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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의 특별함 ⑤

무라카미 하루키

죽기 살기로, 우아하게 쓰고 달린다

  • 전원경│주간동아 객원기자 winniejeon@hotmail.com│

무라카미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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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을 넘어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의 소설이 담고 있는 이국적인 분위기와 더불어 ‘쿨’한 남자의 이미지를 지녔다. 그러나 그의 실제 삶은 완벽하게 짜인 계획과 예외 없는 원칙으로 단련되어 있다. ‘기계에 다져지는 쇠고기 같은 삶’을 호화롭게 유럽 여행하듯 살고 있는 그는, 그야말로 독종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하루키
● 1949년 일본 교토 출생
● 1968년 와세다대 연극부 입학
● 1974년 도쿄 교쿠분지에 재즈바 ‘피터 캣’ 개업
● 1975년 와세다대 졸업
● 1979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군조신인문학상
● 1982년 첫 장편‘양을 둘러싼 모험’으로 노마문예신인상
● 1987년 ‘노르웨이의 숲’ 출간
● 1988년 ‘댄스 댄스 댄스’ 출간
● 1992년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출간
● 1999년 ‘스푸트니크의 연인’ 출간
● 2000년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 출간
● 2002년 ‘해변의 카프카’ 출간
● 2005년 ‘어둠의 저편’ 출간
● 2006년 프란츠 카프카상 수상
● 2009년 예루살렘상 수상

우리나라에서 노벨문학상에 가장 근접해 있는 작가가 고은이라면, 일본 작가 중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이 가장 유력시되는 작가는 무라카미 하루키(60)다. 하루키는 200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들이 으레 거쳐 가는 프란츠 카프카상을 수상함으로써 ‘가와바타 야스나리, 오에 겐자부로에 이은 세 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한 일본인의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실제로 2006년 11월 “하루키가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오보가 흘러나와 잠시나마 일본을 들뜨게 한 적도 있다. 노벨상이 가진 정치적 함의를 고려해볼 때, 1994년 오에 겐자부로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이어 다시금 일본 작가의 수상이 성사될지 불투명하긴 하지만, 하루키가 세계적인 성가를 올리고 있는 작가라는 점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세계적 작가 반열

우리나라에서 하루키의 인기가 절정에 달했던 때는 1990년대 초반이다. 그의 대표작 ‘노르웨이의 숲’이 ‘상실의 시대’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된 이래, 1990년을 전후해 ‘하루키 신드롬’이라 할 만큼 많은 작품이 앞 다퉈 출간됐다. 아마도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대학을 다닌 세대는 대부분 하루키의 소설 한두 권쯤은 읽었을 것이다. 하루키의 인기는 일본과 한국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그의 소설들이 이미 영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중국어 등 40개국 언어로 번역됐고, 장편 ‘해변의 카프카’는 2005년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올해의 소설 10선’에 들었다. 2007년 미국에서 번역 출간된 ‘어둠의 저편’ 역시‘올해의 주목할 만한 책’에 선정됐다. 개인적으로는 2004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박람회에 갔다가 박람회 중앙 부스에 하루키 코너가 별도로 크게 설치된 것을 보고 놀란 기억이 있다. 나딘 고디머, 샐먼 루시디 등과 나란히 설치된 하루키 코너를 보며 그가 이제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올랐음을 새삼 실감했다.

올해 초 하루키는 동양인으로는 최초로 ‘예루살렘상’을 수상했다. 사회와 인간 문제에 대해 뛰어난 시각을 보여주는 작가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그는 2월 이스라엘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모든 인간은 소중한 영혼을 가진 존재들이다. (국가) 시스템이 이 영혼을 파괴할 권리는 없다”며 이스라엘의 하마스 폭격을 비난했다. 매스컴의 주목을 꺼리는 그로서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독특한 생활방식

소설 못지않게 많이 번역된 그의 에세이들을 보면, 이 작가의 생활방식이 좀 특이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우선 그는 아이가 없다. 그런 까닭에 서른 살에 작가가 된 이래 30년 동안 육아나 교육 문제에 치이지 않고 오로지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또한 작품을 쓰기 위해 해외에 체류하는 경우가 많다. ‘노르웨이의 숲’과 ‘댄스 댄스 댄스’를 그리스와 이탈리아에서 썼고, ‘태엽 감는 새’와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은 4년간 미국 보스턴에 살면서 썼다. 요컨대 중요한 작품은 늘 외국에 나가서 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은 한국 못지않게 대인관계 그물이 촘촘하게 얽혀있는 사회이고, 더구나 하루키 정도의 유명세라면 찾는 이도 많을 게 뻔하다. 아마도 작가는 복잡하게 얽힌 인간관계의 고리에서 벗어나 작품에만 집중하고 싶었을 것이다. 이처럼 잦은 해외체류 경험 덕에 하루키의 작품에는 어딘지 모르게 이국적인, 그리고 약간은 우울한 그림자가 숙명처럼 드리워져 있다.

해외에 나가면 하루키의 생활은 극도로 단순해진다.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조깅을 하고, 낮에는 재즈를 들으며 글을 쓰거나 번역을 하고, 저녁에는 맥주를 마시거나 펍(Pub·술집)에 가고, 밤 10시가 되면 잠자리에 든다. 그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철저히 고수한다. 이 때문에 좋아하는 재즈나 클래식 콘서트를 놓치는 일이 허다하다고 한다. 이러한 생활습관 덕분에 한 편의 장편을 탈고하면 장편을 쓸 당시의 해외체류 경험을 담은 에세이집이 부록처럼 출간돼 나온다. 그의 에세이나 여행기들은 하루키 특유의 ‘쿨’한 문체로 소설 못지않은 인기를 누린다.

해외에 오래 머물면 언어 문제로 힘들지 않을까? 하루키는 해외에 나갈 때마다 그 나라 말을 조금씩 배운다고 한다. 그리스로 떠나기 전 대학 부설 어학원에서 두 달간 그리스어를 배우는 식이다. 또한 영어로 강연할 정도의 영어실력을 가지고 있어 어느 나라에 가든 그럭저럭 의사소통이 된다. 아무튼 소설 쓰는 것도 크게 힘들어 보이지 않고, 해외에서 지내는 것도 즐기는 듯한 하루키의 삶을 들여다보면 이렇게 복 받은 인생이 또 있을까 싶다.

하루키는 기회가 될 때마다 자신의 ‘쿨’함을 은근히 과시하곤 한다. 언론이나 대중 앞에 드러나기를 썩 즐기지 않는 그가 자신의 이야기를 드문드문 들려주는 것은 대부분 그의 에세이집을 통해서다. 글로 표현되는 해외생활은 하나같이 근사하기 짝이 없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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