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호

유창무 수출보험공사 사장

“‘완장 근성’버리고 고객 곁으로 가겠다”

  • 윤영호│동아일보 신동아팀 편집위원 yyoungho@donga.com│

    입력2009-02-05 13:34: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삼성전자 지원해‘애니콜 신화’만드는 데 일조
    • 공격적 지원 위해 3100억원의 기금 출연금 확보
    • “2009년엔 총량 지원을 170조원으로 확대할 것”
    • “체계적·과학적인 리스크 관리 기법도 도입할 것”
    유창무 수출보험공사 사장

    ●1974년 성균관대 행정학과 졸업<BR>●1979년 동력자원부 사무관·석탄유통과장·총무과장<BR>●1993년 통상산업부 자원정책과장 원자력발전과장<BR>●1997년 외교통상부 주 EU대표부 상무관<BR>●2000년 산업자원부 에너지산업심의관·기획관리실장<BR>●2003년 중소기업청장<BR>●2004년 한국무역정보통신 사장<BR>●2006년 무역협회 상근부회장

    적재적소. 정부가 2008년 9월 공모를 거쳐 유창무 무역협회 상근 부회장을 수출보험공사(이하 수보) 사장으로 임명하자 무역업계에서 이런 얘기가 나왔다. 두 기관이 비슷한 일을 하기 때문이다. 무역협회는 무역업계를 전반적으로 지원하고, 수보는 수출에 따른 리스크를 보상해주는 역할을 한다.

    더구나 그는 2003년부터 1년 남짓 중소기업청장으로 일했다. 그 덕분에 수출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또 수출 중소기업인들의 수보에 대한 기대도 잘 알고 있다. 중소기업은 2007년 전체 수출액의 30.4%인 1128억달러를 수출했다.

    금상첨화. 그는 중기청장과 무역협회 부회장으로 일할 때 수보와 각별한 인연을 맺었다. 수출보험에 관심을 높이려 수보와 함께 다양한 보험료 지원사업을 벌였던 것. 또 중소기업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는 데도 협력을 아끼지 않았다. 수보 사장 자리를 위해 경력을 관리한 것 아니냐는 얘기를 들을 만하다.

    그는 수보 사장 취임 이후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경제위기를 극복할 비상경영 계획을 수립하랴, 업무를 파악할 새도 없이 국정감사를 받으랴 정신없었던 것. 또 환율 급등으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을 도울 대책을 마련하는가 하면 수보 자체의 경영 효율화 방안도 마련했다.

    “무엇보다 수출보험기금 출연금을 획기적으로 늘려놓은 게 든든하다. 취임 직후 확인해보니 정부가 2009년 수출보험기금 출연금으로 배정한 금액이 고작 100억원이었다. 수출이 희망인 상황에서 이 금액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일단 정부 관계자들을 설득해 2600억원으로 증액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 다음 국회에서 3100억원으로 끌어올렸다. 토요일에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원회 위원들을 찾아다니면서 호소한 게 먹혀든 것으로 보인다.”



    무뚝뚝한 인상이지만 다정다감

    그래서일까. 지난해 12월29일 만난 유 사장은 한시름 놓았다는 표정이었다. 우리 기업의 수출을 도와줄 ‘실탄’을 확보했다는 안도감을 엿볼 수 있었다. 그는 후배 관료들 사이에서는 ‘형님’으로 통한다. 과거 그와 함께 근무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보스 기질과 의리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를 처음 본 사람은 가까이하기 어려울 것으로 지레짐작한다. 무뚝뚝해 보이는 인상 때문이다. 나중엔 그에게 의외로 다정다감한 면이 많아 놀라긴 하지만. 무역협회 관계자는 “그가 2008년 9월 초 이임식을 할 때 이임사를 읽어나가면서 눈물을 글썽여 놀랐다”고 말했다. 유창무 사장은 “무역협회에 정이 많이 들어서 그랬나 보다”며 쑥스러워했다.

    “2004년 11월 무역협회 자회사인 한국무역정보통신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꼬박 3년10개월간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일했는데, 임직원들이 정말 열심히 도와주었다. 막상 떠나려고 하니 이들 얼굴이 눈에 밟혔다.”

    한편으로 ‘이건 아니다’ 싶은 일에는 강단 있는 면모를 과시한다. 무역협회 상근부회장으로 재임하던 2008년 6월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 과격시위 중단을 요구하는 성명서 발표를 주도했다. 당시 분위기에서는 돌을 맞을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그는 그런 상황에 신경 쓰지 않았다.

    유 사장은 1973년 행정고시 13회에 합격해 동력자원부 사무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동력자원부 석탄유통과장, 통상산업부 자원정책과장·원자력발전과장, 산업자원부 에너지산업심의관 등 요직을 거쳤다. 2004년 7월 중소기업청장을 끝으로 공직을 떠났다. 이후 한국무역정보통신 사장, 무역협회 상근부회장을 지냈다.

    그는 민간조직에 몸담은 이후 경영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특히 2004년 11월 무역협회 자회사인 한국무역정보통신 사장으로 취임해 이 회사를 알짜 기업으로 바꿔놓았다. 취임 1년 만에 누적 결손을 해소하고 최초로 주주 배당까지 실시한 것. 조직과 업무 프로세스를 혁신하고 회사 분위기를 일신한 결과였다.

    ▼ 수보 사장으로 취임한 지 100일이 지났는데 소감을 간단히 말해달라.

    “1990년대 말 주(駐)유럽연합(EU) 대표부 상무관으로 있을 때 유럽의 통상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신용보험 시스템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알게 됐다. 수보에 들어와서 보니 밖에서 생각하던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을 하고 있었다. 해외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나 해외 자원 개발을 지원하는 등 수보의 활동 영역이 넓다는 것도 알게 됐다. 무엇보다 수보의 임직원이 우수해 마음이 든든했다.”

    수보는 일반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수출 한국을 이끈 ‘보이지 않는 손’ 역할을 해왔다. 수입국에서 전쟁·내란이 일어나거나 환거래를 제한해 수출 대금을 못 받으면 그 손실을 보상해주는 기관이다. 그뿐만 아니라 수입업자의 계약 파기나 파산, 대금지급 지연·거절 등으로 인한 손실도 메워준다.

    16년 만에 55배 성장

    수보 임직원들은 삼성전자의 ‘애니콜 신화’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1996년 삼성전자는 미국 PCS업체 스프린트와 170만대, 금액으로는 6억달러 규모 수출 계약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 삼성은 수출 계약에 선뜻 사인을 하지 못했다. 당시 스프린트의 신용도가 떨어지는 데다 스프린트 측이 3년간 장기 계약을 요구했기 때문.

    이때 구원 투수로 나선 곳이 바로 수보다. 수보는 수출금액 전액에 대해 단기 수출보험으로 지원하겠다고 결정했다. 말하자면 미국 스프린트가 수출 대금을 갚지 못하면 대신 갚아주겠다는 보증을 선 것이다. 삼성전자는 안심하고 수출 계약을 체결했고, 이것이 오늘날 삼성 ‘애니콜 신화’의 바탕이 됐다.

    LG전자도 최근 수보의 지원을 받았다. 독일계 수출보험기관이 지난해 11월 들어 갑자기 LG전자에 대한 지원을 중단했다. LG전자의 제품을 수입하는 현지 수입업자의 신용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에 LG전자는 수보에 도움을 요청했고, 수보가 이를 수용한 것.

    수보는 2008년 9월 수출보험 지원 실적 100조원을 달성했다. 2008년 전체 지원 실적은 129조8000억원. 1992년 설립 당시 1조8000억원에 불과했던 인수 실적이 16년 만에 55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창립 당시 3.0%에 불과했던 수출보험 활용 비율도 2008년 11월 말엔 24.5%로 높아졌다. 인수 실적 기준으로 세계 5위 규모다.

    유 사장은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 지속적인 제도 개선, 신상품 개발 등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력의 결과”라고 뿌듯해했다. 그는 이어 “수보가 그동안 교역 구조의 변화를 반영해 새로운 상품을 제때 내놓았고, 사업 운영 방식도 개선하려 노력했는데 이를 고객이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2009년 수출 환경은 상당히 안 좋을 것으로 보이는데….

    “전세계적인 경기 침체 여파로 교역 환경이 악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2008년 우리나라 수출 실적이 4000억달러를 돌파하는 등 나름대로 선전했으나 11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9.0% 급감하는 등 전망이 안 좋다.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고 가격 효과가 소멸해 수출 둔화세가 계속될 것이다.”

    ▼ 그런 상황일수록 수출보험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것 아닌가.

    “그렇다. 단기적으로 보면 현재의 경제위기로 수입업자의 파산 위험이 증가한 것은 수보에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수입업자의 지급 지체가 발생하거나 파산이 증가하면 수보가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보험수지가 악화할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의 경제위기가 수보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세계적인 유동성 고갈로 수보와 같은 수출신용보증기구(ECA)가 제공하는 것 외에는 마땅한 자금 조달 수단이 거의 없는 상태다.

    여기에 해외 수입업자들의 신용위험 증가로 수출 기업들의 수출보험에 대한 관심 및 필요성이 증대하고 있다. 2008년 11월 이명박 대통령의 남미 순방 때 남용 LG전자 부회장이 ‘10년 이상 거래하던 바이어들의 신용위험 증가로 수보의 공격적인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얘기하더라. 그만큼 수출보험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는 얘기인데, 이를 잘 활용하면 수보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 구체적으로 2009년엔 수출보험을 어떻게 운영할 계획인가.

    “수보는 경제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09년에 공격적으로 수출보험을 지원하고,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도울 계획이다. 이를 위해 첫째 지원 규모를 2008년 129조8000억원에서 2009년엔 170조원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특히 주력 상품의 수출을 확대하는 지원을 대폭 늘릴 예정이다. 가령 플랜트·조선 등 자본재 부문 지원액을 2008년 125억달러에서 2009년 200억달러로 확대한다. 반도체·무선통신 등 IT 부문은 450억달러에서 650억달러로, 또 자동차·철강 부문은 20억달러에서 70억달러로 늘릴 계획이다.

    둘째로 성장 잠재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신성장 동력 산업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가령 탄소종합보험 지원 대상을 확대해 탄소 저감 기술 등 신성장 동력 산업을 수출산업으로 발전시켜나간다는 계획이다. 또 해외 자원의 탐사·개발·생산·판매 전 단계에 걸친 위험을 100% 담보하는 해외자원개발종합보험을 2008년 말 출시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에너지 가격이 낮아진 현재 상황을 오히려 에너지 자주 개발률을 높이는 기회로 활용하기 위한 차원이다.

    셋째로 중남미·아프리카·중앙아시아 등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노력을 적극 지원할 것이다. 2008년 11월 이명박 대통령을 수행해 남미를 방문했을 때 브라질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Petrobras)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 회사가 발주하는 1200억달러 프로젝트에 우리 기업이 참여하면 이를 지원하기로 했다. 2009년 봄에 페트로브라스 관계자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해 프로젝트 설명회를 할 것이다.”

    영화계 기대 큰 문화수출보험

    ▼ 수출 중소기업을 위한 특단의 대책도 마련했다고 하는데….

    “요즘 중소기업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강조한 말로 ‘중소기업 9988’이 있다. 우리나라 전체 기업체 수의 99%, 취업자 수의 88%를 중소기업이 차지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우리 중소기업은 항상 기술난·인력난·자금난·판로난을 겪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자금난과 판로난이 심하다. 수보는 이 두 가지 어려움을 해결해줄 수 있다. 우선 수출 중소기업에 무역금융을 원활히 제공해 자금난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것이다. 이를 위해 수출신용보증제도의 공급 규모를 2008년 1조5000억원에서 2009년 5조원으로 확대한다.

    또 제품을 마땅히 팔 곳이 없는 중소기업이 마음 놓고 수출할 수 있도록 위험을 담보해주고 있다. 중소기업 수출보험 지원 규모를 2008년 58조원(전체 지원액의 44.6%) 규모에서 2009년 82조원(48%)으로 늘릴 것이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Plus+보험, 수출Nego보증 등 중소기업 특화 상품을 확대 운영해 보험료 부담은 낮추고 이용 편의는 높일 예정이다. 이를 통해 수출 중소기업 이용 고객 수를 2008년 5100개사에서 2012년 1만개사로 늘리겠다.”

    ▼ 문화수출보험에 대해 영화계에서 기대가 크다고 들었다.

    “그동안 영화에 국한해 실시하던 문화수출보험을 내년부턴 드라마와 게임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2008년엔 173억원을 지원했다. 문화 콘텐츠를 수출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차원이다. 문화수출보험에 가입하면 영화를 수출해 손해를 봐도 수보가 그 일부를 보전해주기 때문에 영화인들이 마음 놓고 세계로 진출할 것이다.”

    ▼ 공격적인 운영을 하려면 그에 맞춰 리스크 관리도 강화해야 할 텐데….

    “‘공격적인 지원을 하면서 리스크 관리도 강화한다’고 말하면 임직원 귀에는 리스크만 들어온다. 그러나 이는 그런 뜻이 아니다. 적극적인 지원에 중점을 두되 리스크 관리라는 브레이크도 정교하게 밟으라는 얘기다. 리스크 관리도 얼마든지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가령 지금까지 이용하지 않은 재보험을 활용할 수 있다. 현재 재보험회사인 코리안리와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그 방안을 찾고 있다. 또 다른 나라 ECA와 공동으로 보험을 인수해 수보의 리스크를 줄이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아울러 채권 관리를 철저히 해 채권 회수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2008년 수출 중소기업에 환율은 공포 그 자체였다. 환율이 급등하면서 수보의 환변동보험 때문에 손실을 본 중소기업도 있다. 환변동보험은 환율이 오를수록 환수금을 내도록 구조가 짜여 있다.

    “어쨌든 수출 중소기업을 도와드리려고 한 게 결과적으로 손실을 끼치게 돼 안타깝게 생각한다. 잘 알려진 대로 2007년까지만 해도 환율이 하락 추세를 보여 환변동보험이 중소기업에 도움이 됐으나 2008년 들어 환율 급등으로 수출 중소기업들이 환수금을 부담하게 됐다. 2008년 11월 말 현재 환수금 규모는 1조2000억원 수준이다. 이에 대해 환수금 분납 기간을 연장하고, 은행의 대출을 알선하는 등 환수금 부담을 덜어주려 노력하고 있다.

    유창무 수출보험공사 사장

    2008년 6월10일 유창무 당시 무역협회 상근부회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다른 경제단체 부회장과 함께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 장기화와 과격화를 우려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2008년 10월13일부터 중단했던 환변동보험 청약을 11월5일자로 부분적으로 재개했다. 그러나 계약 기간 3개월 이내, 업체별 청약 금액 50만달러, 일일 총 청약금액 3000만달러로 제한하고 있다. 앞으로 외환시장이 안정되는 대로 3개월 이상 계약을 인수할 예정이다. 또 환변동보험의 문제점을 인식한 만큼 앞으로 환율이 일정 범위 내에서 움직일 경우 환수금 부담이 없는 ‘범위 선물환’ 방식을 확대 공급할 생각이다.”

    중소기업에 한 걸음 더

    ▼ 정부가 추진하는 공기업 선진화에 맞춰 수보는 어떤 방안을 마련했나.

    “일부에서 공기업을 ‘철밥통’이라고 비난하는데, 이는 공기업의 생산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정부의 요구도 바로 생산성을 높이라는 것이라고 본다. 수보는 예산을 10% 절감하기로 했고,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24개 부서를 22개로 줄여 현장 중심 조직으로 개편했다. 또 현재 515명인 정원을 2012년까지 436명 수준으로 15% 감축하되 퇴직자 등 자연 감소분을 신규로 채용해 조직의 활력을 유지할 계획이다. 또 경제위기에 따른 고통을 국민과 함께 나눈다는 생각으로 2008년 11월 2009년 전직원 임금을 동결하고 임원 연봉을 40% 삭감하기로 노사 간에 원만한 합의를 봤다.”

    그는 또 일자리 나누기 차원에서 2009년에 청년 인턴을 50명 이상 채용할 생각이다. 정부의 권장 인원인 20명을 훨씬 초과한 규모다. 이에 필요한 예산 3억8000만원은 수보의 간부들이 반납한 성과급과 유 사장 개인의 출연금으로 마련했다. 추가 확대하는 청년 인턴은 지방 대학생 위주로 수보의 각 지사에 우선 채용할 방침이다.

    ▼ 향후 수보의 비전은?

    “우리 기업의 수출과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중추 기관으로 육성해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첨병이 되겠다는 비전을 세웠다. 이를 위해 탄소종합보험, 문화수출보험 등 다양한 신종 보험을 도입해 고부가가치 미래 산업도 지원할 계획이다. 또 플랜트 등 자본재 수출이나 해외 투자, 자원 개발 사업을 지원하는 능력을 높여 우리 기업의 통상 경쟁력을 향상시켜나갈 것이다. 고객, 특히 중소기업에 한걸음 더 다가가는 ‘열린 공사’로 변할 생각이다. 그동안 심사 과정을 거쳐 지원하다 보니 아무래도 ‘완장 근성’이 있다는 지적을 받곤 했다. 이젠 ‘갑’과 ‘을’이 아닌 동반자적 관계로 고객을 섬기자고 강조하고 있다.

    또 임직원의 전문성을 높이고 해외 네트워크를 확대해 수보의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수출보험 리스크가 해외에 있는 점을 감안해 해외 지사의 영업 기능 및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게 급선무다. 아울러 외국 기관과 실질적으로 제휴하거나 합작해 세계적 수준의 해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목표도 세웠다.”

    ▼ 사회공헌 활동도 다양하게 펼치는 것으로 안다.

    “수보의 사업 내용에 부합하는 사회책임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우리 수출 현장을 지키는 이주 노동자를 위한 활동에 신경 쓰고 있다. 지난 12월16일엔 인천주안산업단지 이주노동자 240명에게 점퍼를 전달했다. 12월24일엔 경기 부천·성남시 다문화가정 가족 100여 명을 초청해 영화를 보여주었는데, ‘영화를 처음 봤다’면서 고마워해 마음이 뿌듯했다.”

    병역이행 명문가 자부심

    유 사장은 30여 년의 공직생활 중 중기청장으로서 시장친화적 벤처기업 육성 정책을 추진한 것을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꼽았다. 당시 그는 총량 위주 지원 정책에서 과감히 탈피해 시장친화적 벤처 생태계를 조성하려 노력했다. 또 당시 그는 매주 1회 이상 중소기업을 방문해 간담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그는 ‘정성을 다하자’ ‘초심을 잃지 말자’를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특히 조선시대 한명회가 사위인 성종에게 남긴 유언이라는 ‘始勤終怠 人之常情, 願愼終如始’(시근종태 인지상정, 원신종여시) 글귀를 항상 집무실 책상 앞에 걸어놓고 있다.

    “‘처음에는 부지런하고 나중에는 게으른 것이 사람으로서 당연한 일이나 처음과 끝이 같도록 하소서’라는 뜻이다. 장인이 위급하다는 소식을 들은 성종이 사람을 보내 ‘마지막으로 할 말이 무엇이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는 것이다. 청탁 사항을 얘기할 줄 알았던 성종이 다시 사람을 보내 ‘다른 할 말이 없느냐’고 물어도 답은 같았다고 한다. 적어도 한명회는 그 순간만큼은 충신이지 않았을까.”

    유 사장의 인물 정보를 검색해보면 특이한 사항이 눈에 띈다. 2007년 병무청이 병역이행 명문가로 지정했다는 대목이 그것이다. 병무청은 한 집안의 3대 남성이 모두 현역 복무를 필한 경우에 병역이행 명문가로 지정한다. 특히 그의 둘째아들은 이라크에 파병된 자이툰 부대에 근무한 경험이 있다.

    유창무 수출보험공사 사장

    미국 배우 데이비드 하셀호프와 유창무 수출보험공사 사장. 하셀호프는 수출보험공사가 문화수출보험 15억원을 보증 지원하는 영화 ‘베버리힐스 닌자2’에 출연한다.

    그가 2008년 5월27일 한 경제신문에 기고한 에세이에서 밝힌 ‘부친의 수난’은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었다. 그는 이 글에서 “암울한 시대에도 꿋꿋이 나라를 지키며 대한민국을 희망의 땅으로 일궈온 부모 세대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고 명예롭게 하자”면서 부친의 사연을 소개했다.

    그의 부친은 1920년대 충청도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18세에 인근 마을 처녀와 결혼하자마자 일본 군대에 끌려갔다. 일본의 패전으로 고향에 돌아와 잠시 단란한 가정을 꾸렸으나 6·25가 터져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피란을 가지 못하고 고향에 있다가 북한군에 끌려가 의용군으로 낙동강 전선을 누볐다.

    그 후 후퇴하는 북한군이 개성 북방까지 끌고 갔지만 목숨을 걸고 도망쳐 갖은 고생 끝에 집으로 돌아왔다. 아내의 극진한 간호로 1년 만에 건강을 겨우 회복했으나 이번에는 국군에 입대하라는 통지를 받았다. 겨우 휴전 후인 1954년에야 제대해 다시 고향에 돌아올 수 있었다.

    “그 시절 그렇게 힘들게 살았던 분이 선친뿐이겠는가. 그들은 힘겨운 삶을 살았지만 후손에게는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려는 일념으로 열심히 일했기 때문에 오늘의 한국이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 마지막으로 수출 기업인에게 하고 싶은 말은.

    “지난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데 수출 기업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위기가 곧 기회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기업이 한발 빠른 시장 공략과 적극적인 해외 진출로 성공 신화를 만들어나가기를 당부하고 싶다. 경제가 어렵다고 몸을 사리기보다는 적극적이고 진취적으로 대응해야 ‘생존자 효과(survivor effect)’를 누릴 수 있는 것 아닌가. 수보는 이런 기업에는 전사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인터뷰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