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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연료 연구가 이근태씨의 고유가 탈출기

“난 폐식용유로 11만km 달렸다! 그런데 이게 불법이라고?”

  • 최영철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ftdog@donga.com

식물연료 연구가 이근태씨의 고유가 탈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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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식용유를 연료로 차가 움직인다’고 하면 미친 사람 취급하는 이가 적지 않다. 하지만 이근태씨는 지난 4년간 폐식용유 1만1000L로 11만㎞를 실제 달렸다. 그래서 경유 살 돈 1660만원을 절약했다. 이산화탄소는 27t,
  • 미세먼지는 20㎏, 아황산가스는 187㎏, 일산화탄소는 67㎏을 줄였다.
  • 연료비용 절감, 자원 재활용, 대기오염 감소, 수질오염 방지 등 ‘일거사득’의 효과가 있다는 폐식용유 연료.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에선 이걸 쓰면 불법이다.
  • 도대체 왜 그럴까?
식물연료 연구가 이근태씨의 고유가 탈출기

식물연료 연구가 이근태씨와 그가 개발한 식물연료 성화장치(원 안).

여름휴가를 보내기 위해 떠난 여행길, 주유소가 없는 후미진 마을에서 차의 연료가 바닥난다면? 디젤차인 경우엔 이 황당한 상황은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 근처 가정집이나 식당에서 1L의 폐식용유를 모아 연료통에 부어주면 만사형통. 폐식용유가 없다면 새 식용유를 구입해 잠깐 끓인 후 넣어도 차는 족히 10㎞를 달린다.

‘무슨 헛소리를 하느냐’고 펄쩍 뛸 사람이 대부분이겠지만 ‘디젤엔진’의 역사를 아는 사람은 무릎을 치며 탄성을 지를 것이다. 우리가 아는 디젤엔진은 개발자인 루돌프 디젤(1858~1913)에서 그 이름이 유래됐다. 독일의 엔지니어였던 디젤은 1897년 가솔린엔진의 여러 단점을 보완한 신형기관을 개발했는데, 그 기관의 연료는 우리가 현재 흔히 먹는 콩기름이었다. 1900년 디젤이 프랑스 파리 자동차박람회에 선보인 세계 최초의 디젤엔진 자동차 ‘오토 컴파니’의 연료도 다름 아닌 콩기름이었다. 오토 컴파니는 실제 콩기름을 넣고 가솔린차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잘 달렸다.

이후 콩기름과 화학적 구조가 비슷한 경유의 가격이 폭락하자 사람들은 디젤차량의 연료를 경유로 교체했고, 차량제조사들은 그때부터 디젤엔진의 구조를 경유에 적합하도록 개조해나가기 시작했다. 현재 경유가 흔히 디젤유로 불리는 이유도 디젤기관에 넣는 기름이라는 데서 비롯됐다. 하지만 정작 이 기관을 개발한 디젤은 1913년 의문의 사고로 죽을 때까지 자신이 발명한 디젤엔진의 연료로 순수 식물연료만을 고집했다. 그는 이미 석유가 가져올 환경 대재앙의 위험을 알고 있었다.

로멜 장군에게서 얻은 힌트

제3차 오일쇼크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로 다가온 요즘, 100여 년 전 루돌프 디젤의 ‘꿈(식물연료 사용)’을 현실화시키며 고유가 시대를 가뿐하게 비켜가는 사람이 있다. 순식물연료 연구가이자 벤처기업 네오텍의 대표인 이근태(42)씨가 그 주인공. 그는 2004년 10월부터 2008년 7월 현재까지 인근 식당과 가정집에서 사거나 얻은 폐식용유를 자신의 차에 넣고 무려 11만㎞를 넘게 달렸다. 지금껏 모아 쓴 폐식용유만 1만1000여L. 대부분 방치하면 수질악화의 주범이 됐을법한 음식물쓰레기가 L당 2000원의 친환경에너지로 탈바꿈한 셈이다.

4년 동안 경유 대신 폐식용유를 연료로 넣고 달리면서 그가 절약한 비용은 모두 1660만원에 달한다. 경유 가격이 치솟기 시작한 2007년 1월부터 올 7월말 현재까지, 1년7개월 동안만 계산하면 1139만원(6만5000㎞ 주행)을 아꼈다. 물론 차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 10년 된 중고 디젤차량이지만 연비는 경유를 쓸 때와 같았고(L당 10㎞), 속도나 힘에도 문제가 없었다. 차는 먼 거리도 거뜬하게 잘 달렸다.

경유 가격이 L당 2000원을 넘어 휘발유보다 더 비싸진 지금, 이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인간이 튀김음식을 먹는 한 연료 걱정을 더는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가 된다. 그 누구도 이 고난의 시기에 이런 이야기에 귀가 솔깃하지 않을 이는 없을 터. 게다가 환경오염의 원흉인 폐식용유가 차량연료로 쓰이면 친환경적 에너지로 변모한다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2003년 IT업체에 근무할 때였죠. IT업계의 몰락과 함께 창업 아이템을 찾아 헤매던 중 친환경에너지, 그중에서도 바이오연료에 관심을 가지게 됐죠. 100% 석유수입국인 우리나라에서 그만큼 가능성 있는 사업 아이템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당시 바이오연료의 대표주자인 바이오디젤과 바이오에탄올이 대두(大豆)나 옥수수처럼 사람이 먹는 식물에서 추출한다는 사실이었죠. 이러저런 책을 뒤지던 중 루돌프 디젤과 디젤기관의 역사를 만나게 됐고, 결정적으로 로멜의 사례를 접한 뒤 본격적으로 폐식용유에 관심을 두게 됐습니다. 자원 재활용, 연료비용 절감, 수질오염 방지, 대기오염 감소 등 ‘일거사득’의 효과가 있겠더라고요.”

이 대표가 말하는 ‘로멜’은 바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사막의 여우’로 불리며 전차전의 신화를 만들어낸 독일의 로멜 장군이다. 당시 북아프리카 전선에 있었던 로멜 전차 군단은 영국군에게 포위된 상태에서 경유 보급이 끊어져 오도가도 못하는 처지에 놓였는데, 그때 로멜은 전차의 엔진이 본디 식용유를 연료로 쓰던 디젤기관이라는 점에 착안해 병사들이 먹고 남은 폐식용유를 전차에 넣도록 지시했다. 튀긴 음식을 즐겨 먹는 독일인 부대엔 폐식용유가 넘쳐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랬더니 전차는 기적처럼 다시 움직였고, 그의 전차 군단은 영국군의 포위를 뚫고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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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철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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