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호

실물경제 회생 중책 맡은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1차 건설·조선 구조조정은 너무 약했다 훨씬 강도 높은 대책 필요”

  • 정현상│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oppelg@donga.com│

    입력2009-03-09 16: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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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물경제 회생 중책 맡은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 1948년 대전 출생<br>●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미국 위스콘신▼ 메디슨대 경제학 박사<br>● 1973년 제13회 행정고시, 경제기획원<br>● LG경제연구원 원장, 전국경제인 연합회 상근부회장<br>● 現 지식경제부 장관

    요즘 지식경제부(이하 지경부)의 어깨가 무겁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이된 상황에서 산업별 경제 살리기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 핵심 부서이기 때문이다. 경제위기의 다급한 불을 끄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장기 전략을 짜는 일도 이들의 몫이다. 그래서 이윤호(李允鎬·61) 지경부 장관은 평소 직원들에게 “실물경제 회생은 우리 어깨에 달려 있다”며 사명의식을 가져달라고 주문한다.

    1월28일 안철식 차관이 승진한 지 9일 만에 과로로 숨진 사건은 지경부의 요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장관은 안 차관 부인의 당부대로 직원들에게 “하루 1시간 운동하고, 30분은 가족과 함께 지내라”고 지시를 내렸지만, 바쁜 업무 때문에 이를 그대로 따르는 직원은 많지 않다.

    지경부의 역할 가운데 특히 산업 구조조정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에서 지난해 말부터 구조조정 전략을 짜기 위한 세미나를 정기적으로 열어오고 있고, 지경부의 요청으로 ‘구조조정의 원칙과 방향’ 같은 보고서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윤호 장관은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실물경제의 위기가 전방위적으로 오고 있다. 어느 한 부분도 무풍지대는 없다. 기업과 산업 차원에서 구조조정이 절실히 필요한 국면에 와 있다”며 “건설과 조선업계를 대상으로 한 1월20일 1차 구조조정은 너무 미약했다. 그보다 훨씬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GM대우가 정부에 자금 지원을 요청한 것에 대해 이 장관은 “먼저 자동차산업 전체를 봐야 하고, 미국 GM본부에서 ‘GM대우가 세계전략에서 아주 중요하고 버릴 수 없는 회사’라는 약속이 선행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해 향후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피’를 보는 구조조정

    구조조정이 요즘 한국 경제의 화두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연초에 만난 청와대 고위 관계자 A씨는 그 이유를 이렇게 분석했다.

    “진짜 위기는 지금부터입니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고통스럽지만 구조조정을 해야 합니다. 경제는 심리이기 때문에 다시 살아나려면 바닥을 확인해야 하는데, 그 바닥이 바로 ‘피를 보는’ 구조조정입니다. 한 대기업은 임원 가운데 3분의 1을 잘랐습니다. 삼성그룹이 지난해 말 계열사를 상대로 자체 조사한 결과 국내 매출 1위 기업인 삼성전자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을 의미하는 C등급을 받았습니다. A그룹(3년 안에 구조조정이 필요 없는 기업)에 들어간 기업은 삼성화재,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중공업 3곳뿐이었습니다. 삼성그룹이 이 정도인데, 다른 기업의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어중이떠중이 다 살리려다 보면 다 죽게 됩니다. 과거 외환위기 때 구조조정이 죽어가는 기업을 수술하는 것이었다면, 요즘 구조조정은 멀쩡하게 살아 있는 기업을 마취도 하지 않고 수술해야 하기 때문에 고통이 더 클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구조조정이 잘 마무리되면 한국 경제는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걸까. A씨는 “전세계가 돈을 풀고 있기 때문에 1, 2년 지나면 유동성이 엄청나게 늘어나 돈이 떠다니는 게 보이고, 인플레이션도 예상된다. 주택 수요가 늘어나 공급 부족 현상도 나타날 것이다”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위기 이후’ 상황까지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위기를 벗어나고, 그 뒤의 상황까지 전망하면서 정책을 집행해야 하는 지식경제부 공무원들의 24시는 그래서 오늘도 부산하다.

    이윤호 장관과의 인터뷰는 2월12일 오후 과천 정부청사에서 진행됐다. 인터뷰 자리에는 김준동 대변인, 김상모 홍보지원팀장 등이 배석했다. 이 장관은 일자리 나누기와 창출, 녹색기술과 녹색 에너지 개발, 산업구조조정, 유전확보 등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했다.

    실물경제 회생 중책 맡은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이윤호 장관이 2월12일 집무실에서 주요 해외자원 개발사업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속도전 ’ 강조

    ▼ 지난해 2월29일에 취임했으니까 12개월째입니다. 어떤 점이 가장 어려웠고 또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무엇인지요.

    “취임한 날부터 바쁘게 움직여서 그런지, 이제 1년이 되어가는데도 10년은 된 것 같습니다. 되돌아보면 쉬운 일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정권 초기 중요한 시기에 촛불시위 등으로 정책이 추동력을 잃었던 점, 사상 유례없는 유가 폭등, 그리고 현재의 글로벌 경제위기가 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국회의 파행으로 경제 살리기에 필요한 법개정이 자꾸 지연돼 정책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아쉽습니다.

    하지만 ‘지식·혁신주도형 산업강국 건설’이라는 비전을 세우고, 경제위기 대응과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낍니다. 구체적으로 10년, 20년 후 우리 경제를 책임질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자 노력했습니다.”

    ▼ 요즘 장관께서 ‘속도전’을 강조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졸속으로 빨리빨리 하자는 것이 아니고 정책의 집행속도가 느려 중앙정부로부터 국민에게 가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걸 염두에 둔 겁니다. 연구 개발 분야에 대한 예산집행은 빠를수록 좋습니다. 예컨대 녹색기술 분야를 보면 우리가 북미 선진국에 많이 뒤처집니다. 국가의 큰 발전전략으로 녹색성장을 상정했는데, 그것을 뒷받침하는 녹색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기술을 확보하는 데는 평상시 속도로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밤새도록 불이 켜진 연구소가 반드시 있어야 하고, 또 두 배의 노력을 기울여서 더 빠른 시간 내에 기술을 확보하고 그것을 실용화할 수 있도록 전략을 짜야 한다는 차원에서 강력한 속도전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 말씀하신 것처럼 태양광·풍력 기술, 하이브리드카, 연료전지카 개발 등 녹색기술 분야에서 일본 독일 등에 비해 상당히 뒤처져 있는데, 지금 이대로 가다가는 비싼 로열티만 주고 뒤꽁무니만 쫓아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우리가 뒤처져 있는 것은 사실이에요. 그러나 반도체나 선박 분야도 처음엔 한참 뒤처져 있었지만, 그들을 따라잡았습니다. 지금은 자동차산업 세계 5위, 조선산업 세계 1위, 반도체 메모리산업 세계 1위로 도약했습니다. 특히 태양광 기술은 프로세스가 반도체와 상당히 비슷합니다. 우리가 못할 것 없다고 생각합니다.”

    ▼ 골드만삭스 등 주요 해외 투자은행들이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2.3%, 내년엔 3.5%로 제시하고, U자형 회복을 예상했습니다. 반면 IMF는 올해 -4.0%, 내년 4.2%로 V자형 회복을 전망했습니다. 장관께서는 어떤 형태의 경제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시는지요? 그리고 그 근거는 무엇입니까?

    “구체적인 경기회복 시기와 형태는 기본적으로 세계경제의 회복 시기가 변수이지만, 저는 경제회복에 대해 조심스럽게 낙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위기극복뿐만 아니라 위기를 미래 도약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경험과 저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 조선·반도체 등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다양한 산업군(群)을 갖고 있습니다.

    둘째 최근 세계시장의 급격한 위축에 따라 한국 기업의 수출도 다소 부진하고 내수에 힘이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원화 약세에 따른 가격경쟁력 증대 등을 잘 활용한다면 위기를 더 빨리 극복할 수 있을 겁니다. 예컨대 세계 5위 반도체 업체인 키몬다사가 파산했고, 6위 기업인 대만의 파워칩도 정부에 구제금융을 신청했습니다. 한국 기업으로선 좋은 기회가 되는 것이지요. 또 삼성 휴대폰의 경우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 22%로 1위로 도약했습니다. LG전자는 휴대폰시장 점유율 세계 3위로 도약했고요. 디스플레이도 시장 점유율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우리 경제가 올해 중반쯤 바닥을 치고 상승국면으로 들어서고, 올해 말쯤에는 숨통이 트여 서광이 비치기 시작할 것으로 봅니다.”

    “올해 말쯤 숨통 트일 것”

    ▼ 그러나 일부 기업의 약진만으로 올해 말 경제회복이 가능하다는 데 동의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사실 현재 경기가 나쁜 것에는 심리적으로 패닉(panic·공황) 상태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봅니다. 저는 올해 중반까지가 정말 어려운 국면이라고 생각합니다. 1월 실적도 아주 좋지 않았습니다. 올해 중반까지는 실업문제도 더 악화될 가능성이 아주 큽니다. 그러나 현재 전세계적으로 경기부양책을 쓰고 있고, 그런 부양책들이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하면 점차 나아지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우려하는 것은 실물경제가 나빠지면서 2차 금융위기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금융기관들이 부실해지면, 그게 다시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끼쳐 회복 기간이 오래 걸릴 위험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준비를 철저히 해서 2차 금융위기가 오지 않도록 해야 하고, 설령 온다 해도 가벼운 충격에 그치도록 해야겠죠.”

    ▼ 10년 전 외환위기 직후에는 V자형 회복세를 기록했지만, 지금은 그런 성장이 가능하지 않다는 주장이 많습니다. 한국은 수출 의존도가 70%에 달하는데, 세계 경제상황을 보면 수출이 빠르게 호전될 상황은 아닙니다. 따라서 수출의존형 산업의 큰 틀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닌가요.

    “기본적으로 산업정책의 큰 틀은 △부품·소재 산업육성 등을 통해 수출 중심에서 수출과 내수의 선순환 구조 정착 △제조업 중심에서 제조업과 지식서비스산업의 동반성장 △요소 투입형에서 지식과 혁신주도형 경제로의 전환 등으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분명히 지속적인 성장과 고용창출, 경제의 변동성 완화 등을 위해서는 내수 비중을 점차 확대할 필요가 있지만, 그렇다고 수출 중심의 산업구조를 단시간에 바꿀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현재 상태에서 더 중요한 것은 경쟁기업의 도태, 기업의 자율적인 구조조정 그리고 가격경쟁력 등 기회요인을 살려 수출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며 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제회복의 관건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의지와 능력에 달려 있습니다. 지금의 경제위기의 승자는 ‘강한 자가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되리라고 봅니다.”

    실물경제 회생 중책 맡은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이윤호 장관(왼쪽에서 세 번째)이 1월15일 제2차 실물경제지원기관협의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내수(內需)는 원래 느린 놈’

    ▼ 위기 이후에도 수출증가가 이전 같지 않을 경우 내수 증진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이를 위해 서비스산업 등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서비스산업은 고용의 67%, GDP의 58%를 차지하는 등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다만 선진국에 비해 부가가치가 낮은 생계형 서비스업과 자영업 비중이 높고 지식집약적 분야에서도 생산성이 낮은 것은 문제입니다. 서비스산업 전체의 생산성이 미국의 40%, 일본의 53% 수준이며, 제조업에 비해서도 약 50%에 불과합니다.

    정부도 취약한 서비스산업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세 차례‘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을 마련해 발표했습니다. 교육, 의료, 통신 분야 등에서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는 등 고부가가치 지식서비스산업을 육성해나가겠습니다. 지식경제부는 소프트웨어, 디자인, 엔지니어링, 컨설팅 등 제조업, 전통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직결된 사업서비스업의 육성을 중점 추진하고 있습니다.

    서비스 연구개발 투자 확대를 통해 서비스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지식서비스 바우처, 공공기관의 아웃소싱 확대 등을 통해 서비스시장을 키우고, 지식서비스의 수출산업화 지원 등을 추진해나갈 계획입니다.”

    ▼ 언제쯤 내수 쪽이 커질 수 있을까요.

    “수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수출 여건이 좋을 때는 아주 탄력을 받고 수출여건이 나빠지면 경제가 더 나빠지는 그런 악영향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물론 내수가 더 진작돼서 수출과 밸런스를 맞춰주면 아주 좋지요. 수출이 나쁠 때는 내수 쪽에서 좀 받쳐주고 내수가 나쁠 때는 수출이 받쳐주는 그런 산업구조는 단기간에 이뤄지는 게 아닙니다. 내수는 원래 몸뚱이가 크기 때문에 발도 크고 무거워요. 잘 못 움직이죠.”

    산업·재무 측면에서 옥석 구분

    ▼ 2월 현재 구조조정이 더딘 것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이 있습니다. 수술에 대한 결정을 늦추다 시기를 놓치면 환부만 더 키워서 화를 부르게 된다는 겁니다.

    “기업에 대한 옥석 구별은 잘해야 됩니다. 위기 상황이 오면 초기에 ‘어려워 죽겠습니다’ 하고 소리치는 것은 한계기업들입니다. 어려울수록 먼저 비명을 지른다는 겁니다. 그런 기업을 처음부터 다 끌어안고 갈 수는 없지 않겠어요? 우리가 갖고 있는 자원은 한계가 있는데 그것을 처음부터 다 집어넣기 시작하면 정말 건강한 기업이 버티다가 어려워질 때 이들을 지원할 돈이 없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옥석을 구분해내는 일은 상당히 중요하고 신중해야 합니다.”

    ▼ 기업의 옥석을 가리는 기준은 무엇인지요.

    “기업 구조조정은 두 가지 측면을 놓고 봐야 합니다. 첫째는 산업적인 측면입니다. 관련 분야의 시장 상황이 어떻고 그 회사가 갖는 기업 위치는 어떠한지 등을 봐야 합니다. 둘째는 재무적 측면을 보지 않을 수 없지요. 기업이 얼마나 건전하고, 이익을 얼마나 내느냐는 부분 말입니다. 이런 측면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서 옥석을 가려야 합니다. 재무적인 측면은 금융기관이 맡고 있고, 지경부는 산업적인 측면을 주로 평가합니다. 예컨대 자동차 산업이나 반도체 산업을 어떻게 끌고 가는 것이 좋은지 등에 대한 자료를 만들어서 판단의 기준을 세웁니다.”

    ▼ 세부적인 산업별 구조조정 방안이나 전략이 마련돼 있습니까?

    “저희들이 끊임없이 업데이트하면서 만들고 있습니다.”

    ▼ 현재까지 업데이트된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밝힐 수 있는지요.

    “개별 기업에 대한 정보는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공개할 수 없습니다. 다만 산업별로는 확정된 원칙을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예컨대 전후방 연관효과가 큰 자동차 산업의 경우 구매 인센티브 강화, 할부금융 정상화 등을 통해 내수시장 진작을 추진하고, 생산유연성 제고, 노사선진화 분위기 조성 등 노사관계의 패러다임 전환을 추진하겠습니다. 또 협력기업에 유동성 공급기반을 확충하기 위해 협력보증펀드를 조성하고, 위기극복 이후 경쟁력 확보 지원을 위해 정부의 R&D 사업에서 자동차 부문의 지원을 확대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조선업의 경우 이미 중소 조선업체 총 20개 중 3개 기업(진세, 녹봉, 대한)에 대해 워크아웃을, C&중공업에 대해선 퇴출을 결정했습니다. 중소 조선업체에서 위기가 가시화할 경우 조선산업 전반의 부실화를 막기 위해 일시적 경영위기에 대해서는 정책지원을 강화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신생 조선업체들 가운데 어려운 곳이 몇 있습니다. 희망이 보이는 업체는 우리가 살려갈 수 있을 것이고, 도저히 희망이 없어 보이는 업체의 경우 그쪽 수주물량을 다른 데 넘겨주거나, 확보해놓은 조선소 부지를 다른 업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지 등을 조정할 계획입니다.”

    ‘GM대우 뼈 깎는 자구 노력 선행돼야’

    ▼ 최근에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GM대우가 정부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정부의 입장은 무엇인지요.

    “GM대우도 어렵지만 현대기아자동차도 내수가 30~40% 격감하고 수출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는 자동차산업 전체를 봐야 합니다. 다만 GM대우의 경우 수출이나 내수가 좋지 않아 앞으로 점점 더한 어려움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먼저 미국의 GM본부에서 GM대우에 대한 ‘커미트먼트’(commitment·이행 약속)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재정지원이 아니라 ‘GM대우가 세계전략 내에서 아주 중요하고 버릴 수 없는 회사’라고 하는 그런 약속 말입니다. 그리고 뼈를 깎는 자구노력 같은 것을 기반으로 해서 GM대우가 무너지지 않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봅니다.”

    실물경제 회생 중책 맡은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이명박 대통령이 2월4일 과천 정부청사에서 열린 현장비상경제대책회의에 참석해 워크아웃기업 대책 등을 점검하고 있다.

    ▼ GM본부의 재정지원은 기대하지 않고 있는 건가요.

    “GM본부에서 GM대우로 돈이 오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미국 정부가 자동차 회사들에 지원하기로 한 구제금융도 미국 내에서만 지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 세계 각국에 나가 있는 GM 자회사들이 전부 주재국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요. 그래서 예컨대 소형차 위주로 생산하고 있는 GM대우가 GM 본사의 세계전략상 절대 버릴 수 없는 자회사라는 언질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 1월20일 금융감독 당국과 은행연합회가 건설업계와 조선업계를 대상으로 한 1차 구조조정안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미진하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장관께서는 이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갖고 계신지요.

    “실물경제 쪽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으므로 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필요합니다. 지난번 정도의 강도로는 제대로 구조조정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보다는 더 과감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기가 갑자기 좋아진다면 가볍게 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선 경제가 어려워질 확률이 더 높은 상황입니다. 조선업계나 건설업계가 그 정도의 구조조정으로 이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하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가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실물위기 전방위적

    ▼ 조선이나 건설업계 외의 분야에도 해당되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지금 실물경제의 위기가 거의 전방위적으로 오고 있거든요. 어느 한 부분도 무풍지대는 없습니다. 그 말은 기업차원에서의 구조조정도 필요하고 산업차원에서의 구조조정도 필요한 그런 국면에 지금 우리 경제가 와 있다는 뜻입니다.”

    ▼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 등은 “정부 주도의 선제적 구조조정을 위해 법적, 재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구조조정이 부실해지면서 금융당국의 개입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요. 어느 정도 개입이 이뤄질 수 있는지요? 정부의 기본 노선이 신자유주의입니다. 구조조정에 있어서 정부의 역할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기업 구조조정은 채권금융 기관이 주도하되 부실기업은 신속히 처리하고, 회생 가능한 기업은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원칙하에 추진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추진상황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구조조정을 통해 우리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한 차원 더 상승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책적, 제도적 뒷받침을 강화해나갈 계획입니다.”

    정부는 회생기업에 대해서는 기술개발, 인력, M&A, 유동성, 해외 마케팅 등을 지원하고, 퇴출기업에 대해서는 자산매각, 인력 재배치 및 재훈련, 지역경제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2월10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기업 구조조정 추진 방향에 따르면 채권단 중심의 구조조정은 원칙적으로 기업구조조정촉진법 등에 따라 채권단인 채권금융기관협의회를 중심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별기업 차원의 구조조정을 보완하기 위해 산업정책과 연계된 거시적·전략적 구조조정도 병행할 예정이다.

    ▼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가 SOC(사회 간접자본) 사업 등 건설업 활성화를 부르짖고 있는데, 이는 단기적 처방이고 지속적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어떤 전략이 있을 수 있는지요?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4대강 살리기’를 포함한 녹색뉴딜 등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내수기반을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러한 SOC투자는 경제가 어려울 때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일 뿐만 아니라, 위기 후에는 실물인프라로서 기능을 갖게 되므로 이를 단기적인 처방으로만 치부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특히, 4대강 살리기는 단순한 토목공사가 아니라 ‘IT가 함께 흐르고 녹색성장이라는 희망의 물결을 담는 강’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입니다. 또 정부는 지금으로부터 5년 후, 10년 후 우리 경제의 먹을거리라고 할 수 있는 신성장동력산업을 육성할 계획입니다. ‘녹색 뉴딜’과 관련해서 IT사업을 포함해 3월 중 ‘IT/SW뉴딜 종합계획’을 수립해 IT분야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IT산업의 미래 성장기반을 강화하겠습니다.”

    1월 취업자 전년 대비 10만3000명 줄어

    ▼ 새 미래 성장 잠재력 확보를 위한 신성장동력의 내용은 무엇이고, 그것이 왜 중요한지요?

    “신성장동력 산업은 3대 분야 17개 산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정부에서 5년간 약 7조, 민간에서 약 90조원의 투자가 이뤄질 전망입니다. 우선 녹색기술 분야는 신재생에너지, 탄소저감에너지 등 에너지 절감을 통해 기후변화·자원위기에 선제적 대응이 가능하고 그 자체로도 미래 성장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첨단융합산업 분야는 방송통신융합산업, 로봇 응용, 신소재·나노 융합 등 세계 시장 규모가 크고 우리나라 기술 역량(IT분야)이 높으며, 융합을 통해 기존 산업 고도화와 신산업 창출이 가능한 성장동력 분야입니다. 고부가 서비스산업 분야는 일자리 창출 잠재력이 크고, 제조업과의 동반성장을 통해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글로벌 헬스케어, 탄소펀드 등 녹색금융, 콘텐츠·소프트웨어, 관광 등입니다.

    현재 우리나라가 자동차, 조선, 반도체 등의 분야에서 기술선진국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은 과거, 어려웠던 시절에도 꾸준히 투자한 덕분입니다. 신성장동력 육성은 현재의 위기 극복과 미래 준비라는 차원에서 가장 근본적인 대응이며, 이를 통해 한국 경제가 위기 극복 이후 한 단계 재도약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실물경제 회생 중책 맡은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이윤호 장관은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독서를 즐긴다.

    ▼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서민들이 일자리 걱정을 많이 하고 있는데 지식경제부의 일자리 창출 추진내용, 특히 일자리 지키기 모델은 무엇인지요?

    “1월 취업자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만3000명이나 줄었습니다. 2003년 9월 18만9000명이 줄어든 이후 5년4개월 만에 최소치를 기록했습니다. 앞으로도 경기 위축에 따라 고용 여건이 더욱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정부는 ‘일자리 창출 및 지키기’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지경부는 올해 고학력 청년층의 수요에 부응할 수 있도록 3만여 개의 질 높은 일자리를 지식서비스(7200개), 미래첨단(6200개), 에너지(1만7000개) 등의 분야에서 만들 계획입니다.”

    ▼ 지경부가 일자리 나누기를 장려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일자리 나누기는 어려울 때 같이 손잡고 고통을 분담해서 함께 가자는 의미가 있지만 저는 더 크게 봐서 우리나라의 국가 이미지를 결정할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봐요. 요즘 미국 일본의 대기업들이 감원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는 대기업 가운데에서 감원을 선언한 기업이 하나도 없어요. 그 이야기는 우리가 금년 말까지만이라도 일자리를 나누면서 잘해서 경제가 턴어라운드(방향선회)하게 되면 이것은 우리 국가 이미지에 굉장한 도움이 될 겁니다. 금모으기 운동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봅니다. 그렇게 되면 국민이 기업을 보는 시각도 크게 바뀔 것 같습니다. 기업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또 기업에 고마움을 갖게 될 겁니다. 그렇게 해서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하면 다른 외국의 어떤 기업들보다 훨씬 강한 포지션에 설 수 있으리라고 봐요. 어쨌든 이런 움직임에 동참하는 기업에는 세제 혜택을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린홈 200만호 공급’

    ▼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국가에너지전략과 그린에너지산업 발전전략의 구체적 내용은 무엇인지요?

    “에너지효율을 개선하고, 석유의존도를 43.4%에서 33%로 낮추며, 2.4%에 그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을 11%로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또 현재 4.2%인 해외 자주개발률을 40%대로 높이겠습니다. 태양광, 풍력, 수소연료전지 등 9대 분야를 전략적으로 선정하고, 기술개발에 5년간 총 3조원(정부 1.7조원, 민간 1.3조원)을 투입해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겠습니다. 또 발전회사에 대한 신재생 공급 의무화(RPS) 및 그린홈 200만호 공급, 공공기관의 LED 조명 확대 등을 통해 그린에너지에 대한 수요를 창출하겠습니다.”

    ▼ 자동차 등 주력산업별로 녹색변환(Green Transformation)을 추진하고 있는데, 구체적 전략은 무엇인지요.

    “한마디로 산업을 친환경적 차원으로 바꾼다는 의미인데요. 자동차 조선 기계산업은 운행시 에너지효율과 이산화탄소 저감, 하이브리드형 동력 개발, 연료전지, 신재생에너지 플랜트 등이 중요 과제입니다. 반도체와 가전산업은 태양광전지 등 그린에너지산업으로 사업분야를 다각화할 계획입니다. 철강 석유화학 등 소재산업은 이산화탄소 및 오염물질 저감 등뿐 아니라 친환경 고효율 소재를 공급하는 신사업 영역을 만들어가도록 육성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R&D 예산지원 확대, 녹색 표준(Green Standard) 정비, 녹색경영 활성화 및 녹색산업에 대한 체계적 수출지원 등을 추진하겠습니다.”

    ▼ 그러니까 환경이나 녹색성장 등이 굉장히 중요한 개념으로 등장했는데 아직도 환경이라고 하면 돈과는 무관하다고 보는 기업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 환경을 어떻게 경제 현실 속으로 가져오느냐는 문제가 아주 중요할 것 같습니다.

    “녹색성장은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이산화탄소 감축이라는 세계적인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녹색성장이 꼭 필요합니다. 이산화탄소를 절감하고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것과 관련한 기술이 꼭 필요해요. 태양광이나 풍력, 조력 같은 대체에너지 분야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우위를 갖고 있으면 그 분야가 전부 성장동력화됩니다. CO2 절감이나 태양광 기술 개발 등에 관심 있는 기업이 제법 있지만, 아직도 많은 기업이 에너지를 절약하거나, CO2 배출을 줄이는 것을 절박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이 좀 드라이브를 걸려고 합니다. 일본처럼 기업 스스로 CO2 배출을 줄이고, 에너지를 절약하면 세제 지원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배출권을 주고 그것을 거래할 수 있게 하려고 합니다. 건물인증제를 만들어 에너지 효율적인 건물이 더 비싸게 팔릴 수 있게 하고, 에너지등급제 같은 것도 시행하고 있습니다.”

    5년간 100조원 지역 투입

    ▼ 일반 국민도 에너지를 절약하고, CO2 배출을 줄일 수 있도록 정부가 전략을 짜는 것도 중요하지 않나요.

    “이 부분에서 제가 딜레마에 빠집니다. 국민이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가격시스템을 활용해서 시그널을 주는 게 더 중요합니다. 독일의 경우에는 에너지 가격이 굉장히 높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정도로 올리면 국민이 너무 비싸다고 야단을 많이 치세요. 요즘 경제가 너무 어려우니까 에너지 가격을 많이 올릴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그러나 경기가 좀 좋아지면 에너지 가격을 좀 더 높은 수준으로 끌고 가는 것이 에너지절약에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석유도 나지 않는 나라 아닙니까.”

    ▼ 지역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요?

    “모두가 어렵지만, 지역은 특히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정부는 앞으로 5년간 총 100조원을 지역에 투입하는 지역발전종합대책을 마련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광역경제권별 30개 대형SOC사업의 추진,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 등을 통해 지방의 고용 창출과 지역의 신성장동력 창출을 적극 지원할 계획입니다.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주무부처로서 지역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역 산업역량 확충과 지방의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광역경제권별로 글로벌 대표산업을 육성해 2009년까지 9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입니다. 또 지방 이전 기업에 대한 보조금을 지난해 435억원에서 올해 870억원으로 두 배 늘리고 입지 보조금도 70%까지 지원합니다. 이런 변화에 맞춰 국가균형발전특별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 에너지 안보를 위한 에너지·자원 자주개발을 위한 구체적 전략은 무엇인지요?

    “최근의 유가 하락 및 글로벌 금융위기로 유망 광구(鑛區)의 자산가치가 60% 이상 하락했습니다. 하루에 25만배럴을 생산할 수 있는 북미 A사(社)의 시가총액은 223억달러에서 지난해 12월 79억달러로 하락했습니다. 캐나다 B유연탄광도 인수가격이 10억달러에서 3억달러로 떨어졌습니다. 따라서 지금은 유망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따라서 정부는 이런 호기(好機)를 활용하기 위해 기존의 중소형 탐사광구 확보 위주의 전략에서 벗어나 M&A 및 유망 생산광구 인수 등 대형 프로젝트 확보를 적극 추진할 계획입니다. 민간기업에 대해 성공불융자(투자 리스크가 큰 사업을 지원하고 실패시에도 원리금을 대폭 삭감해주는 제도) 지원, 공기업이 먼저 투자해 자원개발펀드를 조성하는 등 투자재원을 확충해나갈 계획입니다.”

    지난해 정부와 기업의 해외유전개발 투자가 50% 이상 급증해 40억8000만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57.6% 늘어난 수치다. 이 같은 투자로 석유,가스 자주개발률도 5.7%로 상승했다. 특히 정부가 리스크가 큰 탐사사업에 대해 성공불융자 자금 지원을 확대한 것이 기업들의 투자에 힘을 더한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는 올해에는 유가 하락을 기회로 삼아 국내 기업들이 개발과 매입에 적극 나설 것으로 기대돼 자주개발률 목표인 7.4%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해외 유전개발 투자 급증

    ▼ 경제난 극복과 국가성장을 위한 외국인 투자유치 전략은 무엇인지요?

    “대외 여건이 좋지 않지만 원화환율 상승, 자본시장통합법 발효, 법인세 인하, 수도권 규제완화 등 투자환경이 좋아지면서 기회요인도 상존하고 있다고 봅니다. 정부는 우선 녹색성장산업 등에서 선진기술을 확보한 기업을 중점 유치대상으로 선정해 유치를 추진해나가겠습니다. 2월엔 다국적 기업·녹색성장산업·지역개발 등에 45건(총 77억달러)을 선정했습니다. 선진국·이슬람·화교자본 등 유치대상 특성을 고려해 투자 상품을 발굴하는 등 IR(Investor relations·투자관계 설명회)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4월엔 하노버 박람회와 연계한 국가 IR, 5월엔 일본 부품소재 투자유치 로드쇼와 중동·화교자본 대상 IR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 중소기업들이 유동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정부의 지원대책은 무엇인지요?

    “보증지원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심사기준을 완화해서 신용보증기금 등의 신규 보증을 25조2000억원대(지난해 13조5000억원)로 높일 계획입니다. 수출기업에 대한 수출보험·보증지원도 170조원대로 전년 대비 40조 이상 늘려 수출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민간 금융기관 활용이 어려운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정책자금(융자)을 전년도 3조2000억원에서 4조3000억원으로 늘렸고, 이 중 직접대출 비중을 40%까지 늘려 조기 집행하고 있습니다.”

    ▼ 은행의 중소기업 지원 방식에서 담보보다 프로젝트를 기준으로 대출을 지원하는 방식이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은행의 담보대출 비중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으나, 아직도 담보대출 위주의 관행이 남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은행의 담보대출 비중은 지난해 46.8% 정도였습니다. 점차 개선돼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정책자금의 경우 민간금융기관에 비해 담보인정비율이 높고, 담보가 없는 경우에도 직접 대출 및 신용을 통한 자금지원이 가능합니다. 기술성과 사업성이 있을 경우 비(非)재무평가의 비중을 높이고 있습니다.”

    책상 위의 ‘내 몸 사용 설명서’

    ▼ 장관께서 공격적이고 희망적인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그런 바람처럼 우리 경제가 빨리 회복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올해 12월에는 좀 숨통이 트이고 서광이 좀 비친다는 느낌을 국민한테 꼭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우리 직원들도 그렇게 열심히 도와주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윤호 장관 책상에는 ‘새로운 부의 탄생’(모하메드 엘 에리언 지음),‘서브프라임 위기’(브루스 헨더슨 지음),‘2009 이코노미스트 세계 대전망’(영국 더 이코노미스트 지음) 등이 나란히 포개져 있었다. 이 장관은 요즘 무엇보다 OECD 김중수 대사가 보내준 ‘녹색성장에 대한 OECD의 논의 동향 및 시사점’이라는 문건을 관심 있게 읽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의 책상 한켠에는 조금 다른 장르의 책도 놓여 있었다. 건강서인 ‘내 몸 사용 설명서’(마이클 로이젠 지음). 이 책은 할 일이 많은 만큼 자기 관리에도 철저해야 하는 장관의 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저는 오랫동안 새벽 운동을 해왔는데, 장관직을 맡은 뒤로는 제대로 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안 차관의 사고가 있은 다음에는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오전 4시45분쯤 일어나서 한 시간쯤 운동을 합니다. 물론 매일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지만 운동을 하고 나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훨씬 가뿐하고 좋습니다. 게으름을 피우면 하루 종일 몸이 무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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