤전기를 세우고 “경찰에서 조사받던 대학생 쇼크사’라는 제목으로 2단 기사를 집어넣고 1.5판을 찍었다. 그러나 박군이 고문에 의해 사망했다는 기사는 동아일보의 특종이었다. 동아일보는 박군 사건을 고비마다 대대적으로 보도해 6월 항쟁을 이끌어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여하튼 박군 사건 1보가 없었더라면 시국의 물줄기를 바꾼 이 사건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갔을지 아무도 짐작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신 기자에게 1보를 확인해준 사람은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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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동아일보 수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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