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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여성 공직자’ 실명 비판 후 사표 낸 정미경 검사

“미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조직의 언어’로 답해야 했다”

  • 구미화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hkoo@donga.com

‘최초 여성 공직자’ 실명 비판 후 사표 낸 정미경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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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지검은 꼭 한번 일해보고 싶던 곳”
  • ”징계 아니라 했지만 조직은 이미 떠나라고 메시지 보낸 것”
  • 후배 검사 ”미워하지마, 나 아직 여기 있어”
  • ”원칙을 목숨처럼 지키는 검사들 있기에 희망은 있다”
  • ”강의와 책 출간, 보수적인 조직엔 못마땅했을 수도”
  • ”검사말고 다른 일 하는 모습 생각해본 적 없는데…”
‘최초 여성 공직자’ 실명 비판 후 사표 낸 정미경  검사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는 말은 요즘 정미경(鄭美京·42·사법시험 38회) 검사에게 딱 들어맞는다. 7월17일 ‘주간동아’와 인터뷰하며 기자로부터 “검사님은 검찰이 딱 맞죠?”란 소릴 듣고 까르르 웃으며 좋아하던 그가 8월2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에 앞선 7월31일 정 검사는 부산지검으로 발령받았다.

정 검사는 2005년부터 2년간 여성가족부로 파견됐다. 파견근무를 마친 후 원래 근무지인 수원지검으로 ‘원대 복귀’하는 게 관례이나 부산지검으로 발령이 나자 ‘문책성 인사’ 여부를 놓고 논란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주간동아’와의 인터뷰는 사직서를 제출하기 전 마지막 인터뷰가 됐고, 그날 그의 환하게 웃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기자는 8월13일 오후, 사직서를 제출한 그와 첫 인터뷰를 하기 위해 ‘신동아’ 기자와 함께 삼청동으로 향했다.

약속 장소에 도착한 정 검사가 사진기자를 보고 놀란 건 당연했다. 나직하게 “운명이란 게 있는 모양”이라고 했다. 한 달이 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그에게 많은 일이 벌어졌다. “검사 외에 다른 일을 하는 내 모습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그는 왜 검찰을 떠나려 할까.

정미경 검사가 세인의 관심을 모은 건 지난 6월 펴낸 저서 ‘여자 대통령 아닌 대통령을 꿈꿔라’ 때문이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그 책 때문이 아니라 책에 언급된 ‘최초’ 수식어를 단 여성들의 리더십에 대한 비판 때문이다.

“최근 얼굴마담이라고 비난받거나 소위 코드 인사라고 일컫는 여성들은 대부분 최초나 소수의 여성들이다. 그녀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비난이나 공격의 대상이 된다. 실력이 안 되는 얼굴마담이다, 코드 인사다, 누구의 딸이다 등등. …조직의 남성들에게 배려받은 ‘예외적 여성’들은 대부분 실력 쌓을 기회를 놓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력이나 경력은 존재하나 실력은 없다. 그래서 그녀들을 잘 아는 조직의 남자들에게 인정을 받을 수가 없는 것이다.”

강금실과 마리 앙투아네트

이렇듯 뭉뚱그려 비판하는 데 그쳤더라면 아마 언론이 그렇게까지 주목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 검사는 강금실 전 법무장관, 한명숙 전 국무총리, 전효숙 헌법재판관 소장 후보자 등 현 정부에서 ‘최초’의 고위공직자가 됐거나 물망에 오른 여성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정 검사는, 2003년 6월 강 전 장관이 취임 100일을 맞아 전국의 모든 검사에게 보낸 e메일을 받았을 때의 솔직한 심경을 이렇게 쓰고 있다.

“어떤 검사는 그 시각 살인사건의 피의자를 조사 중이고, 어떤 검사는 사기사건의 고소인과 피고소인을 대질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었을지 모른다. 장관에게서 사춘기 소녀가 쓴 듯한 연애편지를 받은 검사들의 느낌은 어땠을까. 마리 앙투아네트가 빵을 달라고 외치는 백성들에게 ‘그럼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 않느냐’고 말했을 때의 느낌이라 한다면 지나친 생각일까. 그녀는 편지를 장관의 입장에서 쓰는 것이 아니라고 했지만(그녀의 진심은 그랬을 것이다), 장관이 아니라면 전국 검사들에게 어떻게 일시에 편지를 보낼 수 있다는 말인가. 혼자서 장관이 아니라고 하면 장관이 아닌 게 되는가.”

정 검사는 강 전 장관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수면 부족과 다이어트 때문에 장관직을 오래 못할 것 같다” “자유롭게 살고 싶어요. 맘대로 춤도 추고, 연애도 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등 ‘사석에서 친구들에게 할 수 있는 그런 말들이 법무부 장관의 입에서 쏟아졌고, 그 일화들은 신문이나 잡지 기사로 대서특필되어 인구에 회자되었다’는 점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최초라는 말이 없어질 때까지, 여성들의 수가 많아져서 더 이상 여성이라는 것에 관심이 없어지는 그날까지 최초 여성들은 개인적 삶을 잠시 유보했으면 한다. 적어도 그녀의 직분을 대표하는 공석에서는 여성을 대표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특히 공직에 있는 여성들의 책임은 더 막중할진대. 후배들을 헷갈리게 하는 그녀들, 차라리 그만둬라.”

책에 실린 이러한 내용이 신문에 비중 있게 기사화되자 일각에선 “강금실·한명숙·전효숙 모두 소위 ‘노무현 대통령 코드’인데 그들을 한꺼번에 비판했으니 일부 보수 언론의 입맛에 딱 맞아떨어졌다”는 그럴듯한 분석까지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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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화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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