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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배순훈 신임 국립현대미술관장

“탱크주의로 세계적인 미술관 만들겠다”

  • 구가인│동아일보 신동아팀 기자 comedy9@donga.com│

배순훈 신임 국립현대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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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순훈 신임 국립현대미술관장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에 CEO 출신 인사가 임명된 것은 배순훈 관장이 최초다.

서울관, 500만 관람객 목표

올해 초 정부는 2012년 준공을 목표로 서울 삼청동 주변 옛 국군기무사령부(이하 기무사) 자리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건립하겠다고 발표했다. 기무사 터에 미술관을 세우는 것은 미술계의 오랜 숙원 사업이다. 고 조병화 시인, 김홍남 전 중앙박물관장, 이두식 홍익대 교수 등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기무사 터 서울관 조성과 관련해 처음 청원을 낸 것이 1996년이니 20여 년 만에 바람이 이뤄진 셈이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서울관 건립사업은 향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추진할 예정이다.

▼ 서울관 건립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아직까진 정식으로 업무를 인계받은 게 아니라 뭐라 말씀드리긴 어렵습니다만, 어느 정도 생각한 것은 있습니다. 세계 최대 미술관인 루브르 박물관 관람객이 1년에 1300만명 정도인데, 우리도 세계적인 미술관을 세운다고 하면 관람객이 한 500만명 들어와야 하지 않을까요. 최근 세계적인 미술관 중에는 새로 건축한 게 많아요. 뉴욕의 현대미술관이 그렇고, 도쿄의 신국립현대미술관, 런던 테이트모던, 그보다 좀 더 앞서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이 있습니다. 또 현재 잘츠부르크의 철광소를 미술관으로 바꾸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앞서 다섯 개의 미술관과 구별할 수 있는 우리만의 미술관으로 지었으면 좋겠어요. 또 그렇게 지은 미술관 안에 풍부한 콘텐츠를 담을 수 있도록 전문적인 큐레이터 양성도 필요합니다. 훌륭한 큐레이터를 양성하는 것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주도적으로 하고 싶은 사업입니다.”

지난해 과천 현대미술관의 관람객수는 57만명인데 500만 관광객은 조금 넘치는 듯싶었다. “연간 관람객 목표가 500만명이냐”고 되묻자, 그는 “그래야 세계적 미술관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구겐하임 미술관이 있는 스페인 빌바오는 낙후된 지역이었고, 테이트모던을 지은 곳도 옛날 화력발전소 길로 좋은 장소가 아닌데 가능했잖아요. 우리는 도심지역인데다 위치도 좋으니까 가능하리라 봅니다. 단, 교통문제는 해결해야죠. 서울시와 협의해서 광대역 플랜을 짜야 합니다. 되도록이면 녹색 접근을 해서, 녹색성장의 중요한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무조건 자동차 말고 자전거 타자고 강요하는 게 아니라 문화생활을 하기 위해 자전거를 타자는 모토는 참 좋잖아요?”

그는 “미술관을 세계화하는 데 연간 500억~600억원이 필요하다”면서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미술문화 교육 사업을 벌여 후원금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외자유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외자유치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국립미술관이기 때문에 차관은 가능해도 투자를 받는 건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다”고 답했다.

전문 큐레이터 대거 양성 계획

▼ 여러 가지 대형 전시를 열 예정이라고 들었습니다.

“올해 전시는 지난해 다 결정했습니다. 저희는 지금부터 연구를 잘해서 2010년에 많은 분이 현대미술관이 달라졌다고 느낄 만한 전시를 하고 싶습니다. 몇 년 전 광주비엔날레에서 5·18민주화운동을 테마로 한 적이 있죠. 국내외에서 상당히 칭찬을 받았어요. 우리의 아픈 역사를 어떻게 예술로 승화시키는지를 보여준 예죠. 사실 한국엔 세계적인 사건이라고 할 만한 많은 일이 있었는데도 관심을 못 받았는데 앞으로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우리만의 내재된 역사와 문화를 예술로 승화하는 전시를 열 생각입니다. 그런 건 외국인 큐레이터가 할 수 없는 거니까요.”

▼ 앞서 큐레이터 양성 계획을 말씀하셨는데 따로 양성기관을 만들겠다는 말씀인가요.

“기관을 만드는 게 좋은지는 연구해봐야겠어요. 전문적인 큐레이터를 양성하려면 학교 교육뿐 아니라 세계적인 네트워크도 갖춰야 합니다. 학교 교육은 몇몇 대학이 잘하고 있으니 그 대학을 활용하고 세계적인 네트워킹은 유명 미술관과 연결해서 작업해야 할 것 같습니다. 큐레이터들은 문화를 이해하는 능력이 깊고, 특히 인문학에 대한 조예가 깊어야 하는데 인문학의 학구적인 활동에 참여하면서 시각을 넓혀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 미술계만 끼리끼리 해서는 안 됩니다. 다른 얘기지만 물리학이 그래요. 상대성이론이 나온 후 이론물리학 실험물리학 등으로 갈라진 후 물리학 내부에서도 커뮤니케이션이 안 됐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다시 통섭이라고 해서 물리, 경제, 인문학 등이 다 모여서 같이 연구합니다. 미술 역시 인상주의 입체파 등 각 장르 미술이 분산되다가 설치미술에서 볼 수 있듯 다시 뭉치고 있습니다. 음악, 비디오, 퍼포밍 아트까지 함께 들어가 예술의 통합이 이뤄지는 거죠. 모든 게 변화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미술관, 큐레이터의 역할도 거기에 맞춰야 한다고 봅니다.”

인터뷰 내내 ‘세상의 변화에 따른 미술관의 변화’를 여러 번 강조한 배순훈 관장은 개인적으로도 많은 변화를 겪은 사람이다. 공학자, 기업 CEO, 장관, 경영학자 등 다양한 분야에 몸담았던 그이지만 가장 긴 시간을 보낸 곳은 대우그룹이다. 그에게 대우는 어떤 의미일까.

“20년을 몸담았으니 제 인생에서 굉장히 중요한 곳이죠. 기업을 했지만 당시 기업은 권위주의 정권이랑 연결돼서 개인의 이익보단 국가를 위해서 존재하는 곳이었어요. 김우중 회장과도 서로 믿음을 갖고 정말 나라를 위한 일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일했어요. 정통부 장관 때도 대통령 아래에서 일을 했지만 그러한 관계와 김우중 회장과 제 관계는 굉장히 달라요. 김우중 회장과 저는 호텔에 한 방에 들고…. 대우조선에서 중공업, 자동차 등에서 김우중 회장의 분신으로서 일했던 시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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