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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기자의 Face to Face ⑧

‘투사본색’ 이재오 의 직격탄

“국민에게 희망 주려면 현 한나라당 지도부 물러나야”

  • 조성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투사본색’ 이재오 의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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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수구적 보수와 개혁적 보수의 충돌지점에 내가 서 있다
  • ● 대통령과 자주 통화하며 세상 걱정 한다
  • ● 조기 전당대회 거부는 기득권 사수하려는 수구적 행태
  • ● 빨리 정치 중심에 서기 위해선 당대표도 한 방법
  • ● 화합 당사자인 나를 빼고 자기네끼리 화합하겠다는 건 독주(獨走)
  • ● 박근혜와 회동? 누울 자리 보고 발 뻗어야
  • ● 돈 봉투 들고 왔다가 퇴짜 맞은 사람 많다
  • ● 아내보다 먼저 신혼방 이불 편 정보과 형사들
‘투사본색’ 이재오 의 직격탄

● 1945년 경북 영양 출생
● 1964년 중앙대 농촌경제학과 입학
● 1965년 한일회담 반대시위로 제적
● 민주수호청년협의회장, 국제인권위원회 한국지부 사무국장,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조국통일위원장, 민중당 사무총장
● 1996년 중앙대 경제학과 졸업
● 한나라당 원내총무, 사무총장, 원내대표, 최고위원
● 현 중앙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서울 은평구 구산동에 있는 이재오(64) 전 의원 집은 23평짜리 단독주택이다. 대문 앞에는 흰 무궁화나무가 서 있다. 이 집으로 이사 올 때 심었다니 23년째 그렇게 서 있는 셈이다. 대문을 열면 키 작은 담벼락을 따라 옹색하기 짝이 없는 정원이 ㄱ자로 펼쳐진다. 담벼락을 경계로 이웃 두 집이 바싹 붙어 있다. 쇠락한 권력을 상징하듯 꽃은 보이지 않고 수풀이 우거져 있다.

‘권력 2인자’ 소리를 듣는 이 전 의원은 재산이라고는 이 집밖에 없다고 밝혔다. 부동산도 없고 주식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가 2008년 3월 18대 총선 당시 공개한 재산은 3억1523만8000원. 그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고, 다시 말해 그에게 숨겨둔 재산이 있다고 주장할 어떠한 근거도 없기에 그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는 나는 그가, 살아온 길이 대조적이고 수백억원대 재산가로 전국에 부동산을 깔아놓았던 이명박 대통령과 그토록 의기투합했고 지금도 통한다는 게 좀체 믿기지 않았다. “안 맞을 것 같은 사람들이 합쳐야 일이 된다”는 그의 설명을 들어도 말이다.

인터뷰는 주말 이틀에 걸쳐 그의 사무실과 집에서 6시간 동안 진행됐다. 기사는 1, 2부로 나눴다. 1부에서는 정치 얘기를, 2부에서는 그의 삶을 다뤘다. 보수 진영 일부에서 ‘빨갱이’, 진보 진영에서 ‘변절자’ 소리를 듣는 그가 투쟁으로 점철된 자신의 인생사를 이토록 소상하게 털어놓은 적은 없다.

구릿빛 피부와 짙은 눈썹이 인상적인 그는 인터뷰 내내 미소를 잃지 않았지만 때로 한숨을 내쉬었고 오래 삭인 듯한 분노의 자락을 드러내기도 했다. ‘피할 수 없는 잔’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관련된 질문을 맞아서는 말을 삼키느라 숨을 골랐다.

‘1부’ 돌아온 실세

그는 “산이 내 생활”이라고 말했다. 동네 뒷산에 매일 올라가고 일요일엔 북한산 관악산 수락산 도봉산에 오르는데 주로 혼자 다니고, 한 달에 한두 번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명산을 찾아갈 때만 산악회원들과 어울린다고 한다. 내가 알기로 산에 혼자 오르는 사람은 대체로 생각이 많거나 의지가 굳은 사람, 혹은 삶의 고독과 덧없음을 관조하는 사람이다.

“산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는데, 절박하게 호소하는 사람이 적지 않아요. 경제의 기준은 서민입니다. 나는 정치를 그렇게 해왔습니다. 상대적으로 없는 사람이 나아지게 만드는 것이 정치라고. 두 번째로 이명박 정부가 하려던 게 정치개혁이었습니다. 우리가 그동안 4·19혁명, 5·16쿠데타, 10월 유신, 그리고 전두환 군사반란과 광주학살을 겪었습니다. 산업화로 국민이 먹고살게 되었지만, 산업화 과정에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가 억압됐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싸웠고 그래서 오늘날 여기까지 온 거죠.”

여기서 잠깐 그의 표현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12·12쿠데타를 ‘전두환 군사반란’으로, 광주민주화운동을 ‘광주학살’로 표현하는 사람이 한나라당 의원들 중에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의 얘기를 마저 듣자.

‘투사본색’ 이재오 의 직격탄

2007년 11월27일 서울역에서 유세하는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와 이재오 의원.

“여기서 더 뛰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산업화 과정에 생겨난 불합리한 제도나 관습을 청산하지 못했어요. 정치는 반성에서 출발합니다. 우리가 이명박 정부를 세운 건 노무현 정부나 김대중 정부, 김영삼 정부 등 우리가 기억할 수 있는 정부들이 잘못한 점을 고치기 위해서죠. 그것이 생각만큼 빨리 진척되지 않으면 정부를 세운 사람들로서는 좀 답답하지 않겠어요.”

“물을 바꾸는 게 쉽지 않다”

▼ 물고기가 급수 맞는 물에서 놀아야 하듯이 의원님(편의상 질문할 때는 의원으로 표기함)은 왠지 맞지 않는 환경에서 고생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고기가 물에서 놀아야 하는데, 물이 썩으면 물을 바꿔야 하지요. 그래야 고기가 살지. 물을 바꾸려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아요.”

이 전 의원은 정치철학을 묻자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 이 나라의 크고 작은 권력이 정의로워야 해요. 정의의 기준은 공직자의 부정부패가 없어지는 것이죠. 둘째, 모든 영역에서 공평해야 합니다. 기회와 사회적 조건이 누구에게나 공평해야지요. 셋째, 모든 국민이 행복하게 살 권리를 가져야 합니다. 행복의 정도는 희망의 정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정치란 국민에게 희망과 행복을 보장하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사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것이 내가 오랜 민주화투쟁을 하면서, 감옥에 살면서 가졌던 꿈이고 가치관이고 철학입니다. 그걸 개념적으로 말하면 공동체자유민주주의입니다. 자유민주주의에 공동체적 가치관을 부여하는 거죠. 그 핵심은 정의와 공평, 행복입니다.”

▼ 이명박 정권의 2인자라는데, 맞나요?

“무슨 2인자? 1인자가 있을 뿐이지.”

▼ 어떤 뜻으로 하는 말씀인지.

“권력에 무슨 2인자가 있나요. 권력은 1인자만 갖는 거지. 뭘 보고 나를 2인자라고 하는지 알 수 없어요. 내가 무슨 직책이 있나, 자리가 있나.”

▼ 보이지 않는 힘 아니겠습니까.

“내게 보이지 않는 힘이 있나요?”

▼ 사람들은 그렇게 믿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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