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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거돈 한국해양대 총장

“우리에겐 바다가 땅입니다”

  • 이형삼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ans@donga.com

오거돈 한국해양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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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국립대 최고 취업률? 앞으론 더 높아진다”
  • ● 졸업 직후 3등항해사 초임연봉 5000만원… 우수 고교생 지원 줄이어
  • ● ‘웬 정년?’ 구인난에 70대 졸업생도 즐거운 비명
  • ● “땅에서 얻는 모든 것이 바다에 있다”
  • ● “해운인력 3만 길러내 세계 해기사 메카 될 것”
오거돈 한국해양대 총장

부산 영도구 동삼동 아치섬에 들어선 한국해양대 캠퍼스.

코끝보다 가슴으로 먼저 맡는 향이 있다.

22년 전 여름, 부산 태종대. 열매 맺지 못할 관계임을 알기에 산책로를 내디딜 때마다 내 가슴은 묵직하게 저려왔고 그녀는 과장되게 발랄했다. 가끔 내 손을 맞잡는 그녀의 촉촉한 손바닥에서 묻어나던, 여린 바람결 속 젖은 풀내음 같은 청신향.

어느새 가슴으로 스민 향이 프루스트의 마들레느 과자처럼 ‘잃어버린 시간’을 넘어 아찔한 흉통을 일으킬 무렵, 다행히 차가 태종대 초입에서 좌회전해 방파제 길로 내달린다. 200m 남짓한 방파제 길은 아치섬으로 이어지고, 이 섬에 한국해양대학교가 있다.

“섬 전체가 대학 캠퍼스입니다. 부산 토박이인 제가 봐도 정말 그림같이 아름다운 캠퍼스예요.”

한국해양대 최윤진 홍보팀장이 새삼 감탄했다. 그럴 만도 하다. 누구나 젊은 날 아릿한 추억 하나쯤 간직했을 태종대가 눈앞에 펼쳐지고, 물새떼 날아오르는 바다가 사방에서 넘실댄다. 오른편은 부산항과 맞닿아 수천t짜리 배들이 곧장 드나들 수 있다. 푸른 섬 캠퍼스라 그저 교정을 거닐기만 해도 답청(踏靑)이다. ‘낭만의 캠퍼스’란 표현이 결코 식상하지 않다.

오거돈 한국해양대 총장
해사대학 취업률 93%

국립 한국해양대학교는 1919년 문을 연 진해고등해원양성소를 모태로 1945년 ‘해양입국’ 기치를 내걸고 설립됐다. 올해로 개교 63년. 국립 목포해양대학교와 함께 해양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국내 유이(唯二)의 4년제 대학이다. 특히 해운·항만·물류산업 분야, 조선·해양 분야, 정보통신 분야, 국제지역연구 분야를 특성화 분야로 선정해 중점 육성하고 있다. 1991년 종합대학교로 개편된 이후 4개 단과대학(19개 학부, 6개 학과)과 4개 대학원(61개 학과, 122개 전공) 체제를 갖췄다.

세계 최강인 국내 조선업과 해운업의 폭발적인 호황에 힘입어 한국해양대의 주가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2008년 해양대 졸업생의 취업률은 졸업 직후인 지난 4월1일 현재 73.5%로 국립대 최상위권 수준이며, 특히 한국해양대의 ‘간판’ 단과대학인 해사대학 졸업생의 취업률은 93.4%에 달한다. 오거돈(吳巨敦·60) 한국해양대 총장은 “해양산업이 성장을 거듭하고 관련 공공기관의 비중도 커지고 있는 데다 해양산업은 세계화와도 밀접하게 연결되므로 해양대 졸업생들의 활동영역은 앞으로 더 넓어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오 총장은 이래저래 바다와 인연이 많은 사람이다. 부산에서 태어나(“걸음마보다 헤엄을 먼저 깨쳤다”고 한다) 고교(경남고) 졸업 때까지 자랐고, 해군 장교로 군 복무를 마쳤다. 서울대 철학과를 나와 1974년 행정고시(14회) 합격 후 시작한 공직생활의 절반도 부산에서 보냈다. 부산시 정무부시장, 행정부시장, 시장 권한대행을 거쳐 해양수산부 장관(2005년 1월~2006년 3월)을 지냈고, 지난 3월 한국해양대 총장으로 부임해 ‘섬사람’이 됐다.

8월6일 오후 그를 만났다. 곳곳에 폭염특보가 발령될 만큼 푹푹 찌는 날씨였지만 ‘국립대 총장실’의 가용 냉방수단은 부채뿐이었다. 첫 질문이 좀 삐딱하게 나간 건 그 때문일까.

▼ 2003년 해양대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한 것말고는 해양대와 특별한 인연이 없었는데 어떤 계기로 총장을 맡게 됐습니까. 지방과 중앙행정을 두루 경험했지만 교육행정을 접하기는 처음이라 시행착오도 적지 않을 듯한데요.

“젊은 시절부터 사회경력을 어느 정도 쌓고 나면 인재 키우는 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마침 지난해 해양대 몇몇 교수로부터 총장선거에 외부 후보로 나와 달라는 요청을 받았죠. 바로 인재양성, 그것도 저와 인연이 많은 해양과 관련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니 이거야말로 내가 원하던 일이다 싶어 입후보했고 당선됐습니다. 너무나 행복하고 감사하게 여깁니다.

겨우 5개월차 총장이지만 느낀 게 많습니다. 행정조직은 하이어라키(hierarchy)에 의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죠. 그런데 대학조직의 중심인 교수들은 자기 분야에 평생을 종사해온 분들이라 어떤 면에선 외곬의 사고를 갖기 쉬워요. 그만큼 보수 성향이 강합니다. 일반 공무원조직이라면 일주일 안에 이런 걸 확 바꿔버릴 수 있겠지만, 여기에선 반 년이 지나도 안 될 수 있어요. 그래서 지금은 제가 과거 행정부문에서 몸에 밴 조직운영 스타일을 바꿔가고 있습니다. 교수사회를 변화시키려면 총장인 저 스스로부터 변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절감했죠. 정책 변화의 강약과 완급을 잘 조화시켜 대학을 꾸려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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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삼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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