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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기자의 Face to Face ⑦

예술정치 꿈꾸는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

“내가 원하는 건 권력이 아니라 좋은 영향력”

  • 조성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예술정치 꿈꾸는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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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너같이 고기 잘 먹는 여자는 처음 봤다
  • ● ‘파리스의 심판’과 ‘카산드라의 예언’
  • ● 김&장 진출 첫 여성변호사의 사명감
  • ● 선진화 다지려면 보수정권이 한 번 더 잡아야
  • ● 말초적이고 자극적인 논평은 하지 말자
  • ● 혼자 있기 좋아하지만 혼자 버려지는 건 못 견뎌요
  • ● 오페라에 빠져보세요
예술정치 꿈꾸는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

● 1966년 서울 출생
● 서울대 외교학과 졸업, 미국 컬럼비아대 법학석사
● 1991년 사법시험 33회 합격
● 1994~2002년 김&장 변호사
● 한국시티은행 부행장
● 現 한나라당 대변인
● 저서 ‘미술관에서 오페라를 만나다’

일요일인 7월12일 아침 6시. 창밖으로 장대비가 쏟아진다. 서재에 들어선 조성식 기자는 책상에 앉아 시름에 잠겼다.

그는 이틀 전 한나라당 대변인 조윤선 의원을 인터뷰했다. 오후에 국회 의원회관에서 2시간 동안 얘기하고 다음날 오후 30분가량 전화로 보충 인터뷰를 했는데, 녹음한 걸 풀어보니 성에 차지 않았다. 딱히 어떤 현안이나 계기가 있어서 한 인터뷰가 아니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것저것 얘기는 많이 했는데 뭔가 딱 안 잡힌다. 한마디로 그림이 잘 안 그려진다.

조 기자가 인터뷰 대상자로 조 의원을 선택한 이유는 분명치 않다. 다만 이전투구의 한국 정치판에서 청량감을 주는 미모의 여성 정치인의 의식구조를 검증하고 그 내면을 들여다보고 싶은 욕구가 작용했음을 부인하지는 못할 것 같다.

두 사람은 오늘 낮에 한 번 더 만나기로 약속한 터다. 조 기자는 서가 위쪽 한 줄을 차지하고 있는 시집들을 일별했다. 오랫동안 손길이 가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이라 조금 겸연쩍긴 했지만. 박제천의 시집 ‘장자시(莊子詩)’를 골라 뒤적거리다 ‘오구大王의 散文 다섯’이라는 시를 찬찬히 깊게 읽는다.

이어 ‘그리스로마신화’를 뽑아들었다. 엊그제 조 의원이 ‘파리스의 심판’과 ‘카산드라의 예언’에 대해 재미나게 얘기했기 때문이다. 관련 내용을 찾아보니 조 의원의 기억력이 정확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런데 두 건을 별개로 얘기한 걸 보면 카산드라와 파리스가 남매간이라는 사실을 몰랐거나 잊었던 모양이다.

예술정치 꿈꾸는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

고등학생 시절의 조윤선 의원.

오전 9시쯤 회사에 나온 조 기자는 컴퓨터에 박제천의 시를 옮겨 적어 인쇄했다. 이어 이틀 전의 인터뷰 녹취록을 다시 한번 읽으며 오늘 인터뷰 때 던질 질문들을 정리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은데, 그는 인터뷰를 준비할 때 질문의 배치, 즉 질문의 순서를 정하는 데에 대단히 신경을 쓰는 편이다. 오늘은 되도록 딱딱한 얘기는 하지 말자고 다짐한다.

“아가씬 줄 알았어요”

약속장소로 차를 몰고 가면서 조 기자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타나 CD를 들었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도 들었던, 베토벤의 3대 피아노 소나타로 불리는 ‘열정’ ‘월광’ ‘비창’이다. 그는 비 오는 날 운전을 할 때면 종종 이 CD를 반복해 듣는다. 특히 오늘처럼 비가 거칠게 쏟아질 때 그의 혼을 빼놓는 곡은 ‘열정’. ‘열정’은 3악장으로 구성됐는데, 마지막 악장(Presto)에서 그는 온몸이 마비되는 듯한 강렬한 전율에 휩싸이곤 했다.

낮 12시15분. 조 기자와 조 의원은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났다. 이틀 전처럼 환한 웃음으로 무장한 조 의원은 하얀 재킷에 검은색 티셔츠를 받쳐 입었다. 외모 못지않게 빼어난 미적 감각이다, 라는 감탄이 조 기자의 머릿속을 빠르게 가로질렀다.

조 기자가 “조윤선 의원의 색깔이나 내면세계를 제대로 간파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잠을 못 이뤘다”고 너스레를 떨자 조 의원이 하이톤의 웃음을 터뜨렸다. 유리알 같은 웃음이다. 비 오는 날 즐겨 듣는 음악이 있느냐고 묻자 ‘적우(赤雨)’ 스타일의 곡을 즐긴다고 답한다. ‘적우’는 조 의원이 요즘 좋아하는 여자가수 이름이다. 영어로 Red Rain. 허스키하고 끈적끈적한 재즈풍 목소리다. 조 의원은 엊그제 인터뷰 시작 전 사진을 찍을 때 이 가수의 CD를 틀었다.

조 기자가 “저는 비 오는 날 운전하면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를 즐겨 듣는다”며 “아스팔트 바닥을 때리는 빗소리와 베토벤 소나타 ‘열정’의 운율이 잘 맞는다”고 하자 조 의원이 화답한다.

“저도 클래식 좋아해요. 일요일 아침, 늦잠 자고 일어나서 애들 아침 주고 나서… 저는 해가 많이 들어오는 걸 참 좋아해요. 커튼 다 올리고 음악 틀어놓으면 애들이 ‘엄마 오늘 기분이 좋구나’ 해요.”

조 의원은 딸 둘을 뒀는데 큰애는 고1, 작은애는 초등학교 6학년이다. 식당 여종업원이 음식을 갖고 들어오면서 그 얘기를 듣고는 “아유, 의원님, 아가씬 줄 알았어요” 한다. 조 의원이 까르르 웃자 “진짜 결혼하셨어요?” 하면서 놀란 표정을 짓는다.

“아이, 왜 이래. 큰딸이 고1이에요. 술 한잔 드려야겠네.”

종업원이 나간 후 조 의원이 숨넘어가는 웃음을 거두지 못하면서 말했다.

“속없이 그런 얘기를 들으며 좋아하고. 나 진짜 너무 속이 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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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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