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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미대 실기고사 폐지한 권명광 홍익대 총장

“‘디자인적 발상’에서 나온 실기 폐지, 미래세대 위해 고민 끝 결단”

  • 구가인│기자 comedy9@donga.com│

미대 실기고사 폐지한 권명광 홍익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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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천편일률적 실기고사 창의적 인재 선발 불가”
  • ● 긍정 60%, 부정 30%, 사교육계 제자들로부터 원망도
  • ● 도안사에서 디자이너로, 디자이너 1세대
  • ● 국내 최초 디자이너 출신 총장
미대 실기고사 폐지한 권명광 홍익대 총장

● 1941년 서울 출생
● 홍익대, 동 대학원 졸업 (도안과 시각디자인), 상명대학교 명예철학박사● 홍익대 시각디자인과 교수, 수석부총장, 現 홍익대학교 15대 총장
● 한국디자인법인단체총연합회 회장, 광고학회 회장 등 역임
● 대한민국산업디자인전람회 대통령상(1968), 서울올림픽 기장(1988), 황조근정훈장(2001)
● 저서 : ‘근대디자인사’‘바우하우스’ 등

서울 홍익대 정문에서 산울림소극장 쪽으로 뻗은 ‘와우산길’은 본 지명보다 ‘미술학원 거리’로 더 잘 알려져 있다. 1980년대 중반부터 형성된 이 거리에는 90여 개의 미술학원이 밀집돼 있다. 미대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주 3~5회, 매일 4시간씩 이들 학원에서 실기수업을 한다. 학원수업이 끝나는 밤 10~11시가 되면 이 거리는 ‘홍대입시특구 고양·일산 19호’ ‘강남 81호’식의 수도권 일대 행선지 푯말이 붙은 15인승 귀가 버스로 가득 찬다. 학원비는 한 달에 50만~70만원선. 방학특강은 500만원이 넘을 때도 있지만, 입시철이나 방학 중에는 강원도부터 제주도까지 전국 각지에서 학생들이 모여들여 주변 고시원이나 원룸은 웃돈을 얹어야 구할 수 있을 정도다.

지난 3월 홍익대는 “미대 입시에서 실기고사를 전면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무실기 전형 인원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2013학년도부터는 실기시험을 아예 없애겠다는 것이다. 홍익대는 대안으로 입학사정관의 심층면접과 학생부, 미술교과 성적 등을 제시했다.

홍익대 미대는 국내 최대 규모다. 2009학년도 홍익대 신입생 정원은 조치원 캠퍼스를 포함해 966명, 지난해에는 8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 때문에 홍익대 미대의 ‘깜짝 발표’는 미대입시 사교육시장뿐 아니라 미술계 전반에 충격을 줬다. 혁신적인 결단이라는 찬성의견부터 실기는 미술의 기본이라는 반대의견, 의도는 좋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는 회의론까지 반응도 다양하다.

권명광(68) 총장은 이번 미대 실기고사 폐지의 최종 결정권자로서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한국의 대표적인 1세대 디자이너이자, 홍익대 최초의 미대 출신 총장인 그는 이번 결정이 “오랜 교육적 고민 끝에 나온 결단”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4월4일 홍익대에서 권 총장을 만났다.

“현재의 실기고사, 창의적 인재 선발 불가”

▼ 홍익대 주변에 미술학원이 정말 많더군요. 홍대 미대입시특구라고도 하던데요.

“네, 문제예요. 입시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사교육시장이 커졌습니다. 학원에서 테크닉과 기교만을 익혀서 천편일률적인 그림만 나옵니다. 그렇게 잘못된 습관을 대학에 와서 바꾸려면 더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건 예술적인 감성과 창의력을 골고루 갖춘 전인적인 인재인데, 그런 점에서 지금의 실기고사는 시대착오적인 선발방식인 거죠.”

▼ 그래도 갑작스럽게 실기고사 폐지를 발표한 까닭이 궁금합니다. 제안자는 누구였나요?

“특정인이 갑작스럽게 제안한 게 아닙니다. 오랫동안 미술대학 내에서 실기고사 폐지에 대해 검토해왔습니다. 실기고사의 폐단에 대해 모두 동의해서 계속 (시험방식을) 개선해왔죠. 그런데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다수 교수 의견을 종합해서 결정한 겁니다. 물론 대학의 결정은 최종적으론 총장 책임이라고 할 수 있죠.”

▼ 언론에서는 이번 발표가 최근 문제가 된 입시 비리 때문이라고 해석하던데요.

“입시비리 때문이라기보단, 창의적인 인재를 뽑고 사교육의 폐단을 줄이려는 게 더 큰 이유입니다. 입시비리 같은 부정한 시도는 항상 있어왔어요. 하지만 대학 역시 그러한 시도를 막기 위해 끊임없이 전형방식을 보완해왔습니다. 채점 방식을 언론에 알리고 공개적으로 채점하거나 타 대학과 공동으로 채점한다던가, 채점위원의 수를 늘리는 등 정말 공정하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뽑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어요. 그런데 홍대 미대의 입시생 규모가 원체 큽니다. 미대 입학생 수가 카이스트 전체 입학생 수와 맞먹어요. 이렇듯 대규모로 모집하다 보니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고 그 파장도 큰 거죠.”

▼ 이번 발표에 대해 반대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많은 교수가 입시 과정에 참여했기 때문에 현재 실기고사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공감해요. 그래서 이번 발표에 대해 이해하는 분위기입니다. 다만 새로운 제도가 나오면 늘 30%는 긍정적으로 보고, 30%는 부정적으로 보고, 나머지 30%는 설득에 의해 긍정적으로 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교수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100% 의견이 일치한다고 볼 수는 없죠.”

▼ 새롭게 내놓은 선발방식 역시 객관성 확보가 관건일 텐데요.

“무엇보다 고등학교 학생부 성적을 중요시할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 고등학교의 미술교육이 약화됐다는 점입니다. 1970년대만 해도 학교 미술교육이 살아 있었는데 미대 입시가 치열해지면서 미술교육이 사교육시장으로 전부 넘어간 거죠.”

홍익대 측은 선발방식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미술 전문가 출신 입학사정관의 수를 늘릴 예정이며 학생부와 면접 평가 방식의 표준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미 홍익대는 2009학년도 입시에서 자율전공학생 71명을 선발한 바 있다. 이들은 석고 데생을 하는 대신 50분에 걸친 선묘 테스트와 두 차례의 면접을 봤다. 권 총장은 “학생들이 가진 미술에 대한 생각과 관심사를 나눌 수 있어서 암기식 실기고사 채점보다 교수들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 이번 발표에 대해 ‘실기는 미술의 기본’이라면서 비판하는 쪽도 있습니다.

“물론 생각한 것을 손으로 제대로 그리는 건 중요하죠. 그래서 그러한 기본기는 입학 후에 철저히 가르칠 겁니다. 다만 한창 생각이 성장하는 시기에 사고력이나 창의력을 개발하기보단 입시경쟁에 몰두해서 미술의 테크닉과 기교만을 암기하는 걸 막자는 거예요. 그렇게 암기식으로 배우면 생각이 굳어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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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가인│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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