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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철녀들 ⑥

육영수 여사

국민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일만 골라서 한 가장 정치적인 사람

육영수 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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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영수 여사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인 육영수 여사를 ‘철녀(鐵女)’라고 하니 독자는 고개를 갸우뚱거릴 것이다. 그러나 철녀는 단지 겉만 강한 게 아니라 속까지 강한 여자를 말한다. 진정한 철녀는 남자처럼 공격적일 필요가 없다. 오히려 여성만이 갖고 있는 모성적, 여성적 감수성으로 이 시대 모든 사람이 원하는 ‘배려의 미학’을 통해 사람들을 이끌 수 있어야 한다.

허문명 동아일보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 직후 ‘국민을 섬기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 이 말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는 듯하다. 그렇다면 진정 국민을 섬기는 리더십이란 무엇일까? 필자는 최근 영부인 육영수 여사의 생애를 되짚으며 ‘섬김의 리더십’ 차원에서 그녀의 생전 행동을 진심, 소통, 경청, 연민, 신념이라는 코드로 나눠 짚어봤다.

‘진심으로 대하면 안 될 일이 없다’

일본 소설가이자 수필가인 엔도 슈사코는 저서 ‘삶을 사랑하는 법’에서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여자의 미소’”라고 했다. 유학차 프랑스에 처음 갔을 때 하숙집 아주머니 미소가 그런 것이었다면서 새삼 ‘여자의 미소가 갖는 힘’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엄마가 아이를 바라보며 짓는 미소에 ‘이렇게 너를 지켜주고 있잖아. 괜찮아, 아가야’라는 마음이 담겨 있듯 미소는 타인을 관대하게 포용하는 제일 좋은 메시지라는 것이다.

필자는 생전 육영수 여사의 사진들을 들여다보며 엔도 슈사코의 말을 떠올렸다. 언제 어느 순간에도 온화함을 잃지 않았던 여사의 미소에는 보는 사람을 무장해제시키는 힘이 있었다.

어떻게 이런 미소가 가능했을까. 그 힘의 원천은 여사가 타인과의 소통 원칙으로 간직했던 것, 바로 ‘진심(眞心)’이었다. 여사는 평생 ‘상대방을 진심으로 대하면 안 될 일이 없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이런 신념은 5·16군사정변 후 그가 남편이 최고회의 의장이 되면서 날아들기 시작한 각종 민원을 해결하면서부터 진가를 발휘했다.

남편이 정치인이 되었다고 아내까지 정치인이 되는 것은 여사가 희망했던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다 같이 어렵고 못살던 그 시절에는 행정의 손이 미처 닿지 않는 그늘이 너무 많았고, 참다못한 민초(民草)들은 최고 권력자의 안주인에게 편지를 보냈다. 편지를 보내면서도 여사가 읽어주기나 할까 하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뜻밖에 진심 어린 반응과 자기 일처럼 생각해주는 소통방식에 놀랐다.

첫 편지

5·16 이후 여사의 뒤에는 따로 공보관이나 대변인이 없었지만 그녀의 이름은 입소문을 통해 날로 높아가고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이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에 선출된 해 무더위가 막바지 기승을 부리던 어느 날 여사 앞으로 한 통의 편지가 왔다. 절도죄로 대전교도소에서 형을 치르고 나온 전과범이 보낸 것이었다.

‘교도소에 있을 때는 모범수로 뽑힐 정도로 건전한 생활을 하면서 사회로 나가서는 어떻게든 죄짓지 않고 착하게 살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막상 나오고 보니 일자리도 없고 장사할 밑천도 없고 해서 막막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부디 손수레 하나만 사주시면 고맙겠다는 생각이 들어 편지를 드린다”고 했다.

처음 받아보는 낯선 사람으로부터의 편지였다. 더구나 신원 불명의 전과자가 보낸 것이니 무시해도 좋을 편지였다. 그러나 여사는 비서를 통해 사실 확인을 했다. 신원조회를 해보니 거짓이 아니라는 연락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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