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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남북정상회담서 핵 폐기·군축·평화협정 기대하는 건 난센스”

  •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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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상회담 결정만으로 ‘北 핵 포기 결심’ 추론은 무모”
  • “군축 문제, 남이나 북이나 군 설득 쉽지 않아”
  • “초기 정상회담 전략회의 멤버는 통일부 장관, NSC 사무차장, 국정원 3차장·담당국장”
  • “고영구, 김승규 원장은 대북전문가 아니라서…”
  • “‘중개역’ 자임하고 찾아온 사람들, ‘교통정리’해야 했다”
  • “림동옥 사망 후 논의 종합할 北 ‘중간결정자’ 없어”
  • “감정 실린 비판 있었던 건 내가 덕이 부족해서…”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 1958년 경기 남양주 출생
▼ 성균관대 행정학과 졸업, 동 대학원 박사(정치외교학)
▼ 세종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 연구위원
▼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수행원
▼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제1분과(정치·행정) 위원
▼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 센터장
▼ 제16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통일·안보분과 위원
▼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
▼ 통일부 장관, NSC 상임위원장(겸임)
▼ 現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뜻밖에도 그는 다소 지쳐 있었다. 남북정상회담 합의가 발표된 후 관련 당국자들의 인터뷰가 전면 중단된 상황에서 사실상 정상회담에 관한 정부측 시각을 설명하는 ‘비공식 대변인’ 노릇을 하느라, “한동안 누리던 여유를 빼앗기고 있다”고 했다. 노무현 정부 초기부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과 통일부 장관을 지내며 대북정책을 총괄했던 이종석(李鍾奭·49)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재임 기간에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해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정부 공식라인의 책임자로 일했던 그에게서 정상회담 추진과정의 뒷이야기와 회담 전망을 듣기 위해 8월10일 연구실 문을 두드렸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갖가지 장밋빛 청사진이 쏟아져 나오고 정치권은 물론 정부 당국자들도 이에 동참하고 있는 형국이지만, 이번 정상회담에 대한 그의 평가는 한결 냉정했다. 한 번의 정상회담으로 남북간의 모든 이슈가 해결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 북핵 문제 해결과정에 대한 한국과 미국 당국자들의 ‘시한 설정’ 역시 무리가 있다고 지적하는 그의 말은 사뭇 예상과 달랐다. 재임 기간 ‘자주파’라는 비판을 무수히 받았던 것과는 달리, 야당의 정상회담 거부 못지않게 여권의 과도한 정치적 활용을 경계하는 목소리 역시 뜻밖이었다.

“환상을 심어서는 안 된다”

예정시간을 넘겨 2시간30분가량 진행된 인터뷰의 첫 질문으로는 북한의 핵 포기 의사를 골랐다.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을 총괄했던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8월8일 ‘프레시안’ 인터뷰) 등 많은 인사가 이번 정상회담 개최가 북한의 핵 포기 결심을 의미한다고 분석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핵 문제에 대한 분명한 언급이 있어야 한다는 주문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 김정일 위원장이 왜 정상회담에 응했는지에 대해 많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6자회담 진전이나 BDA(방코델타아시아) 문제 해결 같은 환경변화는 충분히 설명이 된 듯하고, 구체적으로 과연 김 위원장이 핵을 포기하기로 결심했다고 보시는지요.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로 결심했느냐에 대한 답은 저도 자신은 없습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이긴 하지만, 포기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갖고 한 것은 아니니까요. 다만 지난 7년 동안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을 지연시켜온 건 뒤집어 말하면 ‘정상회담을 하면 상황을 진전시키는 구체적인 뭔가가 필요할 것’이라는 부담을 갖고 있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정상회담에 응한 것을 통해 김 위원장이 자신감을 갖고 대외관계를 해보려는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그것만 갖고 핵 포기 결심 여부를 추론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라고 봅니다.”

▼ 이번 정상회담에서 핵 폐기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있을 것이다, 혹은 있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만만치 않은데요.

“남북 정상이 핵에 대해 합의할 수 있는 범위는 제한돼 있습니다. 6자회담의 틀이 있고, 이 문제는 북한과 미국이 핵심 당사자니까요. 핵 폐기를 약속하거나 핵 불능화 시점을 설정하는 문제는 남북이 만나서 합의할 수 있는 범주를 넘습니다. 이를 촉진하는 계기를 만들고 영향을 미칠 수는 있겠지만, 원칙적인 언급 이상은 어려울 겁니다. 정상회담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니까요.

다만 2단계 불능화로 넘어가고 있는 프로세스에 모멘텀을 주는 수준이라고 보는 게 정확할 겁니다. 북미 간에 정상회담이 열린다 해도 핵에 관한 한 ‘6자회담에서 이렇게 하기로 했다’는 수준 이상의 언급이 나오기는 어려울 겁니다. 하물며 남북정상회담에서 나오는 선언문이나 합의문에서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그건 도를 넘어선 기대이고, 할 수 없는 일을 욕심내는 겁니다.”

▼ 그러나 핵 폐기에 대한 구체적인 진전이 어렵다면 무엇 때문에 회담을 하겠느냐는 의문이 생깁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오히려 역풍이 거셀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만.

“구체적인 진전이라는 것도 기준이 모호합니다. 그 목표를 너무 과도하게 잡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요. 정상회담을 하면 대단히 큰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만능론이나 정상회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과도한 경계 모두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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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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