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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크레디트 스위스’ 전 리스크 매니저 이인환의 경제위기 분석

“경제위기는 탐욕이 눈을 가린 결과… 돈 찍어내 위기 막아라”

  • 한상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reenfish@donga.com│

‘크레디트 스위스’ 전 리스크 매니저 이인환의 경제위기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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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에쿼티론 남발한 미국 부동산금융, 위기 예견됐지만 아무도 믿지 않아
  • ● 디플레이션보다는 익숙하고 통제 가능한 인플레이션이 낫다
  • ● 실현되지 않은 이익에 세금 때리는 한국은 ‘기본이 안 된’ 나라
  • ● 프랑스 같은 나라 만든다? 망해가는 나라 따라가는 이상한 대한민국
‘크레디트 스위스’ 전 리스크 매니저   이인환의 경제위기 분석
이인환(미국명 마이클 리·47) Pri▼ me Swiss Investment and Consulting(이하 PSIC) 대표(시니어 파트너)는 한국 금융계에선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한국에서의 이력이라곤 대학(한국외국어대)을 졸업한 것과 OO증권사에서 약 9개월간 일한 것이 전부다. 그러나 국제 금융계로 눈을 돌리면 얘기가 달라진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그는 이미 유명인사다. 특히 유럽에서의 활동 경험과 이력은 눈여겨볼 만하다.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에서 MBA(경영학 석사)를 마친 이 대표는 우리 나이로 30세이던 1992년에 이미 세계적인 투자은행 ‘크레디트 스위스’의 한국지사 대표를 맡았다. 이듬해엔 크레디트 스위스 본사로 날아가 아시아부문 시니어 리스크 매니저가 됐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그의 이름(마이클 리)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도 이때다. 36세이던 1998년에는 세계 최대 금융회사 중 하나인 메릴린치의 재무컨설팅 담당 임원이 됐는데, 이곳에서 한국의 외환위기를 지켜봤다. 1년 매출액이 250조원에 달하는 세계 1위 식품회사 네슬레, 세계 최대 제약회사 노바티스 등의 재무컨설팅을 담당했고 지금도 경영 자문을 하고 있다. 현재 대표를 맡고 있는 PSIC는 크레디트 스위스와 메릴린치에서 함께 일한 동료들과 합심해 스위스 취리히에 세운 투자컨설팅 회사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이 대표가 들려주는 ‘세계 경제위기 분석’은 흥미로웠다. 인터뷰 내내 그가 쏟아놓은 얘기들, 예를 들어 미국 경제위기의 원인과 실태,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국제 금융시장의 시각 등은 대학교수 등 학자들에게서 들을 수 있는 ‘경제이론’과는 사뭇 달랐다. 그는 철저히 돈이 돌고 도는 시장의 논리와 판단을 근거로 한 분석을 내놨다.

이 대표는 먼저 현재 처해 있는,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우리나라가 택할 수 있는 위기 극복 방법을 묻는 질문에 “인플레이션으로 갈지, 디플레이션으로 갈지를 먼저 선택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어차피 둘 중 하나는 피할 수 없어 보인다”는 게 그의 생각. 이 대표는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디플레이션보다는 인플레이션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 왜 인플레이션이 디플레이션보다 낫다는 건가.

“교과서에도 그렇게 씌어 있다. 인플레가 디플레보단 낫다고. 고통의 강도라는 면에서도 그렇다. 인플레는 최소한 돈으로 컨트롤이 된다. 그러나 디플레가 오면 할 일이 아무것도 없어진다. 그리고 인플레는 익숙하다. 디플레는 사실상 경제가 멈추는 거니까. 디플레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넘어가면 그때는 정말 끝장이다. 돈을 충분히 찍어내 급한 불부터 꺼야 한다.”

▼ 돈을 찍어내 위기를 탈출한다?

“그렇다. 돈을 얼마나 찍어내는지에 따라 위기탈출 가능성, 탈출시기가 모두 달라진다고 본다. 일단 (경제의) 심장이 뛰게 해놓고 다른 부분은 나중에 생각하는 게 좋다. 경제이론으로 보면 논란이 있을 수도 있지만 돈을 만지는 실무자 관점에서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보는 게 정상이다. 물론 무작정 찍어내선 안 된다. 일관성을 가지고 예측가능하게 찍어내야 한다. 인플레니 뭐니 지금은 그런 것 신경 쓸 만큼 한가한 때가 아니다.”

이 대표와의 대화는 자연스레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경제위기의 원인과 해결책으로 옮겨갔다. 학자가 아닌 실물경제 전문가의 시각. 그의 주장은 독설에 가까웠지만 논지가 뚜렷했다.

▼ 지난해 불어닥친 경제위기의 근본 원인은.

“한마디로 탐욕이 눈을 가린 결과다. 금융기관의 부도덕성이 가장 큰 문제였다. 미국은 이미 1980년대에 부동산 가격 하락의 고통을 경험한 적이 있다. 그래서 부동산과 관련해선 비교적 안전장치가 잘 마련되어 있다. 그런데도 이런 일(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이 또 벌어졌다. 미국의 부동산-금융 전문가들은 지금에 와서야 ‘지난 몇 년간 우리가 왜 그랬을까’ 후회한다. 한마디로 지난 몇 년간 월가를 비롯한 국제 금융전문가들이 집단 최면에 걸려 있었던 것 같다.”

▼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위험성은 충분히 예측됐던 것 아닌가.

“그렇다. 이미 2007년 말부터 경고가 나오기 시작했다. 라스베이거스가 망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 것도 2007년 초였다. (미국의) 작은 로컬 부동산금융사들까지 에쿼티론(주택 구입가격을 토대로 1차 담보대출이 이뤄진 후 이를 제외한 나머지 주택의 가치를 다시 담보로 해 추가 대출을 받는 이른바 2차 대출)을 팔기 시작하면서 눈치 빠른 사람들은 ‘막장이다’라고 느꼈다. 이즈음부터 일부 국제 금융기업들은 가지고 있던 자산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번 위기를 비교적 잘 극복하는 JP모건 같은 기업이 대표적이다. 물론 일반인은 몰랐다. 정확히 말하면 얘기를 해도 믿지 않았다. 기본에 충실했다면 그때부터 위기에 대비했어야 했다. 유럽의 경우 최소한의 준비를 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방어가 됐다.”

▼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나.

“다르지 않았다. 나도 2007년 중반쯤 한국의 한 시중은행 임원에게 2008년 경제위기 가능성과 유가 폭등을 얘기했는데 믿지 않더라.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이 미국 서브프라임 상품에 투자해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2007년 말부터 ‘주식 팔고 채권 사라’고 했는데 한국시장에서는 이런 경고를 귀담아 듣지 않았다. 대신 주가가 2000포인트를 넘긴다거나 심지어 3000포인트 간다는 장밋빛 청사진만 쏟아져 나왔다. 돈이 없어서 투자를 못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그렇게 번 돈으로 미국 뉴욕 한복판에 건물을 산 (국내 금융) 기업도 있고 부동산에 재투자해 이익을 냈던 금융기관도 있다. 이제 화려한 시절을 보낸 대가를 치를 시간이 온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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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reenf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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