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호

송월주 전 조계종 총무원장

“공직자 종교편향 금지 법제화, 반드시 이뤄져야”

  • 구자홍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08-10-08 13: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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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교 편향 사례, 역대 정권보다 횟수도 많고 심각”
    • “‘대통령보다 장로가 더 소중하다’ 이런 발언 안 했어야”
    • “YS도 ‘국방부 예배 사건’ 때 불교계에 비공식 유감 표명”
    • “햇볕정책, 시도는 좋았지만 결국 끌려간 것으로 판명”
    • “대량으로 환경 파괴하고 국토 동맥 끊는 ‘대운하’ 안 돼”
    송월주 전 조계종 총무원장
    서울시 광진구 구의동 아차산 자락에 위치한 영화사(永華寺)는 신라 문무왕 때인 672년 의상대사가 창건한 고찰이다. 창건 당시 이름은 화양사(華陽寺). 지금 세종대와 건국대 인근 지역을 ‘화양리’라고 부르는 연유가 화양사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싶다.

    조선 태조 때에는 화양사 등불 빛이 궁궐에까지 비친다 하여 절을 군자동으로 옮겼고, 그 뒤 중곡동으로 옮겼다가 1907년에 현 위치로 옮기면서 절 이름을 영화사로 바꾸었다. 영화사는 서울 지하철 5호선 아차산역에서 가깝다.

    9월10일 오후. 영화사 회주로 있는 송월주 전 조계종 총무원장을 인터뷰하기 위해 아차산역에 도착한 기자는 지하철역사 내부에 걸린 관내지도에서 영화사를 찾아보았다. 반경 1km가 넘는 주변 지역을 표시한 지도였지만 영화사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고찰(古刹) 누락된 지하철 관내도

    서울 지하철역사 관내지도에도 창건된 지 1300년이 넘은 고찰이 누락돼 있는 것이다. 국토해양부가 대중교통이용정보시스템을 제작하면서 조계사와 봉은사 등 주요 사찰을 빼고, 교육과학기술부의 교육지리정보시스템에도 대형 사찰정보를 누락한 것에 불교계가 발끈한 것이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지하철 5,6,7,8호선을 관장하는 도시철도공사를 산하기관으로 거느린 서울시의 수장이었다.



    영화사 회주실에서 월주 스님과 마주 앉았다. 스님은 기자에게 차를 권한 뒤 사전에 보낸 인터뷰 요지를 찬찬히 들여다봤다. 10분쯤 지났을까. 드디어 스님이 운을 뗐다. 한번 말문을 연 스님은 인터뷰 요지에 담긴 다양한 주제에 대해 거침없이 말을 이어갔다. 의식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쏟아내는 말을 듣고 있노라니 중간중간 질문을 위해 끼어들 시점을 잡기조차 어려웠다. 일문일답의 인터뷰를 접고 스님의 법어를 경청하는 마음으로 그냥 들었다. 다음은 스님의 이야기를 일문일답의 인터뷰 형식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YS 정권의 국방부 예배 사건

    송월주 전 조계종 총무원장
    이 대통령은 9월9일 국무회의에서 불교계와 갈등을 빚은 정부의 종교 편향 논란과 관련, “본의는 아니겠지만 일부 공직자가 종교 편향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언행이 있어 불교계가 마음이 상하게 된 것을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월주 스님과 인터뷰를 하기 하루 전의 일이다.

    -어제 대통령이 불교계에 유감을 표명했는데요. 어떻게 보셨습니까.

    “국무회의에서 공개적으로 불교계에 유감을 표명한 것은 모양도 좋고 진정성도 있다고 봐요.”

    월주 스님은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스님은 ‘김영삼 전 대통령 재임시절에도 불교계에 대한 대통령의 유감 표명이 있었다’며 경험담을 들려줬다.

    “내가 원장으로 있을 때(월주 스님은 1994년부터 1998년까지 조계종 총무원장으로 재직했다) 국방부 예배 사건이 있었어요. 당시 종단 차원에서 불교 탄압이라며 성명을 내고 문제를 제기했지요. 한동안 시끄러웠는데, 청와대에서 비공식적으로 유감을 표명하는 것으로 매듭이 지어졌어요. 이번에는 공개적으로 (유감 표명을) 했는데 그때보다 진전된 것이죠. 역대 정권에서 종교 편향 사례는 늘 있었어요. 그렇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지금처럼 사례가 많고 심각하지는 않았지요. 또 정부가 대응을 안이하게 하는 바람에 일이 더 커진 측면도 있고요.”

    ‘국방부 예배 사건’이란 1995년 12월,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국방부 내 중앙교회에서 예배를 보면서 인접한 원광사 불자들에 대해 경호를 이유로 출입통제를 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듬해인 1996년 1월에도 김영삼 대통령은 같은 장소에서 김광일 비서실장, 이양호 국방장관, 권영해 안기부장 등 공직자들을 대동한 채 공개적으로 예배를 봤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공개 예배에 개신교 장병을 많이 참여시키기 위해 예배 당일 일직과 당직을 모두 불자 또는 가톨릭 신자 장병으로 교체하면서 종교 편향 논란이 불거졌다.

    ▼ 불교계에서는 대통령의 유감 표명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 모습입니다. 어청수 경찰청장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데요.

    “경찰청장이 특정 종교 지도자와 함께 포스터에 등장해 모금운동에 얼굴을 빌려준 것은 선교활동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어요. 거기에다 종단의 수장까지 과잉 검색하면서 일이 커졌지요. 불교계에서 어청수 청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화제는 어청수 청장 거취를 둘러싼 얘기에서 자연스레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을 계기로 불붙었던 촛불집회로 옮아갔다.

    월주 스님은

    1980년 10·27 법난 당시와 1994~98년 두 차례 조계종 총무원장을 역임했다. 지금은 영화사와 금산사 회주로 있다.
    종단 일을 그만둔 뒤 ‘깨달음의 사회화’를 실천하기 위해 복지행(福祉行)에 진력하고 있다. 현재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은 2004년 자신이 설립한 ‘지구촌공생회’ 활동이다. 캄보디아와 라오스, 몽골 등지에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건립하고, 깨끗한 식수 공급을 위한 우물 파주기 사업을 벌이고 있다. 스리랑카에서는 쓰나미로 피해를 본 사람들을 구호하기 위해 유치원과 난민지원센터를 건립하고, 인도네시아에서도 지진피해 복구사업에 동참하고 있다. 이밖에도 위안부 할머니들의 쉼터인 ‘나눔의 집’을 운영하고 있고, 고(故) 강원룡 목사의 뒤를 이어 실업극복국민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스님은 “주부와 청소년들이 협상을 잘못한 정부 실책을 지적하며 건강권과 검역권을 지키기 위해 촛불문화제를 연 것은 옳은 일”이라고 했다. 다만 “평화롭게 이뤄지던 촛불문화제가 나중에 과격 양상을 띤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과격시위자, 정당하게 법 집행해야”

    “경찰의 진압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습니다. 평화롭게 진행되던 촛불집회가 나중에 일부 과격한 사람들이 편승하면서 연일 거리를 점령하고 진압 경찰을 폭력으로 공격하는 사태로까지 번져 국법질서 문란과 국정 마비에 대한 우려를 낳았거든요. 경찰이 과잉 단속했다는 비판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당하게 법을 집행했다는 평가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어느 쪽이 옳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 촛불시위 관련 수배자 해제나 구속자 석방 문제는 어떻게 보십니까.

    “과격 시위자에 대해서는 준법질서 확립을 위해 정당하게 법집행을 해야 합니다. 법 준수 없이는 국가나 사회가 제대로 유지될 수 없어요. 정부를 상대로 한 청원도 절차를 밟아서 해야지, 물리적인 힘으로 해서는 안 되지요.”

    ▼ 촛불집회를 통해 미국산 쇠고기 추가협상을 이끌어낸 점은 성과 아닌가요.

    “국민 건강권과 검역권을 지키자고 촛불집회가 시작된 것 아니에요. 대통령 사과와 추가협상을 이끌어내는 것까지 (촛불집회를) 하고 멈췄어야 합니다.”

    ▼ 조계사에는 여전히 촛불집회 관련 수배자들이 머물고 있는데요.

    송월주 전 조계종 총무원장

    이명박 대통령은 9월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종교 편향 논란과 관련해 유감을 표명했다.

    “강제로 내보낼 수는 없고, 그분들이 자진해서 나갈 때까지 기다려야지요. 경찰이 강제로 끌어내려 해서도 안 됩니다. 또 (경찰도) 보복적으로 사법처리하는 것도 옳지 않습니다. 잘못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 처벌은 불가피하겠지만 최소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촛불집회 얘기로 잠시 샛길로 빠졌던 인터뷰는 다시 정부와 불교계 갈등 문제로 돌아왔다.

    ▼ 종교와 관련한 공직자들의 무분별한 언행이 지금의 갈등을 촉발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공직자는 신앙인과 공직자로서의 지위를 혼동해서는 안 됩니다. 일반 신도와 공직자로서의 언행은 달라야지요. 우리 헌법은 정교(政敎)분리를 명시하고 있지 않습니까. 누구나 신앙공동체에 참여해 신앙생활을 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일부 공직자들이) 무분별하게 언행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결과가 초래된 것입니다.”

    공직자의 언행을 강조하면서 월주 스님은 “대통령직보다 장로가 더 소중하다”는 표현을 예로 들며 “그런 표현은 (대통령이) 특정 종교에 치우쳤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9월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기독인회 조찬기도회에서 “교회 장로로서 정치하기가 쉽지 않다. 대통령직은 잠시이고, 하나님을 믿는 우리는 영원하기 때문에 어쩌면 대통령직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구설에 오른 일이 있다.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국민과 민족을 위해 대통령 직분에 걸맞게 해야 할 일을 다 하는 것이 곧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요, 자비를 실천하는 길입니다. 신앙은 유지하되 국정 운영에서는 개인이나 당파, 종파를 넘어 중립적인 태도로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할 때에야 비로소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월주 스님은 “공직자들이 종교 편향의 유혹을 이겨내도록 하는 힘이 대통령의 중립적인 태도와 의지에 달려 있다”면서 “누구보다 대통령의 솔선수범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니, 군 복무 시절 사격을 할 때 ‘영점 조정’을 하던 일이 떠올랐다. 시범 사격에서 탄환이 표적을 많이 벗어나 있을 경우 가늠쇠를 한두 번 조정하는 것만으로도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어찌 보면 대통령은 공직사회 전체를 관통하는 가늠쇠일지 모른다. 대통령의 종교관(觀)에 조금이라도 편향된 시각이 있다면, 즉 장로에서 대통령으로 영점 조정이 제대로 안 돼 있다면 대통령을 기준으로 사고하는 공직자들이 ‘그릇된 판단’을 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점에서 공직자들의 부적절한 종교 편향 언행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통령의 ‘영점 조정’이 필요하다. 대통령이 그릇된 판단을 한 공직자에게 엄중하게 책임을 묻는 것만으로도 공직사회에 퍼져 있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9월9일 불교계에 대한 유감 표명과 함께 경찰청장에게 사과할 것을 지시했다. 대통령이 취한 조치에 대해 불교계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종교문제에 관한 한 아무리 큰 파장을 일으켰더라도 끝내 내치지는 않는다’는 그릇된 메시지를 공직사회에 보낸 것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삼청동 성당에서 미사 봤던 DJ

    ▼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청와대에 목사를 초청해 예배를 본 것도 종교 편향의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됩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청와대에서 한두 번 예배를 본 일이 있습니다. 타 종교에서 문제를 제기하니까 더 이상 청와대에서는 예배를 보지 않았어요. 가톨릭 신자인 김대중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 신부님을 모셔다 미사를 보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청와대 가까이에 있는 삼청동 성당에 나가 미사를 봤지요. 목사님이든 신부님이든 스님이든 청와대로 초청해 대화를 나누고 여론을 듣는 것은 모르지만, 예배를 본다거나 하는 것은 도리에 맞지 않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잘 판단하실 것으로 봅니다.”

    ▼ 불교계 일각에서는 이번 갈등을 ‘제2의 법난’에 비유하기도 하는데요. 전국 스님과 신도들이 서울 한복판에 대규모로 모여 ‘시위’를 해야 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었다고 보십니까.

    “(불교계가) 대규모 집회를 연 것은 처음입니다. 종교 편향 사례가 많았고 정부가 대응도 잘못하니까 경종을 울리겠다는 심정으로 나왔다고 이해합니다. 또 평화적으로 조용하게 집회를 마쳤습니다. 자주 (집회를) 해서는 안 되겠지만, (시위를 통해) 정부와 정치권에 (불교계의) 입장을 알림으로써 불교계가 입은 상처를 치유하고 위상을 정립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봅니다.”

    ▼ 대통령의 유감 표명으로 정부와 불교계 갈등이 진정될까요.

    송월주 전 조계종 총무원장
    “공개 유감 표명은 진전된 것입니다. 앞으로 종교 편향을 금지하도록 하는 공무원 복무규정이 법제화되는 과정을 지켜봐야지요. 유감 표명 자체로는 구속력이 약해요. 종교 편향적인 언행이나 정책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대통령의 유감 표명으로) 시간이 빠르고 늦은 것이 있을 뿐 해결의 전기는 마련된 셈입니다. 불교계에서도 이 부분을 주시하고 정부와 대화를 통해 해결해나가야겠지요.”

    월주 스님은 공직자 종교 편향 금지 법제화 부분에 대해 힘주어 강조했다. 스님은 10·27 법난의 진상규명이 이뤄지기까지 법제화가 얼마나 더딘지를 몸소 체험했다고 말했다. 진상규명위원회가 만들어졌지만 활동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모법(母法)은 해당 부처끼리 서로 미루는 바람에 제때 제정되지 않았다고. 한술 더 떠 국방부 진상조사위원회에서는 10·27 법난이 안건으로조차 채택되지 않았다. 결국 불교계가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설득한 끝에 진상규명위 안건으로 채택됐고, 진상이 밝혀질 수 있었다고 한다. 얘기가 잠시 10·27 법난으로 흘렀다.

    “10·27 법난은 명백히 불교 탄압이었음이 진상위 활동을 통해 밝혀졌습니다. (12·12 쿠데타) 당시 실권을 잡은 전두환 장군을 지지한다는 광고를 5대 일간지에 내라는 것을 거절한 것이 화근이었죠. 보안사 간부가 (조계사) 총무원 사회부장을 시켜 성명을 내라고 여러 차례 종용했어요. 그때마다 내가 책임지겠다며 성명을 내지 못하게 했지요. 그랬더니 군홧발로 교단을 침탈한 것이죠. 결국 불교계를 순치시키기 위해 탄압을 했던 것입니다.”

    마침 월주 스님과 인터뷰를 하기 하루 전인 9월9일, ‘10·27 법난’ 피해자 명예회복 등에 관한 법률안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공포됐다.

    ▼ 불교계에서는 지역별 순회 대회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일정까지 발표했는데 갑자기 취소하기는 어렵겠지요. 정부와 교계가 대화를 계속하면서 노력한다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정부와 종단이 함께 노력해야지요.”

    자비행으로 저변 확대 노력해야

    ‘신동아’가 월주 스님과 인터뷰를 하고 있던 시각에 불교계 각 종단 지도자들은 대구 동화사에 모여 향후 불교대회 개최 여부를 논의하고 있었다. 스님과 인터뷰를 마치고 나온 뒤 ‘지역 순회 불교대회를 예정대로 치른다’는 소식을 접했다. ‘정부와 종단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스님의 바람이 현실화되기에는 정부와 불교계 사이에 벌어진 갈등의 골이 생각보다 깊어 보였다.

    ▼ 불교계 역시 이번 사태를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선진화론’을 주장해온 박세일 교수는 불교 선진화를 위해 사찰 재정을 신도에게 맡겨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하는데요.

    “불교계는 수행에 중점을 두다 보니 타 종교에 비해 바깥 세상에 눈을 돌리는 노력을 등한시했습니다. 자비행(慈悲行)과 이타행(利他行)을 통해 저변을 확대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점이 안타깝습니다. 포교와 사회봉사에 적극적으로 앞장서야 합니다. 수행을 통해 깨달음이 있거든 사회를 위해 그 깨달음을 실천하려는 노력도 함께 기울여야 합니다. 고통 받는 사람을 돕고 중생의 어려운 삶의 질을 높여주는 일을 찾아서 해야지요. 국민 곁에서 국민과 함께 호흡할 때 불교에 더 많은 국민이 관심을 갖게 됩니다.

    사찰 재정을 신도에게 맡기자는 얘기는 과거에도 잠시 나온 적이 있는데,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아직 시기상조가 아닌가 싶습니다. 종단 차원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할 문제입니다.”

    2시간30분 동안 진행된 인터뷰 내내 월주 스님은 지친 기색 없이 거침없는 말을 쏟아냈다. 차 한잔을 입에 머금고 스님의 이야기 가운데 몇 대목을 음미해봤다. “대통령 사과와 추가협상을 이끌어내는 것까지 (촛불집회를) 하고 멈췄어야 했다” “(대통령의 유감 표명으로) 시간이 빠르고 늦은 것이 있을 뿐 해결의 전기는 마련됐다”는 말이 오버랩됐다. “불교계에서도 이 부분(해결의 전기가 마련됐다는 점)을 주시하고 정부와 대화를 통해 해결해나가야 한다”는 스님의 고언을 불교계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했다. 정권과 맞서 끝장을 보려는 듯 촛불집회를 이어가던 이들의 기착지는 현재 조계사가 아닌가.

    왜 하필 운하인가

    법난 이후 월주 스님은 ‘깨달음의 사회화’를 몸소 실천하기 위해 시민사회운동에 적극 뛰어들었다. 지역감정해소국민운동본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 등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한국 사회의 정치·경제 민주화에 기여한 여러 단체에서 공동대표나 이사장을 맡았고, 90년대 후반부터 2006년까지는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상임대표를 맡아 북한을 10여 차례 직접 방문해 민간 차원의 남북관계 개선에도 관심을 쏟았다. 그러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계기로 월주 스님은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상임대표를 그만뒀다.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시도는 좋았지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으로 결국 일방적으로 끌려간 것으로 판명이 났습니다. 완전히 실패한 것은 아니지만 처음 마음대로는 안 된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이 변화를 보일 때 돕겠다고 했는데, 대북정책을 그렇게 바꾸는 것이 맞습니다.”

    북한의 태도 변화에 따라 그에 걸맞게 대북정책을 펴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맞다는 얘기였다. 스님의 대북관(觀)이 바뀐 계기는 2006년 북한의 핵실험이었다고 한다. 햇볕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지만 북한은 뚜렷한 태도 변화 없이 오히려 미사일과 핵무기를 개발한 것을 보고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는 것.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스님은 뜻이 맞는 원로들과 함께 당시 노무현 정부를 향해 대북정책 변화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 발표 이후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상임대표도 그만뒀다.

    스님은 “(북한에) 퍼준다는 오해를 받아서도, 투명하지 않은 지원을 해서도 안된다”고 했다. 다만 “인도적 지원은 투명하게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옹호한다고 해서 월주 스님이 MB 정책 전반에 대해 찬성하는 것도 아니다. 대표적으로 대선 당시 MB의 최대 공약이었던 한반도대운하에 대해서는 강력한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스님은 대운하를 언급하는 대목에서 유난히 목소리가 높아졌다.

    “제한적으로, 소규모로 하천을 정비하는 것은 모르지만, 물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고 끌어오려는 대운하는 결코 해서는 안 됩니다. 환경을 파괴할 뿐 아니라 국토의 동맥을 끊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성장을 위해 (운하사업을) 하겠다는 얘기도 맞지 않아요. 왜 하필이면 운하로 하려고 합니까. 눈을 돌려 다른 방안을 찾아보면 운하말고도 많이 있습니다.”

    “6개월 시행착오, 예방주사 맞은 것”

    내친김에 이명박 정부가 출범 6개월 만에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된 이유를 무엇이라고 보는지 물었다.

    “인수위 시절 이상적인 정책을 발표하고 무엇보다 인사를 잘못한 것이 컸어요. 쇠고기 협상을 성급하게 처리하는 바람에 촛불집회를 불러온 것도 그렇고….”

    이러저러한 실정(失政) 사례를 열거하던 스님은 인터뷰 전날 밤에 있었던 ‘이명박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를 언급하며 “겸손하게, 미소를 지으며, 자신감 있는 태도를 보이는 것을 보니 희망이 있다”고 했다.

    “취임하자마자 너무 서두르다 보니 시행착오가 많았습니다. 지난 일을 교훈 삼아 자신감을 갖고 제대로 (국정 운영을) 하면 더 성장할 수 있습니다. 일부러 사서 매를 맞을 일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그리 됐으니 6개월의 경험을 거울 삼아 천천히 계획을 세우고 국민의 뜻을 살피려는 소통에 힘쓰면 앞으로 기회가 있습니다. 지난 6개월에 나타난 시행착오는 오히려 2~3년 후에 권력누수로 오는 것보다 나을 수 있습니다. 더 큰 시련을 막기 위해 예방주사를 맞았다고 볼 수 있지요.”

    스님은 다음과 같은 당부로 2시간30분 동안 이어진 인터뷰를 끝맺었다.

    “국민도 기다릴 줄 알아야 합니다. 잘못한 것에 대해 따끔하게 질책을 했으니, 이제 지켜보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우리 국민은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너무 큰데, 이것을 조절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통령이 성공해야 국가와 민족도 발전합니다. 대통령이 실패하면 결국 국민이 불행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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