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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령이 쓰는 이사람의 삶

화제의 책 ‘진상(眞相)’ 펴낸 고미술 감정가 이동천

“위작(僞作)은 예술혼 더럽히는 죄악… 환영 못 받는 감정(鑑定)은 나의 업(業)”

  • 김서령 칼럼니스트 psyche325@hanmail.net

화제의 책 ‘진상(眞相)’ 펴낸 고미술 감정가 이동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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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진상(眞相)’ 펴낸 고미술 감정가 이동천

이동천 교수는 위작의 근거로 ‘호피선지’ ‘연분’ ‘소릉’ 3가지를 제시한다.

그는 ‘진상’이란 책에서 놀랄 만한 얘기들을 산더미로 쏟아놓는다. 고미술 유통시장에서 사진이나 영인본(影印本), 목판수인본(木版水印本) 등 정교한 복제본이 원작으로 오인되는 일은 흔한 일이라고 한다. 지난해 어느 경매회사에서 추정가 8000만~9000만원에 출품된 북산 김수철, 우봉 조희룡, 대산 강진의 ‘산수도’는 원작이 아니라 사진을 확대한 인쇄물이었고, 2005년에 추정가 3000만~4000만원에 출품된 고 박정희 대통령의 ‘春秋筆法’휘호 역시 인쇄과정에서 생긴 미세한 점들까지 훤히 보이는 영인본이었다는 거다. 심지어 세 사람의 산수도는 설명에 ‘삼베에 수묵담채’라고 적혀 있는데, 이는 원래 그린 비단 바탕이 확대되어 삼베로 오인된 경우라니 기가 막힐 지경이다.

20세기 종이에 쓴 19세기 글씨

문제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초보적인 오류가 권위 있는 미술품 경매장에서도 드물지 않다는 점이다. 감정위원들의 전문성이 떨어져 다른 나라의 위작을 국내 작가의 진작으로 감정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단다. ‘진상’을 읽으면서 나는 이상한 패닉 현상까지 경험했다. 그동안 그토록 아취 있다고 탄복했던 추사의 글씨와 단원의 그림이 모조리 위작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별 친절한 설명도 없다.

아니, 왜, 이게 위작인가. 이게 위작이라면 진품은 어디 있다는 것인가. 분노에 가까운 배신감이 치밀었다. 차라리 입 다물고 말지, 이렇게 위작이라고 떠들고 다니는 이동천이란 사람은 도대체 누구인가. 안 그래도 현대미술 쪽에 고객을 다 뺏겨 찬바람 쌩쌩 도는 고미술시장에 이렇게 대량의 위작 타령을 한다는 건 배고픈데 전쟁까지 일으키는 격 아닌가. 우리 예술품을 두 번 죽이는 일이 과연 온당한가. 이 사람 제정신이야?

그러나 정말 위작이라면? 모른 척하고 넘어갔다간 더 큰일 날 일임이 확실하다. 가짜가 진짜로 둔갑하는 건 작품의 가치 문제만이 아니다. 거짓이 용인되고 통용되는 사회는 거짓을 확대재생산할 수밖에 없다. 우선 아프더라도 환부를 도려내는 게 백번 옳다는 걸 인정한다.



그가 ‘진상’에서 위작임을 선명하게 밝힐 근거로 제시하는 내용은 세 가지다. 누구나 객관적으로 파악이 가능한 것들이다. 고미술시장이 형성된 게 언젠데 아직까지 이런 초보적인 내용마저 밝혀지지 않고 있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따름이다.

먼저 호피선지. 호피선지를 말하기 위해 그는 미술사학자 유홍준에게 칼을 겨눈다. 다른 이야기에선 안휘준, 이태호에게도 칼날을 들이댄다. 여간 맹랑한 태도가 아니다. 그런 공격적인 글을 쓰는데 거북하지 않으냐, 망설임은 없었느냐고 물었다.

“유홍준 선생이 ‘완당평전’을 쓴 게 2002년이에요. 거기에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그 책의 오류를 지적하는 사람도 많아 누군가 호피선지 얘기도 하겠지 싶어 기다렸어요. 그런데 암만 지켜봐도 아무도 말하지 않데요. 2006년 ‘알기 쉽게 간추린 완당평전’이란 개정판이 나올 때도 똑같은 얘기가 실립니다. 돌팔이가 사람을 죽이면 죽였다고 떠들지만 명의가 죽이면 죽을 만하니까 죽였을 거라고 생각해요. 명성이란 그만큼 무서운 거죠. 그러니 권력을 가진 사람은 책임을 통감해야 합니다.”

호피선지 부분에서 그는 이렇게 쓴다.

“위조자는 때로 시대별 창작재료에 관한 지식이 없는 상태로 무의식적으로 작품을 위조하기도 한다. 즉 앞 시대 작품에서 쓰인 종이, 비단, 안료 등을 쓰지 않고 위조자 자신이 활동할 당시의 고급 재료를 사용하는 경우다. 더 큰 문제는 연구자 역시 이런 사실을 모르는 현실이다. 유홍준은 ‘완당평전2’와 ‘김정희 : 알기 쉽게 간추린 완당평전’에서 완당의 유별난 종이사랑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완당은 종이의 선택에서도 매우 섬세하게 신경 썼다. 자신의 작품에 걸맞은 아름다운 종이를 고르기도 했고 붓에 잘 맞는 종이 먹을 잘 먹는 종이를 그때그때 면밀히 검토해보곤 했다. 완당이 좋은 종이를 얼마나 좋아했고 중국제 화선지를 얼마나 애용했는지는 그의 연식첩이라는 작품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연식첩에 사용한 종이는 중국에서 20세기 초에 제작한 호피선지로 당연히 김정희가 생전에 듣지도 보지도 쓰지도 못한 종이다. 따라서 이 작품은 20세기에 만들어진 위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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