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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WER WOMAN

한국 최초 여성 상임지휘자 김경희

“오케스트라는 나의 악기, 사람을 연주하는 지휘의 매력”

  • 글·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사진·조영철 기자

한국 최초 여성 상임지휘자 김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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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 여성 상임지휘자 김경희
9월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앉아 있는 무대 위로 검은 정장 차림의 여성이 걸어 들어왔다. 김경희(50) 숙명여대 교수. 과천시립아카데미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다. 그가 팔을 들어 가볍게 흔들자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가 공연장 가득 울려 퍼졌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지휘자다. 50여 명의 지휘자가 등록되어 있는 (사)한국지휘자협회의 유일한 여성 회원이기도 하다. 그가 동양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독일 베를린국립음대 지휘과를 졸업하고 1989년 대전시향 객원 지휘자로 무대에 선 순간, 우리나라에서는 “여성이 어떻게 지휘를 해”라는 오랜 편견이 무너져 내렸다.

그로부터 20년 후, 김 교수는 다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상임지휘자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서울시향, 부산시향, 서울심포니오케스트라 등 국내 유수의 오케스트라를 수차례씩 지휘하고 소피아 내셔널 오케스트라, 러시안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등 외국 교향악단도 지휘했지만 좀처럼 오지 않던 자리다. 2008년 9월 과천시립아카데미오케스트라가 창단하면서 그를 상임지휘자로 선택했을 때, 김 교수는 마침내 우리 사회에 남아 있던 또 하나의 장벽을 무너뜨렸다. 이날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창단 1주년 연주회는 여성 상임지휘자도 오케스트라를 멋지게 이끌 수 있음을 입증한 자리다.

한국 최초 여성 상임지휘자 김경희
김 교수가 처음 지휘를 한 건 초등학생 때. 전교생이 모인 조회에서 4분의 4박자 애국가를 지휘하며 묘한 설렘을 느꼈다는 게 그의 어렴풋한 기억이다. 하지만 지휘자가 돼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좀 더 시간이 흐른 뒤였다고 한다. 부산 동래여중 기악부에서 바이올린 주자로 활동하던 시절, 우연히 TV에서 본 베를린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그의 삶을 결정지었다.

“폰 카라얀의 격정적인 지휘를 보는 순간 ‘나도 저 자리에 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중에 크면 꼭 베를린에 가서 공부해야겠다, 그래서 꼭 지휘자가 되겠다고 마음먹었지요. 처음엔 그저 철없는 동경 같은 것이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열망이 더 강해졌어요. 그 뒤로 단 한 번도 그 꿈을 잊은 적이 없습니다.”

중학생 시절 품은 지휘자의 꿈

혼자 독일어를 공부하며, 지휘자가 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여자가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것은 상상도 하기 어려웠을 때다. 피아노, 바이올린, 성악 등을 배웠지만 대학에 진학할 때는 작곡과를 선택했다. 지휘를 하는 데 가장 적합한 전공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교회 합창단 등에서 지휘자로 활동하며 계속 지휘를 익혔다. 하지만 그가 꿈꾸는 오케스트라 지휘를 배울 기회는 찾을 수 없었다.

“대학 졸업 후 MBC 어린이합창단의 지휘자 겸 반주자로 들어갔어요. 돈을 모아 독일 베를린으로 유학 가기 위해서였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음악평론가 한상우씨는 아이들을 지도하는 김 교수를 보며 “지휘자가 될 자질이 있다. 꿈을 잃지 말라”며 격려해줬다. 독일 현지에서 공부 중인 유학생을 소개하기도 했다. 한씨 도움 덕분에 그는 1982년, 그동안 모은 돈을 들고 홀로 베를린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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