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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배순훈 신임 국립현대미술관장

“탱크주의로 세계적인 미술관 만들겠다”

  • 구가인│동아일보 신동아팀 기자 comedy9@donga.com│

배순훈 신임 국립현대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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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미술관장직은 미래세대에 대한 봉사”
  • ● 기무사 터, 관람객 500만 이상 세계적 규모 미술관으로
  • ● 대우 그리고 김우중 회장
  • ● 위기는 기회, 한(恨)의 문화를 신명의 문화로 바꿔야
배순훈 신임 국립현대미술관장
유인촌 :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배순훈 : 반갑습니다. 요즘은 유인촌 씨 덕분에 대우전자가 잘나갑니다.

유인촌 : 아 제품이 이렇게 좋으니까 그렇죠. 그런데 금년에 탱크주의를 발표하셨던데 아주 강한 느낌이 들던데요.

배순훈 : 네 탱크주의는 2000년까지 쓸 수 있는 튼튼하고 편리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죠.(중략) ‘1992년 대우전자 CF 탱크주의 ‘배순훈’ 편’

6·25 이후 반세기가 흘렀건만 튼튼함의 상징으로 ‘탱크’가 먼저 떠오르는 건 옛 대우전자의 ‘탱크주의’ CF 효과도 적지 않다. 1990년대 초 가위 ‘탱크’ 신드롬을 일으킨 대우전자 광고는 전자업계 만년 3위였던 대우전자를 1위로 끌어올린 발판이자 대중에게 ‘배순훈’이라는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MIT 박사 출신, 사근사근한 말투에 인상도 좋은 전문경영인은 당시 여느 CF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그 후 많은 기업체의 ‘사장님’들이 광고에 출연하기 시작했지만 아직까지 그만한 효과를 거둔 이는 없다.

스타 CEO, 장관에서 미술관장으로

외환위기 직후 탱크사장은 탱크장관으로 변신한다. 그는 김대중 정부 초대 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초고속통신망 확산과 우체국 혁신 등에 기여했지만 당시 정부가 추진하던 대우와 삼성의 ‘빅딜’ 비판 발언이 화근이 돼 취임 10개월 만에 중도하차했다. 또 노무현 정부 시절엔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 위원장, 한국과학기술원(KAIST) 부총장을 지냈다.

2월23일 취임한 배순훈(66) 국립현대미술관장(이하 미술관장). 배 관장의 취임이 세간의 화제가 된 데에는 그의 화려한 이력이 한몫했다. 장관 출신이 중앙부처 실장급(2급) 별정직에 응모한 것도 낯선 ‘사건’이려니와 비(非)미술계 출신 기업경영인이 미술관장에 임명된 것도 처음이다.

그는 예술가 가족을 둔(부인 신수희씨는 화가이며 차남 배정완씨는 설치미술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예술애호가로 알려져 있다. “해보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하며 나라를 위해 마지막으로 봉사하고 싶다”고 미술관장 지원 이유를 밝힌 배순훈 관장은 흔쾌히 인터뷰에 응했다.

봄볕이 좋은 3월9일, 1969년 지어져 올해로 40년이 된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그를 만났다. 자그마한 체구에 학자풍 외모의 배순훈 관장의 첫인상은 ‘탱크’라는 별명과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았다. 검정색 상하의에 남색 빛이 감도는 짧은 헤어스타일은 과하지 않으면서도 멋스럽다.

“미술관장은 미래세대를 위한 봉사”

▼ 장관 출신이 실장급 미술관장에 지원했다는 사실부터 화제입니다.

“글쎄요, 과거에는 관료체제가 위계적이었지만 민주화되면서 능력별 인사로 바뀌었습니다. 장관은 높고 하위직급인 산하단체장은 낮은 게 아니라 맡은 업무가 다른 거죠. 예컨대 장관은 다양한 분야의 업무를 넓게 담당하고, 미술관장은 나름의 역할이 있죠.”

▼ 미술관장에 지원하신 이유는 뭔가요?

“저는 우리나라가 2030년이면 1인당 국민소득이 6만달러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때 사회구성원들이 문화적 안목 없이 배만 부른 상태라면 그건 재앙이에요. 그럴 거면 발전 안하는 게 나아요. 그러니까 이렇게 문화를 발전시키는 게 굉장히 급한 일이라고 생각한 거죠. 마침 현대미술관 관장 공모가 있어서 지원했지만 만약 음악분야에 자리가 있었다면 거기에도 응모했을지 몰라요(웃음). 업무를 잘 몰랐을 땐 막연히 좋은 그림과 함께 지내면서 미술관을 운영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드림 잡(dream job)이라고 해요, 제 친구들은. 그런데 관장이 되고 보니까 국립현대미술관이 참 중요한 국가기관이고 그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할 일이 굉장히 많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것 때문에 요즘 압박을 많이 받아요. 정신적으로.”

▼ 미술계 시각은 기대 반, 우려 반인 것 같습니다. 전문경영인 출신 관장이 침체된 미술관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는 바람도 있지만 비전문가라는 점을 우려하던데요.

“제가 정보통신부 장관을 했잖아요? 그때 광대역망이 확산되기 시작해서 지금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1등이에요. 그런데 저는 기계기술자지 통신기술자가 아니에요. 정보통신 전문가가 아닌데도 장관을 맡아 국가 경영의 개념에서 (맡은 분야의) 목표를 기대 이상으로 달성했습니다. 미술관 운영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미술관을 경영 측면에서 보면 미술 작품을 담아낼 그릇을 만드는 것과 전시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 관장의 임무인데, 냉정히 보면 이런 일은 작가나 평론가 출신의 미술전문가보다는 경영자 출신이 더 잘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 이유로 저를 임명하셨을 거고요.”

그는 비미술계 출신 경영인에게 보내는 미심쩍은 시선이 서운한 듯했다. 1992년 탱크주의 CF에서 처음 만나 인연을 유지해왔다는 유인촌 장관과의 친분이 화제가 되고 ‘코드인사’라는 평이 오간 것에 대해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때도 관직에 있었다”면서 “그럼 민주당이랑 코드가 맞는 거냐”며 쓴웃음을 지었다.

“코드인사는 아닙니다. 누구랑 친해서 된 것도 아니고요. 자꾸 코드인사 얘기가 나오는 건 그동안 중요한 자리에 널리 믿음을 주는 사람이 눈에 띄지 않았기 때문일 텐데, 자화자찬 같지만 그런 점에서 저는 최소한 많은 분이 아는 사람 아닌가요? 믿고 성원해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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