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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재산분쟁 전문 박 철 판사가 들려주는 ‘따뜻한 법’ 이야기

“‘사랑’이라는 단어 지우고 판결하면 삶의 진실 놓칠 수 있어”

  • 이은영│신동아 객원기자 donga4587@hanmail.net│

재산분쟁 전문 박 철 판사가 들려주는 ‘따뜻한 법’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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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설득력 있는 감동의 판결문 잘 쓰는 판사
  • ● 우리 국민 리걸 마인드,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 ● 예상치 못한 사건 대비해 법의 뒷문 만들어둬야
  • ● 법 해석과 집행은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으로
  • ● ‘어머니 친권 박탈해달라’고 탄원서 제출한 딸
  • ● 불효했다고 증여취소소송 내는 부모
  • ● 현실과 동떨어진 법적 규제 많아
  • ● 벌금 10만원 낼래, 구류 30일 살래?
재산분쟁 전문 박 철 판사가 들려주는 ‘따뜻한 법’ 이야기

1959년 대구 출생
서울대 법대 졸업, 제24회 사법시험 합격
서울민사지방법원, 서울형사지방법원, 대구지방법원, 서울고등법원, 대전고등법원 부장판사
현재 서울고등법원 민사10부 부장판사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검색어로 ‘박철 판사’를 치면 ‘아름다운 판결문’이라는 말이 주르르 화면을 장식한다. 양측의 첨예한 대립구도로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법정에서 박철(52) 판사는 판결문 한 줄에도 구구절절 아름다운 표현을 쓰기로 정평이 나 있다.

법원가에서 아름다운 판결문의 계보로는 민문기 전 대법관, 이영모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 권성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 김용호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꼽힌다. 특히 권성 전 재판관은 풍부한 역사지식과 한학을 곁들인 판결문을 쓰기로 유명했는데,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내란목적 살인 등의 이유로 사형과 무기징역을 각각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는 항소심 판결문에서 “자고로 항장(降將)은 불살(不殺)이라 하였으니 공화(共和)를 위하여 감일등(減一等)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적어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권성 전 재판관의 판결문이 다소 현학적이라면, 박철 판사의 판결문은 설득력 있는 감동의 글로 통한다. ‘판결문’ 하면 문장은 길고 논리는 복잡하고 어휘는 전문적이어서 당사자조차 어렵고 지루하다고 하소연하는데, 박 판사의 판결문은 쉬운 어휘와 합리적이면서도 감성적인 문체가 특징이다. 재판 당사자들 사이에선 이른바 ‘설득의 판결문’으로 통한다.

박 판사는 “법은 사법부와 사회의 의사소통 창구 노릇을 해야 한다”면서 ‘법학자는 진리를 추구하지만 법률가는 설득력에 관심을 둔다’는 미국의 마셜 전 대법원장 말을 인용했다. 판결문이 설득력을 잃을 경우 판결은 국민의 귀에 마치 외국어처럼 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왕의 아들, 거지의 아들

기자는 박 판사를 만나기 위해 2008년 12월1일, 서울고등법원 민사10부 부장판사실을 찾았다. 170cm가 안 되는 작은 키에 수더분한 인상. 경상도 억양이 짙게 밴 말투는 차분했지만, 듣는 이가 속이 답답할 정도로 느렸다. 하지만 할 말은 끝까지 하고야 마는 끈질긴 스타일이었다.

박 판사는 “법을 제대로 알아야 판결을 신뢰할 수 있다”면서 “우리나라 국민의 리걸 마인드(legal mind·법의식 수준)가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고 가까운 일본에 비해서도 현저하게 낮다”고 걱정했다.

“국민이 법과 법의 논리를 제대로 알 때, 그리고 판사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제대로 이해할 때 법원 판결에 대한 신뢰가 높아집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바로 우리나라 국민의 리걸 마인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건 달리 표현하면 ‘내가 성공하면 운수대통, 남이 하면 불법’이라는 말이거든요.”

“길을 가다가 아들이 ‘경찰아저씨들이 왜 음주운전을 단속하는 거예요’라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하겠습니까.”(박 판사)

“음주운전은 위험한 일이다.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다치거나 죽게 할 수 있기 때문에 경찰이 음주운전을 못하게 하는 거라고 말할 것 같아요.”(기자)

박 판사는 “법률가라면 제 1감(感)으로 떠올리는 답이 ‘법에 음주운전을 금지하고 처벌하는 규정이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 깊은 뜻을 설명하지 못하는 너무 간단한 대답인데요.

“법학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은 법률가의 대답에 만족하지 못합니다. 법률가라는 존재는 ‘왜’라는 질문에 대해 근본적인 답을 하지 않고 명령이나 금지의 근거만 말한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아요. 법률가의 답은 근원적인 답입니다. 이런 질문을 함께 던져보면 알 수 있습니다. ‘흡연은 자신과 타인의 건강을 해치는데 왜 경찰관은 흡연자를 단속하지 않습니까?’ 답변이 쉽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법률가는 동일한 논리에 따라 쉽고 간단하게 답할 수 있습니다. ‘법률이 흡연을 금지하고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이에요. 논리와 사유방식에 큰 차이가 날 겁니다. 법률가와 대화하면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이유일 겁니다. (웃음)”

▼ 너무 딱딱한 답이네요.

“법이 추구하는 합리성이에요. 모든 사안을 동일하게 풀어가기 위해 원칙을 만든 거죠. 법학에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가 절대 있을 수 없어요. 경제학자도 법대교수와 대화하기 어렵다고 해요. 경제학적 합리성은 보편적인 것이지만 법적 합리성은 법률가가 되기 전에는 접하기 힘들거든요. 경제적 합리성이나 정치적 합리성보다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을 거예요. 법이 추구하는 정의의 관념이 무엇인가. 가장 단순하게 표현하면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라고 할 수 있어요. 쉬운 예로 왕의 아들과 거지의 아들이 똑같이 도둑질을 했을 때 누구나 달리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재판에서 같은 결론을 내리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법학은 법적 판단을 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을 정하고 그 밖의 사정은 참작하지 않도록 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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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신동아 객원기자 donga458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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