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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 ‘올인’ ‘주몽’…연타석 홈런 드라마작가 최완규

갈고 닦은 ‘극적 본능’으로 ‘시청률 괴물’과 맞짱

  • 장세진 자유기고가 sec1984@hanmail.net

‘허준’ ‘올인’ ‘주몽’…연타석 홈런 드라마작가 최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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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 ‘올인’ ‘주몽’…연타석 홈런 드라마작가 최완규

최완규의 대표작 ‘허준과’ ‘올인’.

“미국 드라마는 한 작품에 소속된 작가도 많지만, 전체 기획을 하는 크리에이터 아래 검증된 기성 작가가 여럿 있고, 그런 작가들 아래 여러 명의 라이터가 소속됩니다. 실력 있는 기성 작가들이 공동작업에 참여하는 것은 그만한 대우를 받기 때문이죠. 우리의 경우 대표작가 한 사람에 초짜(초보) 작가 서넛이 보조합니다. 지금의 집필료 수준으로는 그렇게밖에 팀을 짤 수가 없어요. 이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미국 드라마는 시장이 클 뿐 아니라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이 세계적으로 판매되기 때문에 그런 대우가 가능합니다. 다행히 우리에게도 한류를 타고 시장이 넓어졌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을 공략하는 데는 한계가 있겠지만 20억 아시아시장이 있으니 잘 만들면 분명히 팔릴 겁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 시스템이 미국처럼 되는 것도 시간 문제겠죠.”

하지만 현재의 무게가 너무 버겁다. 괜히 총대를 멨다는 생각이 들 법도 하다. 오죽하면 한 달 전쯤에는 모든 것을 버리고 숨고 싶다는 생각도 했을까. 그러나 그는 도망치지 못했다. 용기가 없어서가 아니었다. 그가 사라지면 남은 사람들이 겪을 혼란이 얼마나 클 것인지를 알기 때문이었다.

암전 같은 20대, 그리고 서른 잔치

그는 확실히 너무 많은 일을 벌여놓았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에어시티’와 오는 7월 촬영에 들어가는 120억원 규모의 ‘식객’, 주몽의 손자를 주인공으로 한 ‘대무신왕’, 2009년에 들어갈 ‘올인2’, 그리고 논의되고 있는 여러 작품. 그가 사라진다는 것은 드라마계의 재앙이다. 그가 감옥 같은 작업실을 지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제 작가 최완규의 과거라는 우물에 두레박을 내려 보낼 시간이다.



그는 미래에 글쟁이가 될 것이라는 막연한 꿈 하나만 믿고 20대를 보냈다. 사춘기도 좌충우돌이었다. 책은 넘치도록 읽었지만 공부는 늘 뒷전이었다. 소설뿐 아니라 이념·철학서적까지 두루 섭렵한 그는 친구들을 물들이던 불온한 고교생이었고, 통과의례처럼 가출까지 감행한, 커서 뭐가 될까 걱정스럽던 막내아들이었다. 재수 끝에 대학에 진학했지만, 대학시절이라고 방황하는 젊음이 정착할 리 만무했다. 1학년 말 성적은 학사경고.

이럴 때 군대는 참 편한 돌파구다. 제대 후 학교로 돌아갔지만 끝내 졸업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백수가 됐고, 간혹 공단의 떠돌이 일꾼이 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책을 읽거나 TV 앞을 지키다 20대가 저물어갔다.

그에게 서른은 청춘의 무덤이자, 새로운 인생의 출발점이었다. 서른이 되던 1993년 MBC베스트극장 드라마 공모에 당선되며 작가의 길이 열렸다. 그러나 생각하던 것처럼 인생을 바꿔놓을 만한 사건은 아니었다. 한 달 50만원의 월급을 받으며 1년간 작가수업을 받는 특전을 부여받았을 뿐이다.

1년이 지났을 때 그는 함께 공부한 7명 중 낙오된 5명에 속했다. 매달 한 편씩 내야 하는 작품 숙제를 매번 건너뛰었고, 어쩌다 한 편 내는 작품도 탄광촌을 배경으로 한 무겁고 어두운 주제의 작품이라 평가도 후하지 않았다.

작가를 포기해야 할 기로에 있을 때 드라마 ‘종합병원’ 보조작가 제의가 들어왔다. 물불 가릴 처지가 아닌지라 열심히 기획안을 만들었고, 기획안이 채택돼 병원 현장 취재를 시작했다. 방송 시작 6개월 전부터 그는 병원에서 생활하며 의사들의 삶을 밀착 취재했다.

그런데 드라마를 쓰기로 한 작가가 사정이 생겨 작품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전문성을 요하는 의학 드라마라 대체 작가를 찾을 수도 없는 상황. 그런 위기에 기회가 왔다. 연출자가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은 표정으로 대본을 써보라고 제의했다. 신인작가에게 주간 단막극을 의뢰하는 일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하지만 그는 거짓말처럼 1년6개월 동안 73회의 ‘종합병원’ 대본을 성공적으로 집필했고, 작가로서 입지도 굳혔다.

“종합병원은 저를 알린 출세작이기에 특별한 작품이지만, 내 인생에서 그보다 더 치열하게 산 적이 있을까 할 정도로 열심히 만든 것이기에 더 특별한 의미가 있어요. 서른 이전의 꼬이고 불투명한 인생이 이 작품을 계기로 술술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 방송운은 줄곧 내 편이었어요.”

두 번째 작품은 ‘그들의 포옹’이었다. 이영애, 김승우, 안재욱, 최민식 등이 출연했지만 당시 그들은 겨우 얼굴이 알려지기 시작한 신인 연기자들이었다. 어지간한 드라마광이 아니면 기억 못하는 작품이다. 다시 쓴다면 정말 잘 쓸 수 있는 작품목록 첫 번째에 놓아두었다.

“올해 81세인 노모가 가장 훌륭한 시청자 평가단입니다. ‘종합병원’ 때 소감을 물었더니 좋았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눈물이 핑 돌더군요. 그런데 ‘그들의 포옹’을 보신 후엔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셨어요. 실패한 거죠. 저는 어머니가 보시기 좋은 드라마 대본을 쓰고 싶어요. 그렇게 쓰면 시청자의 절반이 쉽게 볼 수 있는 드라마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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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 자유기고가 sec19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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